사랑의 비극이란 없다.단지 사랑이 없는 곳에만 비극이 있다.
--시몬 데스카--
시몬 데스카:독일 .여류작가.
사랑의 비극,비극적인 사랑이란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들 하고 있다.
나도 한 때는?아니 오랫동안 비극적인 사랑의 희생자라는 생각에 대부분의 어린 시절을 우울하게 보냈고,
어른이 돼선 그런 어린 시절을 보상이라도 받고야 말겠단 무의식이 작용했던지,참으로 다양한 사랑의 모색을 했었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만족할 만한 해법을 찾지 못 하고 ,고민 끝에 모험을 한 것이 결혼이었는데...
장고 끝에 선택한 것이 최악이었을까?
서른 살이 넘었고,육체적 사랑(?)에 자신만만했으며,나름대로 성실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전국을 헤매다시피 한 끝에
과하지도,부족하지도 않은 상대라 생각을 해서 스스로의 눈에 콩깍지를 씌워가며 ,
결혼 직전의 께름칙한 불길한 예감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며 결혼서약까지를 하게 됐다.
그러나 연애 할 때의 사랑과 ,결혼생활에서의 사랑이 180도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이내 겪게 되면서 ,
끝없는 갈등에 17년 간 시달림을 받게 되다가 급기야는 파국을 맞게 됐으니,마지막 사랑까지도 비극으로 끝나고 만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저 말을 듣는 순간 사랑이 비극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사랑이 없어서 비극으로 끝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그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에 생긴 비극이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잠시,아주 조금 미안하다고 생각했던 마음까지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게 됐다.
사랑의 사전적인 의미의 맨 앞에 '아끼고,베풀며,따뜻하게 여기는 마음'이란 풀이가 나온다.
내가 과연 아꼈을까? 겉으론 애지중지 하며 아끼는 듯 했지만,늘 곁에 있어주길 바라며 옭아맸던 건 아닐까?
그럼 베풀었나?베푼다는 것은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나눈다는 것일텐데,나는 내가 주고 싶은 것만 내밀면서 좋아하라고 강요를 했던 건 아닐까?
연애할 땐 잠시 따뜻했던 것 같았지만 ,점점 왜소해지는 자신의 모습에 불안해 하면서 차가워져만 갔고,
말로는 그를 칭찬하고 있으면서도 속으론 대우받기만 바라고,인정받기만 바라면서 부글부글 끓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사랑의 의미도 모른 채 성실하기만 하고,육체적 사랑으로 만회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은 어쩌면 고문이었으리라.
사랑은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때라야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예수의 사랑이 그렇고,석가의 자비가 사랑의 본보기일 것이다.
그들의 사랑이 만일 개인적 성취욕이나 ,만족을 추구하는 것이었다면 ,그들은 단지 독재자가 될 수 있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들려줬고,배고픈 사람들을 배불려주었으며,아파하는 사람들을 낫게 해주면서 사랑의 본보기를 보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엄연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적인 추앙을 받으며 ,죽어서도 살아있는 듯 존재감을 부각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본 영화,'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스토리가 떠오른다.
사랑에 빠지기 시작할 무렵,사고로 이내 죽고 말지도 모를 병에 걸린 스티븐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주는 제인.
자신 때문에 개인적인 삶 모두를 희생한 사랑스러운 아내,제인을 위해 ,
간호사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위장을 하고 제인의 등을 떠밀어 아름다운 사람에게 밀어버리는 스티븐...
그 둘이 영국 왕실의 부부동반 초청에 응해서 행사에 참석을 하고 나오는 자리에서 교감을 하며,
서로의 사랑에 감사하며,몸은 떨어져 있으나 마음만은 변함없이 애틋하다는 걸 느끼는 장면은 제목대로 사랑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감동적인 것이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상대를 위한 사랑 만이 가치있는 것임을 보여준 감동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면 영화방송 등에서 또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며 ,꼭 또 봐주리라.
그리고 눈물 콧물 찍어내며 감동을 하게 되겠지?
그런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보이는 것만으로 판단해 ,둘 사이에 폭력이 행사됐었다느니 ,갈등이 있었다느니 하며 입방아를 찧던 언론들의 추잡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도 제인을 증오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ㅠㅠ
지금 그토록 믿고 열광하던 사랑이 변했다며 사랑의 비극이라고 고함이라도 치고 싶은가?
연민쯤으로 사랑을 하게 됐는데,결국은 비극적인 사랑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며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가?
돌아보시라.
과연 그대의 가슴에 아직도 사랑이 남아있는지?
지금의 비극적 상황은 어쩌면 그대의 가슴에서 ,사랑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때문인지도 모른다.
목이 말라 죽겠는 사람에게 자기가 맛있게 먹었던 식빵을 입안 가득 꾸역꾸역 밀어넣어 준다면?
그러면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식빵을 원없이 ,배가 터지도록 줬으니 큰 사랑을 한 것이라고 한다면 누가 그를 이해해줄 것인가?
진정 아름다운 사랑을 하려면 우선 상대의 말을 잘 들을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서 ,베풀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베풀었으니 너도 나에게 베풀라고 요구를 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