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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네 경로당에 놀러 다닙시다!


BY 미개인 2015-04-20

 

어제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거의 쉬지 않고 오늘까지 추적추적~

곡우(穀雨)를 맞아 본격적으로 못자리를 만들고 있을 농부들의 풍년에의 기대를 한껏 높이는 비가 넉넉히 와줘서 좋은 걸 생각하면,

차마 울적하고 불편한 것을 불평할 수도 없게 반가운 비님이 내려주신다.

 

아침 일찍 인근 동네의 어르신으로부터 출장을 의뢰받고,비가 오면 안 와도 된다셨지만,아무리 기다려도 오늘 내에 그칠 것 같지 않아 나섰다.

아직 정오가 안 됐음에도 동네 사랑방에선 점심식사가 이뤄지고 있었고,

어르신께서 식사를 마치시길 기다리며,바로 옆의 '청정옻샘'이라고,원래의 옻샘에  청결유지를 당부하려 내가 청정자를 붙인 약수터에서 물도 받으려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버선발로 뛰어나오시며 들어와서 식사를 하라고 하신다.

마침 아점 전이기도 했지만, 차마 염체가 없어 그럴 수 없다고 도리질을 치는데,끌고라도 들어가실 듯한 태세에 밀려 ...

염체불구하고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더니,헐~어머님들께서 맛깔난 콩밥을 고봉으로 퍼다 주시곤 더 먹으라며 한 그릇을 더 갖다 주신다.

겉절이에,젓갈,맛있는 된장국,고등어 조림에 연근조림,동치미까지 완벽한 밥상을 ,그것도 아주 맛나기까지 한 밥상을 받는데...

여기저기서 어머님들께서 ,그동안 유모차를 갖다 드린 것 하며,어디서 장사하는 누구라며 서로 알은 체를 해주시는데...

시골 고향을 찾아서 동네잔치를 하는 기분이 들면서 정말 흐뭇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커피까지 타다 안겨주셔서 맛있게 마시곤 후닥닥 부엌으로 달려가서 행주를 빼앗아 들고,

어머님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또 뿌리친 끝에 설거지권을 장악하곤 말끔히 해드렸다.

씽크대 물받이에 고인 찌꺼기까지 말끔히 처리해드리고 ,행주로 물기까지 싸악 닦아드렸더니 오히려 미안해 하시면서...

매일, 점심도 먹고 설거지도 하러 오라고 청해주셔서 깔깔대고 웃을 수 있었다.

어머님,아버님들,저 이만 가겠습니다~하고 인사를 드리고 오려는데,발길이 떨어지질 않는다.

그래서 다시 들어가서 넙죽 절을 올리며 감사했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박수까지 쳐주시며 좋아하신다.

이게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요즘은 어지간한 아파트나 시골 동네를 가리지 않고 동네마다 경로당이 있다.

도심 한가운데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주민들이나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식사비를 추렴해서 어르신들 군것질이나 건강간식 등을 챙겨들고 가는 

자매결연을 맺는 건 어떨까 제의하고 싶어졌다.

위생적으로도 그렇고 시간적으로도 아깝기만 한 상태에서,대신  어머니의 손맛도 제대로 맛볼 수 있고,어르신들이 즐거워하는 것도 볼 수가 있으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으로 효율적이면서 가슴까지 뜨끈해지는 좋은 행사가 아닐까?

그리고 벌러덩 누워서 어머님들에게 재롱도 부리고,어깨도 조금 주물러 드리고 나오면 훈훈~해지는 감동이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안 쓰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유모차는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지 말고 인근의 경로당에 갖다드리면 좋겠다.

버려진 게 보이면 주워다 약간의 손질을 가해서 어머님들의 보조다리 역할을 하게 해 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실 수가 없다.

그리고 점심식사도 함께 하면서 어른들의 정겨운 사랑도 받고,설거지와 청소까지 해드리고 올 수 있으면,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아님 일찍 돌아가셔서 그리운 사람들에겐 아주 좋은 힐링도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다 매년 한두 번씩 동네 청년들이 마련해드리는 여행 일정 등을 알게 되면 과일 한 상자라도,음료수 한 상자라도 성의껏 갖다 보태드리면,

그것의 값어치를 떠나서 어르신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모른다.

삭막하다,무섭다,힘들다는 소리가 쏙 들어가게 만들어 줄 것이다.

살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나 할까?

 

어르신들은 말씀하신다.

요즘 젊은애들은 자기밖엔 모르고 ,저 혼자 큰 줄만 알고,못뜯어가서 환장을 한 도둑놈들쯤으로 여기시는 분들이 아주 많아서 ,

젊은사람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셔도 안 믿고,차라리 사기건강식품 판매원들이나 친일 매국노 독재정치꾼들이 팥으로 메주를 쑤는 거란 말을 믿고 싶어하신다.

몰라서가 아니다.

아시지만 당신의 자식들이,그리고 젊은 것들이 괘씸해서 ,사춘기 청소년들이 그러듯,육춘기,칠춘기적  반항(? 죄송!)을 하시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늘 강조하는 게,시위를 하고 SNS 등을 통해 제아무리 떠들어도 그 효과는 미미할 수 있지만,

내 부모님들,이웃의 어르신들에게 도리를 다함으로써 당신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열 배 백 배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고,

가장 두터운 층을 형성하고,가장 높은 참여도를 보이시는  노년층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그러면 사회개혁,민중혁명은 아주 손쉽게 이뤄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달라고 외쳐오고 있는 이유다.

지금 세상에선, 특히 70여 년 간 친일 매국노들에 의해 장악당하고,짓밟히고, 세뇌당해온 대한민국의 민중들의 입장에선 혁명이 어렵다.

선거혁명이라는, 비폭력적이고 ,조용하며,즉효를 낼 수 있는 방법이 있어 보이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헛다리들을 짚어대고 있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

 

몇몇 의식이 깨어있는 사람들도 젊은층만 찾아다니며 피를 토하듯 정의를 외치고 개혁을 부르짖는다.

내가 좋아하는,유일무이한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안 철수 조차도 젊은이들과의 소통의 시간엔 열을 올리지만,

어르신들과는 사진 찍기 식의 겉돌기 행사에만 치중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많이 안타까웠고,

다양한 방법으로 호소도 해 봤지만,똥파리들에 가려서인지,아님 이미 구시대적 정치권으로 접어든 것인지 요지부동이다.

그래도 아직 희망을 버리진 않고 있지만,그렇다고 거기 전적으로 의지할 생각도 없으니...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해서 새틀,새정치,정신혁명,무소속혁명,친일 매국노 척결 등의, 내가 생각하는 이상을 추구해 갈 것이다.

또한 가정지상주의자 답게(이혼한...^*^) 블로그 등을 통해서 원만한 부부관계,정이 있는 전통가정 회복,기본이 갖춰진 사회 분위기 조성 등에 

미력이나마 도울 게 있을지를 찾아서 글도 올리고,상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마다 자신있고 잘 하고 즐거워하면서도 댓가가 없더라도 즐겁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간과 정력만 빼앗을 뿐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막상 해 보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뿌듯함이 있고 보람도 있으며,허튼 짓에 빼앗길 시간도 아끼게 해줘서 2중,3중의 도움이 된다는 걸 바로 알게 될 것이다.

중독이나 되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데,살짝 중독되는 것도 썩 나쁘진 않다.

 

돈도 벌고,오래된 약수터 물도 듬뿍 받아 왔고,일 년에 고작 두어 번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엄마의 손맛도 넉넉히 누렸고,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재롱도 피우면서 스스로도 즐거웠고,절을 할 때 박수까지 쳐주시는 걸 보곤 뭉클하기도 했으니...

오늘 하루 몫을 오전 중으로 다 살아버린 기분이다.

그야말로 당장 죽어도 지금으로선 정말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이런 기분...

느껴 보고 싶지는 않은지?

어렵지 않다,멀리 갈 것도 없다.

매일 잠깐씩이라도,일주일에 한두 번 만이라도,한 달에 한두 번씩이라도,명절 끝의 허탈해 하실 때라도  당신들과 잠시라도 함께해드리면,

의외로 눈에 띄진 않으면서도 ,시나브로 사회질서가 바로잡히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공감해주길 바라 본다.

파랑새는 멀리 있지 않고 바로 우리들 손아귀에,가슴 한 켠에 있는데 뭐가 두려워서 못 꺼내보는지 ...?

성큼 한 발만 내딛어 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정말 차고 넘치도록 많고,우리들이 바꿀 수 있는 몫도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아자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