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고자 하나 어버이가 기다리지 않는다.
--한시외전--
한시외전: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고사성어들이 풍부하게 담겨 있는 고전이다.
한시(韓詩)는 저자 한 영의 성씨를 딴 것이며,외전(外傳)은 내전(內傳)에 상대되는 말로,쉽게 풀이한 해설서란 뜻이다.
재미있고 유익한 고사는 물론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건,혹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논제를 앞에 제시하고 뒤에 시 한두 구절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책소개에서...)
위의 경우엔 부모에의 효도를 주로 다뤘다고 볼 수 있지만,인생 전체를 포괄하는 말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생살이가 내 뜻만 같으면 아무 걱정 없이 살 수 있겠지만,알다시피 자의든 타의든 우린 평지풍파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일피일 미루는 습성까지 몸에 배게 된다면 그의 삶은 엉망이 되고 말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행복하기 위해서 태어난 우리들일텐데,참으로 씁쓸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희생적인 사랑을 베푸신 부모님께 그보다 더 큰 불효는 없을 것이다.
우리들이,사람답게,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알지만,이런저런 많고도 많은 사정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자기의 입장도 배려해달라는 하소연을 해대지만...
어이없게도 그 사람은 자신의 자식들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느라 시간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고,
남들처럼 잘 먹고 근사하게 살지 못해 부모님을 돌봐드릴 시간이나 여유가 없다는 사람들도 많은 줄 안다.
그렇게 애지중지 아이를 키워놓으면 ,자신이 그러는 것처럼 그 자식도 나중에 무능해진 부모를 외면할 것이다.
그 때 가서야 자신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불효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되고 후회를 해 보지만 무슨 소용?
자식 앞에 보여준 그대로 자신이 자식에게 당하는 일만 남은 것 아닐까?
효는 우리 인생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효가 실천되지 않는 한 우리들은 물위에 둥둥 떠다니는 티끌처럼 자존감도 정체성도 찾지 못하고 부유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물 속으로 가라앉아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비극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난 결혼도 안 할 것이고 자식도 낳지 않을 것이니 효도를 안 해도 될까?
부유초처럼 평생을 세파에 휘둘리며 방황하다 티끌처럼 사라져버리지 않을까?
누가 나를 낳아달랬느냐고 어깃장을 놓는 자식들도 많이 봤지만,자식을 낳으면서부터 부모님은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있는 것은,
그래선 안 된다는,그랬다간 천벌을 받을 짓이란 것을 알리기 위해 있을 것이다.
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연인과 평생 사랑만 하면서 살려다가 어떤 사명감(?)에 자식을 낳게 되고,낳자마자 밤잠을 설쳐대는 고통이 시작된다.
커가면서 부양을 하고 ,또 얼마간 머리가 커가면서 겪게 되는 갈등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충이 이어지지만,
나를 닮은 자식 하나 잘 키워서 보란 듯이 세상에 내놓고 싶다는 일념으로 꾸욱 참으며 희생을 해오신 것이다.
당신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들의 자식도 나중에 효도를 하리라 기대를 했을지도 모르는데...
부부간의 갈등이 심하게 있어도 자식 때문에 참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는 부모들을 많이 봐왔을 것이다.
그처럼 정말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자식을 세상으로 내놓느라 진이 다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정작 다 키워놓으니 저 혼자 컸다는 식으로 나대면서 부모를 무시하고 깔보기까지 하면서 존속 상해를 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자식을 해치는 비속 상해가 늘어나는 것도 효가 사라져가는 사회적 분위기가 빚어내는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존감을 찾지 못하고 부화뇌동만 하느라 자신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때문일텐데...
나만 옳다,나만 잘났다면서 말들은 잘 하지만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찾는다는 건 아주 힘든 일이 된 지 오래다.
내 눈에 보이는 현대 한국인들의 특징은 부화뇌동엔 천재적 기질을 발휘하면서,정작 중요한 자아추구엔 소홀하기만 하다는 것이었다.
인문학의 열풍이 불었던 적도 있었지만,대학에서 점차 인문학 강좌가 사라져만 가는 걸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또한 최근 교육부 감사를 한 결과를 보면 정부가 대학재정지원의 명목으로 수천억 원의 세금을 쏟아부으며 대학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2014년 ,4년 새에 두 배나 불어난 대학재정지원금은 그러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한 채 누군가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되고 만 셈이다.
올해도 훨씬 많은 돈이 투입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는데,친일매국노들의 앞잡이는 더욱 늘어만 갈 것이며,
학교에선 학생들의 진리와 정의를 위한 투쟁을 원천봉쇄하려 기를 써댈 것이다.
어쩐지~대학생들이 거짓말만 해대는 정부를 보고도,흙수저들의 사회진출을 막아대는 정부를 보고도 조용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아이들이 나약해져서라고 나 자신도 생각한 적이 있는데,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는 것이 이번 감사 결과에서 밝혀진 것이다.
고요하고자 했던 나무인 부모님을 우리가 자라면서 들들 볶아댔고,지치게 만들었다.
거센 바람을 견뎌가며 그늘을 만들어 주셨고,가지를 쳐서 불을 피워 따뜻하게 만들어 주셨으며,열매를 따서 튼튼하게 길러주셨는데,
그러는 사이 부모의 나무는 가지도 얼마 안 남았고,열매도 거의 안 달리는 고목이 돼 있다.
그런데 그 남은 몇 개의 가지도,열매도,나무 뿌리까지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우리들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물도 주고,영양제도 주사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사실 수 있도록 돌봐드려야 할 나무인 것이다.
자식들이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는 부모님들의 그들의 손발이 돼서 모든 걸 해결해주지만,
나중에 부모님들이 아무 것도 못할 지경이 되면 그때 가서는 자식들이 부모님에게 똑같이 해드리는 게 순서요 도리다.
그리고 그리 해야 헝클어질대로 헝클어진 세상이 바로잡힐 것이다.
언제?지금...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