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정치적으로 패배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데에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금도 패배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과정중의 하루입니다. 속에서부터 분노가 끓어 오르는 날이 많아서 나 스스로가 혼자 너무 힘들어해 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덕분에 매일의 일상은 정말로 평화롭기 그지 없습니다. 시간이 많아져서 여유로운 저녁식사도 가능하고 아들 녀석 수학 문제도 봐줄 수 있을 정도의 여유로움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올 여름에 휴가도 못 갈 정도로 바쁠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빠른 휴가를 다녀온 다음에도 여기 저기 신나게 놀러 다니면서 지낼 수 있었습니다.
남편은 제게 이런 상황을 계기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라고 말합니다. 더 즐겁고 유쾌하게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고, 나 자신의 영역을 굳건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해보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네요. 정작 본인은 초우울해하시는 중이신데, 아내를 위해서 모든 능력을 다해서 응원해주고 지원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요. 아들녀석은 지금 옆에서 수학 문제 풀다 말고 빈 자리에다가 무시무시한 공룡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웬수 같은 녀석, 미운 일곱 살.. 그래도 사랑하는 내 새끼..!!)
요즘 가만히 제 인생을 들여다보자면, 20대하고는 달라서 지금 하는 일과 분야에서 가지는 위치가 어느 정도가 되는지 대략 알고 있고, 이 자리를 이용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대략 윤곽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정치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도.. 그래야 인생 후반기를 그럭저럭 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지역 변두리에서, 아줌마로서 발휘할 수 있는 정치력이라는 것이 대체 어떤 것이 될런지. 심지어 음주가무하는 거 엄청 싫고, 회식도 싫고, 주말에는 가족이랑 뒹굴거리고, 아들래미 뺨에 뽀뽀하는 것이 최고의 낙인 이 아줌마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
우리는 아줌마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엄마라는 것.!
나 잘났다고 뿔뿔이 흩어지는 가족들을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지구에 발 디디고 살아가고 있는 '엄마'라는 존재입니다.
적어도 나를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함께 쏟아내고 응원해주는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차려야겠어요.
이 땅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아자아자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