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에서 10주년을 기념할만한 식사장소 후보가 많진 않았는데 그나마도 하루하루 생각없이 보내다 하루 전날 예약하려니 타베로그 점수 가장 높고 코스 가격도 가장 높았던 ㅎㅎ 1지망 식당은 풀부킹으로 예약 실패. 2지망이었던 옆동네 식당을 예약하려다 언젠가 동네 깊숙히 좀 한적한 동네에서 보았던 식당이 떠올라, 예약제 코스로만 운영하는 곳이라 아들과 지내던 그동안 잊고 살았는데 이때가 기회다 하고 전화했더니 다행히 예약이 되었다-!
내부는 1지망이었던 식당보다 훨씬 맘에 들었다-! 게다가 평일 점심에 피크 시간도 지나서 그런지 우리가 대절한 것마냥 한적하고 좋으네-
하루종일 흐린 날이었지만 너무 맑으면 창밖으로 볼 때 겨울같지가 않으니까- 우리가 결혼한 계절은 겨울인데 좀 기념일 기분이 떨어진다고 할까? ㅋㅋ
식전주와 빵, 애피타이저 모듬.
빵은 좀 아쉬웠고... 애피타이저 모듬은 딱 전채답게 입맛을 돋궈주었다.
남편은 운전 담당하려고 논알콜 로제로 주문했는데 맛있다며 좋아했다. 다행 ㅋㅋ
하프파스타는 주키니&프로슈토 오일파스타였는데 남편이 맛을 보곤 버섯 풍미가 너무 좋다고-! 난 불맛도 좋았지만 그 맛에 어울리는 온도로 서빙되어 나온 점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한가닥도 안남기고 완식-!
메인은 각각 오리스테이크와 돔 요리를 골랐는데 나는 이미 배가 불러 그 맛을 충분히 즐길 수가 없었네... ㅠ
남편은 둘다 너~무 맛있다고 좋아했다. 특히 가니쉬로 남편이 좋아하는 카키나가 나와서 취향저격이었을 것.
디저트와 에스프레소. 플레이트가 심쿵하게 만든 지점. 에르메스 테이블 웨어가 이렇게나 예쁜지 오늘에야 느껴보았네...
10주년이라고 점심 한 끼 먹었을 뿐인데 남편도 나도 너무 행복하고 좋았던 시간. 사실 요즘의 우리야 둘이서 온전히 요리를 즐기며 여유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팬시한 레스토랑이든 우리가 좋아하는 라멘야의 라멘 한그릇이든 상관 없었을지도. 게다가 음식 자체에 10점 만점에 10점 주고 싶다고, 다음에 또 먹자고 이야기해줘서 식당을 정한 나로서는 기뻤다. 하지만 나는 음식 자체로만은 100퍼센트 만족한 바는 아니기에 ㅋㅋ 다음엔 1지망 혹은 2지망이었던 식당을 노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