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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감사한 것 투성이


BY 사교계여우 2022-06-27

함께한 시간이 무색하기도 하지.

넌 어디서 죽었니. 
어느 곳에서 죽어서 어디에서 다시 태어나 어떤 삶을 살고 있니?
그게 여전히 궁금한 나의 마음을 즈려밟아 다시는 생겨날 수 없게끔 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생겼어. 
죽은 사람은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액자에 사진을 넣어서 걸어 놓아서도 안 된다는데.
그리워하는 것은 혼나는 일이라고들 그러더라.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고, 
옆도 뒤도 돌아보지말고 앞만 보고 그렇게 가야 한다고. 
그렇게들 말해. 
쉽게들 말해.
모든 것이 어떻게 그리 쉽니. 
그리 간단하면 나는 옛날 옛적에 이미 너를 잊었거나, 
아님 지금처럼 너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만들 궁리나 하며 밤을 보내고 있지는 않겠지.
너가 그립다. 
멍청하게도, 너가 그리워서, 죽은 것을 다시 살아오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한다. 
마법에 걸린 것처럼 외로움에 사로잡혀서 너를 그린다. 
너는 언제쯤 다시 웃을 수 있을까. 
사진 속에서야 넌 영원히 웃고있지. 근데 그것도 꼭 형벌같이 너는 웃고있지.
너는 왜 벌을 받는 것처럼 웃고있어? 
왜 마음 놓고 웃지를 못했어?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고개를 들지 못하던 너가 문득 생각이 나. 
네 눈은 시뻘개서 몇 초 이상 쳐다보고 있기가 힘들었어. 
내가 네 눈을 찌르기라도 한 것 처럼, 꼭 그 모든 게 내 탓처럼 느껴져서 
네가 우는 게, 네가 화를 내는 게, 네가 날 혼내는 것이 모두 나의 잘못이고 나의 죄로 느껴져서 
너를 사랑한 순간 순간이 저주 받은 날들이라서 너를 그리워 해. 
지나간 사람을 잘 잊고 선천적으로 냉정하게 태어난 널 부러워 해. 
이런 날 코웃음치며 비웃을 너를 나는 잘 알아서 그것도 또 부러워 해. 
나는 잘났어. 가진 것이 많아. 복도 많고, 감사할 것도 많지만 여전히 난 널 부러워하는지도 몰라. 
넌 멍청해. 넌 못됐어. 넌 사이코 같아. 넌 끔찍한 쓰레기야. 능력도 없고, 껍데기 뿐이지. 
그렇게 할 말이 많아도, 그렇지만 그래도 말이야. 나는 여전히 널 그리워 해. 
너와 함께였을 때에는, 별 것 없던 하루하루임에도 매 순간이 극도로 불안하고, 
숨 쉬는 것도 힘들어 창밖을 보면서 눈물만 흘려댔어. 난 바로 그 날들을 그리워 해. 
참 애석하지. 
너에게 내 마음을 구걸하던 때를 그리워 해.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말하는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면서 코웃음 치다가도 
우리가 듣던 노래랑, 같이 했던 바보같은 것들을 떠올리면 뜬금없이 울기도 해. 
시간이 몇 년 째 멈춰있는 걸까, 세기도 해.
그래도 기도해. 
언젠가는 널 떠올리지 않겠지. 이미 죽어버린 널 그리지도 않겠지. 
내 용기가, 내가 날 사랑하는 마음이 모든 걸 이기겠지.
기도해. 
끊임없이 기도해. 
너를 더이상 그리워하지도, 미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사랑하지도 않기를 기도해. 
내가 무너지지 않기를 기도해. 
우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생각해. 
나에게 되뇌이곤 해. 
나는 사랑할 수 있다고, 사랑이 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안아주고 받아들이고, 또 안기고 나를 내보일 수 있을거라고.
기도해.
그리고 널 여전히 그리워해. 
그럼에도 
나는
계속 기도해. 
널 그리워하지 않을 때까지, 그 먼 혹은 가까운 미래까지.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