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길 수 없는 건 사랑과 재채기라던가요. 봄을 맞아 ‘감춤 불가’ 목록에 추가할 녀석이 생겼으니 그건 바로 겨울옷 속에 숨어 있던 군살들. 와이셔츠 단추 사이로 아우성치는 뱃살, 얇은 블라우스를 타고 본색 드러낸 허리 살. 반짝 추위가 싫지 않은 이유는 잠시나마 이를 다시 숨길 수 있을 거란 생뚱맞은 기대 때문입니다.
“사랑은 꼭 침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주방가구 업체의 광고 카피입니다. 순백색 셔츠를 입은 늘씬한 여성 모델이 남자와 포옹합니다. 그녀가 걸터앉은 조리대가 유독 반짝반짝 빛납니다. 봄 가뭄에 쌀쌀해지기까지 했습니다. 집 안이 건조하지 않게 빨래를 널어 두잖아요. 사랑도 촉촉한 봄비와 습기를 원합니다. 부엌에서 아내를 안아 주세요.
거리엔 아스팔트 도시를 걷는 청춘남녀의 옷이 봄입니다. 버버리 트렌치 코트 아아이보리색 트렌치코트 속에 펄럭이는 하늘하늘한 스커트는 꼭 나비 같습니다.날씨가 풀리니 사람들 표정도 한결 행복해 보입니다. 봄비 소식이 있습니다. 길을 걷다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활짝 웃어 주세요. 그도 부드러운 미소로 답례할지 모릅니다. 우연이 인연이고, 인연이 우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