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5,246

[오늘의미션] 입하


BY 사교계여우 2023-05-06

입하는 이제 여름에 들어섰다는 뜻이다. 요즘은 여름에 가까운 날씨를 보이지만 전통적인  계절감각으로는 완연한 봄이었다. 그럼 왜 이때를 입하라고 했을까?
절기의 이름이 한자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24절기는 중국의 기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은 대륙성 기후이기 때문에 대륙성 해양기후인 우리나라보다 더위와 추위가 더 일찍 찾아온다. 대륙이 바다보다 햇빛에 의해 더 빨리 데워지고 식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이 월평균기온을 보면 1월에 북경이 -4.3도 그리고  2월에 -1.9도로 서울의 1월 -2.5도 2월에 0.3도 이다. 그런데 3월에는 북경 5.1도 서울이 5.2도로 비슷해 졌다가 4월에는 북경 13.6도 5월에는 20.0도가 되고 서울은 4월 12.1도 5월 17.4도가 되어 평균 2.6도나 높아 진다. 평균 20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6월 초의 날씨이기 때문에 여름에 들어서는 절기라고 해도 틀림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도 이상기온으로 이때가 되면 초여름의 날씨가 되는 경우가 많다. 기상대에 전화해서 입하날 평균기온을 물어보니 19.6도 였다. 어린이날과 입하에 왠지 덥다 했더니 초여름 날씨였다.
청주 이마트 주변에는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어있다. 입하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볼 수가 있는데 이팝나무를 달리 밥때기나무 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이팝나무꽃이 한꺼번에 활짝 피면 쌀농사가 풍년이요 이팝나무 꽃이 피는 정도가 어떤 건 활짝 피고 어떤 건 오므려져있으면 흉년이라고 풍흉을 점치고 이팝나무 앞에서 쌀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입하에 이르면 그간 일교차가 크고 변화많던 날씨가 안정된다. 그래서 열대,아열대에서 온 작물들도 어렵지 않게 자랄 수 있는데 그러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 곤충들도 많이 찾아오고 잡초도 무성해져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해 질때다 또 천지만물은 무성히 자라기 시작한다.  

농사력을 보면 입하때는 중생도를 파종하고 삼밭을 다시 갈고 비가 오지 않으면 천수답에서는 건답직파 즉 마른논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뿌려가면서 키운다. 그리고 뒤에 비가 많이 오면 물을 가두어서 벼의 성장을 도모한다. 이때 농사일의 핵심은 모판돌보기이다. 모판의 물을 적절히 관리하는 것부터 종자를 먹기 위해 모여드는 새를 쫓고 벼싹 사이에 나있는 피도 가리고 퇴비도 준다. 이때주로 사용하는 농기구는 살포, 물괭이, 태가 있다.

입하시기의 속담은 모내기와 일년 농사의 풍흉에 관한 것이 많다.  
먼저 모내기와 관련되서는
“입하 바람에 씨나락 몰린다.”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도 안 된다.”
“입하에 물을 써레 싣고 나온다.”
는 속담이 있다. 옛날에 재래종벼로 모심기를 하던 시절에는 입하무렵이 못자리를 한참 할때인데 바람이 불면 씨나락이 물의 흐름을 타고 몰리게 된다. 그럴 경우 모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는데 이럴때는 못자리 물을 빼서 씨나락이 몰리는 것을 막으라는 농사의 지혜가 담긴 속담이 “입하바람에 씨나락 몰린다”는 속담이고 입하 무렵에 물을 논에 가두어 두면 근 한달동안 가두는 것이기 때문에 퇴비의 손실이 많다. 그래서 조금 늦게 물을 가두어 두라는 속담이 “입하에 물 잡으면 보습에 개똥을 발라 갈아두어도 안 된다.”는 속담인데 요즘 동네앞 들판을 보면 모판 뿐만 아니라 논에도 거의 물을 가두고 있다. 재래종과 달리 요즘은 모내기를 일찍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입하에 물을 써레 싣고 나온다는 속담은 모심기를 앞두고 물을 가둔 다음에 써레질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속담이다. 그 외에도 파종에 관련된 속담으로는 목화는 입하 이전에 파종해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풍흉과 관련된 속담으로는
"이팝나무꽃이 필 때 못자리를 하면 섬 뒤주가 모자란다."
"이팝나무꽃이 활짝피면 풍년든다."
“사월 초파일에 비가 오면 벼는 풍년들고 과일은 흉년든다.”
“도토리는 들판을 내다보고 자란다.
“사월 초하룻날 동풍이 불면 콩팥농사가 풍년이 들고, 남풍이 불면 조농사가 풍년이 든다.
“사월 눈은 흉년든다.”
“사월 무지개에 곡식 값이 오른다.”
“초파일에 날이 맑으면 참깨농사가 잘된다.”등이 있다.
이팝나무꽃을 볼때 못자리를 하고 그나무가 꽃핀 모습을 보고 풍흉을 예측할 정도로 이팝나무는 벼농사를 하는데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나무인 셈이다. 이팝나무꽃을 멀리서 보면 꼭 쌀밥이나 쌀튀밥같다. 그래서 이팝나무꽃이 활짝피면 풍년든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땅속에 수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봐도 타당한 것이다. 이와 달리  이팝나무 꽃이 피는 정도가 어떤 건 활짝 피고 어떤 건 오므려져있으면 흉년이라고 생각했다. 옛날에 농촌에서는 이팝나무 앞에서 쌀농사를 잘되게 해달라고 치성을 드리기도 했다.

사월 초파일은 보통 입하절기에서 소만사이에 있다. 이 때 비가 오면 벼는 풍년이 들지만 그때 꽃이 피고 수정하거나 이제 막 열매가 생기기 시작한 과일들은 비가 올 경우 수정도 못하고 작은 열매들이 떨어져 흉년이 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속담이 “사월 초파일에 비가 오면 벼는 풍년 들고 과일은 흉년이 든다는 속담이다.” 도토리는 들판을 내다보고 자란다는 속담역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요즘 산에는 참나무 꽃이 한참이다. 이때 비가 오면 벼농사에는 좋겠지만 바람의 도움을 받아 수정을 하는 참나무의 경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벼농사가 풍년이면 도토리가 적고 도토리가 많이나는 해에는 벼농사가 흉년이 들 수밖에 없어 가난한 농민들은 도토리를 주워 구황음식으로 삼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어려운 시절을 도토리로 나면서 도토리가 어떻게 흉년인지 알고 많이 열려서 겨울을 나게 되었다는 농민들의 마음이 잘 표현된 것이 이 속담이다. 사월 눈이 내리면 흉년 든다는 속담은 입하 때가 되면 일교차가 적어지기 마련인데 눈이 내릴 정도로 이상기온이 되는 것이므로 흉년든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생활속의 진리 였을 것이다.
“사월 초하룻날 동풍이 불면 콩팥농사가 풍년이 들고 남풍이 불면 조농사가 풍년든다.”는 속담은 분명히 의미가 있을 텐데 잘 모르겠다. 동네 어른 들한테 물어서 어떠한 농사의 지혜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아야 되겠다. 이속담은 “사월 초 닷새날이 가물면 봄누에가 잘 안된다.” “사월 무지개에 곡식 값이 오른다.” “초파일에 날이 맑으면 참깨 농사가 풍년든다”는 속담과 함께 이 시기의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 하면서 농사일을 하던 옛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입하 초저녁에 하늘 한가운데 떠있는 별자리는 역시 주작별자리이고 그중에서도 모이주머니나 밥통에 해당하는 장수이다. 천문유초에 따르면 장수는 천자의 종묘와 명당을 맡은 별자리인데 별이 밝고 커지면 나라가 성해서 강대해지고 색깔을 잃으면 종묘사직이 위태해진다고 한다. 이 별자리에 금성 또는 화성이 머무르게 되면 전쟁이 일어나고 월식이 생기면 큰 장마가 진다. 달이 범하면 장군과 재상이 죽고 혜성이 범하면 나라에서 병사들을 쓸일이 생기며 토성 또는 수성이 범하여도 나라가 편안치 않게 된다고 한다. 찾는 방법은 성수와 익수 사이에 두 팔을 벌린 마름모모양 별자리를 찾으면 된다. 서양별자리로는 바다뱀자리의 몸통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