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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션] 추석은 뭐로 때울까...


BY 사교계여우 2020-09-17

술도 안 먹는데 올 추석은 그럼 뭐로 때울까?

 


이 글을 쓰려니까 도리 없이 술 이야기도 넣어야 했습니다.

사실은 오늘이 아니고 어제 울 동네서 제일 큰 마트까지 다녀왔었거든요.

 

술 안 먹은 지가 어느덧 7년도 넘어섰네요.

그 사이에 명절과 같은 커다란 날(?)을 어디 한두 번 넘겼습니까?

 

매번 그때마다 제 몸이 참으로 근질거리데요.

그 좋은 날에 술 안 먹지, 담배는 아예 피우지도 못하지 맨숭맨숭 참으로 그 순간들이 허망하데요.

 

그런 탓으로 다가올 추석 한가위를 생각해서 이번에 저를 위하여 크게 한턱 준비했습니다.

그것이 다름이 아닌 '식초'입니다.

 

그것 '과일 식초'가 목을 탈 때의 기분 어찌나 상쾌한지 어지간한 소주 막걸릿잔 뺨치고도 남습니다.

실은 전부터 작은 용량(500mL)의 식초를 아끼고 아껴가면서 먹고 있었거든요.

 

어^ 그런데 이거 야단났습니다.

그 용량 확인해보려고 방금 이쪽으로 들고 와서 보니까 그놈 유통기한이 진작 끝난 거였네요.

'2018.05.30 14:35'라고 찍혔습니다.

 

무작정 아껴먹다가 하마터면 골로 갈 뻔했네요. 인제 얼른 마셔야겠습니다.

까짓것 남은 것을 다 보탠들 소주잔에 한잔도 다 못 채울 텐데…

 

하여튼, 그것 사러 가기 전에 먼저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보니까 적은 사이즈로 사는 것보다 차라리 큰놈으로 사는 게 훨씬 나아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는 자전거로 10분 거리쯤의 비교적 가까운 더군다나 가까우니까 지리적 정보도 익히 알만한 곳 가게부터 찾아갔습니다.

 

그놈(1,500mL) 인터넷으로 가장 싼 가격이 9,900원 하던데 거기서는 만원을 조금 더 넘깁니다.

그 집을 나와서 인터넷으로 확인했던 가게를 찾기로 했죠.

 

거기는 그 자리서도 10분쯤을 더 가야 나오는 곳에 자리한 가게였거든요.

아주 예전엔  이 동네서 처음 자전거를 구했을 때 지리도 익힐 겸 그 자리를 자주 나다녔는데 너무나도 오래간만에 찾아가려니까 은근히 걱정도 했었답니다.

그러나 제 걱정과는 달리 비교적 쉽게 그 자릴 찾아갈 수 있었지요.

 

가게를 찾아서도 가게 곳곳에서 안내하는 점원에게 물었더니 어느 방향으로 쭉 가면 있다고 해서 그것 찾는 것도 그리 어려움 없이 나오는 길도 그 자리 점원한테 묻고서 비교적 간단하게 자전거 주차한 곳까지 무사히 도착했었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정말이지 아득했답니다.

 

공간 개념이 매우 약합니다. 모르는 길에서는 정면을 보고 있다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서고 나면 방금 봤던 자리를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거든요.

- 틀림없이 이쪽으로 가는 게 맞을 거야! -

- 뭐야 도로 표지판을 보니까 정 반대쪽으로 와버렸잖아! -

- 어^ 반대로 오긴 왔는데 어디쯤에서 코너를 돌아야 하지??? -

 

그때가 천만다행으로 밤이 아니고 대낮이었기에 집을 찾을 수 있었지요.

3만원 가까이 들여서 세 통이나 샀습니다.

자전거 뒤쪽으로 묶었기에 그렇게 매우 무겁지도 않았는데 길을 제대로 못 찾으니 삐질삐질 땀나지요, 자전거에서 묶은 줄이 낡아 떨어지지나 않을지 불안하지요, 마침내 우리 아파트에 들어오는 순간엔 땀에 흠뻑 젖었답니다.

 

어쨌든, 올 추석은 푸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중에 내일 어머니한테 내밀어야겠습니다.

 

틀림없이 그런 걸 뭐 하려고 샀냐면서 책망할 테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한번 까고 나면 유통 기한이 있으니까 천년만년 저 홀로 먹을 수도 없는 노릇아니겠어요?

 

그나저나 술 참은 날로부터 쭉 저의 날짜계산기가 웹 문서를 통해 돌고 있었는데 그 정확성을 알고자 윈도의 계산기를 돌렸거든요.

그랬는데 제가 짠 계산기나 윈도에서 나온 계산기나 거의 일치하네요.

이 역시도 은근히 기분이 좋습니다.

 

어쨌든 그 작은 것도 올 한가위를 기점으로 뭐든지 잘 풀릴 징조로 여기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