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평범할 수도 있는 한마디... 잘자요 엄마...
이제 평생이 잠이 드는 그녀는.... 엄마에게 말한다.....
잘자요.... 엄마.....
이 공연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슬프지는 않을까... 가슴이 너무 아프지는 않을까...
기대반, 우려반의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이제는 늙어버린 모습으로... 조금은 기력이 쇠한 목소리로....
TV를 보며, 노래를 부르며 등장한 손숙 선생님....
잠시.. 우리 엄마도 늙으면 저런 모습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마지막을 분주히 준비하면서... 엄마를 끝까지 챙기려는 딸 제시...
밥은 먹었니, 어디 아픈데는 없고... 처럼 너무나 일상적인 말로...
자신의 자살을 예고하는 그녀...
어찌 마음의 갈등이 없었을까 싶지만.... 너무 담담히 그 사실을 알리고는....
계속해서 마지막을 준비하는 제시의 모습에... 가슴 한편이 저려왔다....
간질이라는 병과.. 이혼이라는 상처.. 그리고 자식이라는 업보..
그녀에게 삶의 짐은 그리 버거웠던 걸까....
조금만 일찍 엄마에게 허심탄회했더라면.... 그녀가 희망을 가졌다면...
그녀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었을까...
병도, 이혼도, 자식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그녀에게...
자살이라는 마지막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남겨졌던 단 하나였을까....
델마는... 엄마라는 이름의 그녀는...
제시라는... 딸이라는 이름의 그녀의 선택을 막기 위해... 사력을 다해보지만....
어느 순간, 시간을 멈출 수 없는 것처럼...
그녀의 선택을 되돌릴 수 없었던 것을 인정했던 것 같다....
그냥 덤덤히... "오빠가 같이 살자고 하면 어떡하지..."라며 낮게 되묻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은 체념할 수밖에 없는 그녀의 슬픔이 보였다....
마지막을 위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제시를 막기 위해..
그녀를 있는 힘을 다해 안고... 방문을 잡고 애원해보지만...
그렇게 마지막은 결국 오고 만다....
이미 충분히 예고했지만... 한발의 총성과 함께 끝난 마지막에...
한동안 멍해 있었던 나....
공연장을 나오고 나서야...뒤늦은 울음과 연민이 나를 덮쳐왔다....
자살이 삶에 대한 회피일지, 삶에 대한 선택일지...
그건 온전히 스스로의 몫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