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접할 기회가 쉽지 않았다.
매번 갈구만 하다가 아컴 이벤트 도움으로 '민들레 바람되어'를
딸과 함께 보게 되었다.
평일인 탓인지 부부 동반보다 중년 여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간혹은 내 딸 또래의 젊은이가 눈에 띄기도 했다.
죽은 아내의 무덤에 찾아와 던지는 남편의 독백과
대답하는 죽은 아내와의 대화가 참 현실적인 대사였다.
딸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재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말하고
직장에서 승진할 것 같다고 이르고
신장이 아프다고 토로하고
직장생활 힘들다고
재혼한 아내가 바람 난 것 같다고
딸의 결혼식에 아내의 빈 자리가 커 슬퍼하는 대사가
울컥..딸을 키우고 있는 아비의 심정을 헤집을 때
딸아이의 흔들리는 어깨를 보았다.
남편과 함께 봤으면 했었는데
딸과 함께 한 시간도 값진 시간이었다.
한평생 고락하다 나란히 합장한 부부의 무덤가에
먼저 간 아내의 무덤을 찾은 초로의 연륜 앞에서도
민들레는 가만히 바람에 흔들리고 있을까.
부부의 연이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민들레 홀씨처럼
정처없이 흐르다 머문자리에 꽃피운 운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