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로에 남편과 함께 가서 공연 잘 보고 왔습니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배우들의 연기가 연극에 더 집중하게 하더군요.
인희 역에는 송옥숙씨가 연기를 하셨는데,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똥덩어리"라는
욕을 먹어가며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했던, 첼리스트 아줌마 역할과 "그대, 웃어요"
에서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는 물오른 배우라는 생각을 하다가 공연장에서
보니 극중 배역을 잘 소화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배우들도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잘 연출했고, 노희경 작가의 작품답게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신경써서 실감나게 표현했더군요.
치매로 고생하는 시어머니를 두고 먼저가게 된 며느리가 다른 가족 고생안하게
같이 죽자며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며느
리가 시어머니에게 이런 대사를 합니다. "잠깐이라도 정신 들어왔을 때 혀 한번
꽉 깨무세요".
또 늘 말썽만 부리는 남동생이 누나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게 되자 "왜 아프고
지랄이야"라는 대사를 할 때 그 말이 욕이지만 그렇게밖에 표현 못하는 남동생
의 마음이 이해되고 또 누나가 제일 좋아하는 호두과자를 사와서는 "전자렌지
에 살짝 뎁혀 먹어야 더 맛있다"는 대사는 객석을 울다 웃게 했습니다.
너무 많은 대목에서 관객들이 울어 훌쩍거리는 소리에 가끔 대사가 안 들릴
정도였지만, 꽉찬 객석, 열연하는 배우들....남편도 옆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
습을 보며 정말 좋은 시간임을 공유했습니다.
요즘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없어 문화생활이 쉽지 않은데, 늘 기회를 제공
해주는 아줌마닷컴에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공연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