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지우의 만화영화가 아니면 시사회에 세군데 이상 응모하지 않는데 이번 영화는 이상하게 꼭 보고 싶었다. 도가니란 영화를 보지 못 했지만 이 영화를 무조건 보고 싶었다.
보고 나서.. 왜 그렇게 보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억울하게 딸을 잃은 엄마의 그냥 충동적인 살인이라고 생각했다.
내 새끼 잃었으니 내 새끼 상처입힌 놈들 모조리 죽여야지..하는 그저 그런 느낌.
하지만 아니였다.
그저 고등학생이 되어 좋아하게 된 오빠에게 초콜릿을 주고 싶었을 뿐이었던 곱고 고운 고등학교 1학년 새내기였던 은아...
그런 은아를 그저 자신의 재미상대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같이 폭행하려는 계획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긴 악랄한 고등학생 조한, 게다가 나중에 사는 꼬라지 보니 집에서 애지중지 잘 키우고 좀 사느집 애 같더만..
그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폭주족이면서 다른 사람 차에 있는 금품을 털고 할 줄 아는것은 욕하는것과 폭행뿐인 박준
그 누가 봐도 지 멋대로 큰 동네 양아치이자 빈 자기집을 아지트 삼아 미운 짓 나쁜 짓은 골라서 하는 민구
더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음을 자신이 더이상 버텨낼 수 없음을 실감하고 모든것을 던져버리고 싶은 아이의 마지막 발악
그저 멍하니 자신의 딸을 유린한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유림.. 그리고 자신의 딸이 받은 상처를 고스란히 자기 심장에 박아넣어야 하는 유림.
모든것을 정리하려고 하다가 아직 끝난게 아님을 알고 괴로워하는 유림.
시놉시스.
다른것은 다 사족이다.
막 고등학생이 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딸이 있다. 이 딸은 고등학생이 막 되었고 엄마의 이혼을 잘 이해하고 받아주는 아주 믿음직스럽고 배려심 깊은 아이다.
부모의 이혼으로 전학을 했고 그 사실을 잘 받아들였고 새로 친구를 사귀기 위해 애를 썼다. 그리고 그 또래의 아이들 처럼 이성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잘 보이고 싶었다.
새로 휴대폰을 선물 받았고 친구에게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전화번호도 줬다.
그저 말만 걸어줘도 날 좋아해주나 사랑해주나 설례고 행복해 하는 그저 어린 아이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줄 초콜렛을 만들었고 용기를 내서 주려고 했고 받아준다고 해서 정말 기쁜 맘으로 갔다가 말도 안 되는 상처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도서실 옥상에 겁도 없이 단둘이 남자를 만나겠다고 올라간 이 아이는 몰랐나 보다. 친구가 별로 좋은 아이가 아니라고 몇번을 경고를 했음에도 겁없이 그렇게 하다니. 아이에게 절대 혼자서 어딘가에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면 안 된다고 교육을 다시 다시 시켜야겠다.)
어떻게 해서든 잘 버텨보려고 했는데 이겨내려고 했는데 이녀석들 핸드폰으로 찍은 동영상을 빌미로 다시 불러내서 유린한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덮을까? 무시할까? 아님 지금은 아프고 쓰리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아이는 더이상 버틸 힘이 없다.
그냥 무기력하게 부서져 버렸다.
부서져 버린 아이를 엄마는 가슴에 묻고 그 조각 조각 하나 하나 품다가 알게 된다.
자기 아이가 자신이 모르는 더 큰 상처로 더 산산조각이 나 있었음을..
그리고 참 아이러니 하게도 그렇게 만든 아이들은 자신들이 미성년자라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잘 이용하고 있다는것을.
그저 아이가 죽고 나서 아이를 음해하는 동영상을 없애기 위해 찾아갔다가 우발적으로 사고가 나고 모든일이 흘러가게 된다.
(누군가가 살해당할 때 마다 잘했다.. 저런 돼지새끼는 멱을 따 죽여야해.. 저런 새끼는 사람이 아니야.. 등등... 영화보는 사람들이 무심결에 내 던진.. 나도 내 던지게 되는 말들... 만약.. 내 새끼가 저렇게 마음이 병이 나서 누군가를 해했다면 어쩌지.. 라는 무서운 생각도 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작은 반전(너무 작아서 반전 같지도 않았고 그럴줄 알았다 싶었던 반전) 게다가 중범죄자도 아닌데 실탄을 바로 심장에 박아 넣은 너무도 무능한 형사.
그 사건 헌장에 내 아이가 봤음에도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은것을 알고 자기 새끼 걱정부터 하는 형사....
중간 중간 보이는 우리나라 법체계의 허술한 모습..그리고 무기력한 모습
그리고 그보다 더 무력한 우리 엄마들.
어떻게 해서든 내 새끼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내 새끼를 위해서는 남의 새끼는 유린하고 망가뜨려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무한이기주의의 엄마들까지.
딸을 키우던.. 아들을 키우던 이 영화는 봤으면 좋겠다.
사족) 동호가 대사를 읽었다...ㅡㅜ 게다가 쓸데없이 나오는 커피숍 공사장면이나 커피숍 홍보 아놔...진짜 이렇게 맥을 끊어 먹나... 도..동호야.. 너... 대사가 너무 많았어..그냥 가만히 있는게 더 좋았을텐데..ㅡㅜ
예전.. 학교 다닐때 선생님이.. 딸 하나 하나 제대로 성교육 시키고 가르치는것도 중요하지만 아들 하나를 제대로 성교육을 시켜두면 남의 집 백명의 딸 신세를 망치지 않는다고 했다.
난 이 말 적극찬성이 되었다.
울 꼬맹이는.. 제대로 키워볼란다..아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