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이 자유로운 직장에 다니는 남편과 함께 가을 단풍이 고운 동대 입구역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공지가 잘못 되어 11시로 알고 간 우리는 11시30분 공연
임을 확인하고 근처에 산책을 하며 커피 한잔을 하는 여유를 부려서 더욱 좋았
습니다.
뜻밖의 선물로 받은 고급 다이어리 2개는 집에 와서 사랑하는 딸들에게 주었더니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생각지도 않은 선물까지 받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관객 중 남자가 나의 남편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살짝 걱정했지만, 의외로 부부
가 온 사람들이 저희 말고도 몇 쌍 더 있었습니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을 쓴 작가에 대해 검색해보니 드라마 "장미빛 인생"을 쓴
작가더군요. 제 기억으로는 최진실씨가 아주 열연을 했던 그 작품, 드라마 속의
주인공이 가여워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기도 전에, 남편의 컴퓨터 속 비밀번호 안에 들어있는
남편만이 아는 비밀.....
배우가 책을 읽어주는 방식이라....무척 궁금했는데, 읽는 것 자체가 연기이고,
또 연극의 대사들....남자배우는 일인 다역의 연기를 해서 간간이 웃음도 자아
내고 아주 좋았습니다.
딱한가지 흠이라면, 공연장측에서 미취학 아동을 입장시켜 여자 아이가 소곤
거리는 소리가, 조용한 공연장에 들릴 때마다 열연을 하는 배우들의 집중력을
깨뜨릴까봐 제가 불안한 마음으로 공연을 보아야했습니다. 아이 데려온 사람
에게 데리고 퇴장해달라고 정말 말하고 싶었으나 휴식시간없이 진행되는 연
극이라 그럴 틈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얌전한 아이라도 어른들 공연이 지루한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떠드는 아이가 잘못이 아니라, 데리고 온 엄마나 입장
을 허락한 공연장에 잘못이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