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은 어려울 때마다 원칙이라는 큰 틀을 지켰다.
1. 기록물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 정치투쟁은 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의 계략(싸우는 모습을 보여 줌으로서 양비론을 유도) 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선언
2. 나에게 책임을 물어라.
→ 늘 책임을 회피하는 이명박 씨와 정말 비교가 됨
3. "전직 대통령은 내가 잘 모시겠다."라고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이야기했습니다.
→ 기본적인 신뢰가 깨졌으며 거짓말하는 정치인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습
4. 이명박 대통령을 오해해도 크게 오해한 것 같습니다.
→ 혹시나 하는 기대를 접었음을 말하는 것이며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와 일치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5. 국가기록관장은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 공안정국으로 광범위한 청와대 눈치 보기가 진행되고 있고 공무원들이 소신 있게 일하는 모습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었습니다. (참여정부 때는 그 소신이 너무 과해서 문제였는데…. ㅠㅠ)
6. 천리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 이 사태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7. 공작에는 밝으나 정치를 모르는 참모
→ 참모라고 빗대어 이야기했지만 이명박 씨에게 직접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공작정치를 중단하라 그리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8. 우리 경제가 진짜 위기라는 글들은 읽고 계신지요?
→ 작은 것에 집착하여 큰 것을 잃을 것을 염려한 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정치게임이나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따끔한 충고이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더 큰 불행이 닥쳐오리라는 준엄한 경고입니다.
봉하를 공격하여 촛불민심을 희석 시키려는 이 정권의 술수에 속아 넘어갈 노무현이 아니다.
편지 한 통으로 이메가를 아작낸 노무현
(아고라 / 유리강물 / 2008-7-16)
오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낸 편지의 의미는 무척 큽니다. 이는 이메가 정권의 정치적 공작 기도를 완전히 좌절시킴과 동시에, 이번 사태를 현 정권의 부도덕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해프닝으로 귀결시켜 버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메가 정권 측으로서는 참여정부의 기록물들을 반환받는다는 게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반환을 청와대에 하는 것도 아닐뿐더러,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현 정권은 핵심적인 기록물에 대해서는 열람 권한 자체가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정권의 일하는 방식으로 보건대 국가기록원에 열람 신청을 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볼 정도로 성실한 인간들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즉, 봉하마을 측으로부터 해당 자료를 돌려받는다 하더라도 이메가로서는 아무런 실질적인 이득도 없으리라는 것이지요.
이런 측면에서 보건대, 청와대가 굳이 봉하마을을 물고 늘어진 것은 정치공학적 이유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이메가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일본의 역사교과서 지침 문제 등으로 인해 기존의 지지세력인 보수층에게 심한 질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사면초가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기존 보수층에게는 '공공의 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워서 비난의 화살을 이쪽으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만일 이것이 목적이었다면 청와대는 어떻게 해서든 봉하마을을 자극해서 법정 공방으로 끌고 오려는 책략을 취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태까지 청와대가 보여준 행보가 이 모든 것들을 증명합니다. 봉하마을 측에 필요 이상의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익명'으로 반복함으로써 봉하마을 측의 과잉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서 '그럼 한 판 해보자'라는 전면전을 유도하려 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관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법정 공방에 들어가면, 판결의 여부를 떠나서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 언론들이 노무현 대통령을 일점사할 좋은 터전이 마련됩니다. 그렇게 되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지요. 어차피 이메가의 지지세력은 조중동이나 보면서 하악대는 정도의 지적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집단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노무현 대통령의 자료 반환 선언과 이메가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로 인해 이러한 기도는 완벽하게 좌절되고 말았습니다.
국가기록원 측에서 '반환하지 않으면 법적 대응하겠다'고 언급한 이상, 자료를 반환해버리고 나면 법적으로 물고 늘어질 여지가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문화를 정착하겠다는 이메가 자신의 '빈말'과는 무관하게, 전체적으로는 결국 전직 대통령 흠집 내기가 목표였다는 것이 이 편지를 통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통쾌한 끝내기 홈런이 아닐 수가 없네요.
이로써 이메가는 참여정부의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돌려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신 정치인의 생명과도 같은 '신뢰'나 '도덕성' 등을 모두 내주게 되었네요.
즉, 국가기록원 좋은 일만 시켜주고 자기는 된통 얻어맞은 셈입니다. 바깥에서 새는 바가지 안에서도 샌다고, 아무 힘도 없는 전직 대통령에게조차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얻어맞기만 하는군요. 하긴, 이 신통치 못한 작자는 이 사태를 두고 '자기가 승리했다'며 자축할 게 뻔하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