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얘깃거리와 잡음이 많은 사람이 경제부총리로 내정됐다.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바로 그다. 당선인은 ‘박정희 따라하기 내각’의 경제수장으로 현 후보자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나 보다. 하지만 현 후보자 덕분에 볼거리 많은 인사청문회가 될 게 확실해 보인다.
‘사연’ 많은 사람이 부총리 후보? 의외다!
정말 의외다. ‘사연’이 많아 논란이 될 게 분명한 인물을 어떻게 후보로 지명했을까. 또 다시 검증 작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공항 매각, 서울지하철 9호선 특혜 의혹 등으로 논란이 됐던 투자회사 ‘맥쿼리그룹’과 관련된 의혹에 그의 이름이 등장한다.
인천공항 매각 추진의 ‘발판’을 제공한 게 현 후보자라는 의혹이 무성하다. 2008년 현 원장이 공공기관경영실적평가단장을 맡았을 때 작성한 인천공항 관련 평가보고서는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상하고도 아주 수상한 보고서였다.
매출 9714억원, 영업이익 4606억원, 당기순이익 2701억원의 인천공항. 그런데도 현 후보자의 ‘2007 공공기관경영평가’는 인천공항을 14개 공기업중 최하위 수준인 12위로 평가절하했다. 형편없이 저평가된 이 보고서를 토대로 인천공항은 MB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 1단계’에 포함돼 민영화 대상 공기업으로 분류된다.
인천공항 매각 근거 제공한 장본인
황당한 평가보고서에 대해 야당의원의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MB의 아바타’로 불렸던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조차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납득할 만한 평가가 아니다”라고 대답했을 정도였다. 게다가 매각 명분을 쌓기 위해 짜맞춘 보고서라는 의혹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정황들이 등장했다.
당시 후보자는 MB정부의 국제개발협력위원회의 인천경제구역위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으며, 인천공항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맥쿼리그룹은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적극 투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현 후보자가 문제의 맥쿼리그룹과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해주는 건 조대연, 송경순 멕쿼리인프라 감독이사들과의 친분관계다.
현 후보자와 조대연 감독이사는 경기고 65회 동창이다. 맥쿼리 그룹의 MB인맥으로 통하는 또 다른 감독이사 송경순 씨는 MB정부에서 국제개발협력위원으로 현 후보자와 함께 활동했다. 송경순 씨는 MB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MB가 1990년대 말 국회의원을 사퇴하고 미국 워싱턴에 머물 때 한 달에 한 번씩 송경순의 집에서 세미나를 열기도 했고, 서울시장 재직시에는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건립을 위해 AIG 외자를 유치하는 협상에 관여하기도 했다.
'맥쿼리' MB인맥 송경순, 후보자의 경기고 동창 조대연
맥쿼리그룹을 염두해 두고 인천공항 민영화를 추진했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맥쿼리그룹은 2002년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도로, 항만 등 SOC 민간투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호주계 금융그룹이다. MB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씨도 맥쿼리IMM자산운용의 대표를 지냈으며,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의 상주고(상촌회) 후배인 이채욱 인천공항 사장의 큰 사위도 맥쿼리에서 근무한 경력을 갖고 있다.
맥쿼리그룹은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도시철도 9호선, 우면산터널, 천안-논산 고속도로, 부산 백양터널, 대구 4차 순환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 마창대교 등에 투자해 연간 수천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지하철 9호선과 우면산 터널 특혜 의혹(대출 편의, 최소운영수입 높은 수익률 등)은 MB가 서울시장으로, 송경순씨가 맥쿼리 감독이사로 재직했던 시기에 일어났던 일이다.
MB-송경순-현오석-조대연-유일호 커넥션?
‘황금알 낳은 거위’인 인천공항을 맥쿼리에 매각하려는 계획은 치밀하게 진행됐다. 2008년 국회 국감장에서 야당의원들이 이채욱 인천공항사장에게 ‘지분 15%를 전략적 매각 대상으로 둔 이유가 뭐냐고 질타하자 “15%을 공항전문기업에 넘기겠다는 것이며 그런 전문기업이 국내에는 없다”고 답했다. 논란이 되자 MB정부는 아예 외국인 지분을 30%까지 허용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현 후보자는 인수위 당선자 비서실장인 유일호 의원과도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고 5년 선후배 사이로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이들은 맥쿼리 감독이사인 송경순과 조대연 씨와도 학연 등으로 연결돼 있다. 서로 막역한 사이일 것으로 짐작된다. 송 씨는 방송인 백지연 씨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맥쿼리 의혹’ 말고도 현 후보자를 둘러싼 ‘얘깃거리’는 많다. “박정희 경제신화의 화장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한 경제민주화 전도사 유종일 교수와의 마찰도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2012년 5월 KDI 국제정책대학원 총장을 겸임하고 있던 한 현 후보자는 유종일 교수에 대한 징계를 추진한다. 정치 관여 등 교수로서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사실은 MB정권을 비판하는 유 교수를 제거하려는 게 목적이었다.
구성원 정치탄압, 논란되자 거짓말로 일관
거짓말을 했다. 논란이 되자 현 후보자는 자신이 징계를 추진한 게 아니라 “징계를 건의해 총장으로서 결재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KDI대학원 고위 관계자는 언론에 “현 총장이 직접 (유 교수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유 교수를 두고 “좌파 대학원이 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현 후보자가 “그런 얘기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KDI의 한 교수는 “학교 고위관계자로부터 (현 총장이) 그런 얘기를 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고 반박했다.
유 교수에 대한 징계수위를 총장이 결정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 현 후보자가 “징계수위 결정은 징계위 고유권한인데 총장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잡아뗐으나 징계위 소속의 한 교수는 “그럴만한 사안이 아닌데도 현 원장이 (유 교수의) 파면이나 해임을 요구하고 있어 (징계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상반된 주장을 폈다. 명백한 정치탄압이었다. 유 교수는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감수해야만 했다.
MB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대단했다. KDI원장으로 있으면서 한미FTA, 4대강 사업, MB경제 정책 평가 등 예민한 국정현안과 관련해 철저하게 정부편을 들었다.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경제성장 전망치를 억지로 꿰맞추기 위해 연구원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2011년 말 한미FTA의 성장률 상승효과를 반영하라는 현 후보자의 급작스런 지시에 의해 전망치를 3.8%로 발표했다가 넉달만에 다시 2.5%로 바로잡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MB 충성도 탁월 ‘보은 발탁’? ‘이명박근혜’ 가동됐나
MB정권에 대한 충성도를 앞세운 연구원 운영에 구성원들의 반발이 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의 1/3가 퇴직했다. 핵심 연구원들이 거반 빠져나가고 잔류 연구원들 대부분은 신입이거나 연차가 높은 선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부총리 발탁은 정권충성도가 반영된 ‘영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명박근혜’의 유대감이 또 가동된 걸까?
인천공항 매각을 둘러싼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 후보자다. 정부가 그가 작성한 인천공항에 대한 공공기업경영평가를 근거로 인천공항을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또 그와 송경순, 조대연 씨와의 관계는 정부가 맥쿼리그룹에게 공항 지분을 넘기려 한다는 의혹의 단서 역할을 했다.
‘맥쿼리 의혹’이 영화화 되기도 했다. 2012년 김형태 감독에 의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된 ‘멕코리아’가 그것이다. ‘국유재산을 대통령과 국회의원이 팔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맥쿼리가 각종 특혜를 받아가며 SOC분야에서 종횡무진하는 상황을 묘사한 영화다. 송경순 씨는 의혹을 파헤치려는 강희용 서울시 의원과 함께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다.
공지영, 탁현민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던 이 영화는 “내용이 일부 왜곡됐고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 맥쿼리자산운용으로부터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