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상실하고 술이나 도박 마약 등에 중독되거나 삶을 포기하는 이들, '성공'이 아닌 저항이나 사회변혁 등
자기나름의 목표를 재설정하는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는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분배와 사회적 고려가 배제된 '천민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파괴하는 지를 잘 보여 준 분석과 이론이었죠. 이후 미국사회는 많은 고민을 하고 '승자독식 사회'를 벗어나기 위한 복지와 교육, 공동체 복원, 사회적 일자리 창출, 가치의 다양화 같은 노력들을 전개해 나갑니다. 그래도 여전히 유럽 수준엔 도달하지 못하는 '불평등 사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죠.
우리가 지금 사는 모습은 마치 미국의 1950년대, 머튼의 아노미론이 등장하던 때와 유사해 보입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보여준 '파멸을 향해 달리는 브레이크 없는 고속철'같은 모습이죠.
1%도 안되는 극소수 '누리는 자'들은 돈을 주체 못해 별 희안한 짓거리들을 다 하는 가운데 중산층은 이미 붕괴되어 없어졌고, 서민들은 돈 없다는 이유만으로 괄세받고 무시당하고, 삶의 기본적 안전망마저 붕괴된 채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제가 영국에서 5년, 미국에서 1년 살면서 겪고 느낀 그곳 '자본주의 종주국'의 모습은 우리와 많이 달랐습니다. 동네 자동차 수리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가 초등생 손자를 방과후에 데리고 고객의 차를 수리하러 다니고, 그 소년은 숙련돤 조수 역할을 합니다. '공부 안하냐?' 물었더니 '이게 공분데요? 난 할아버지처럼 자동차 수리공 될 거에요'라 당당히 답하는 모습. 부자나 교수나 장관이나 수상도 수리공이나 주차위반 단속요원을 무시하지 않으며 존중하고, 그들도 '높은 사람' 앞에 조아리고 쩔쩔매지 않는 사회. 좋은 대학 안 나와도 먹고사는 데 지장없고 평범한 서민적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에 굳이 자녀에게 공부하라 닥달할 필요가 없는 사회. 미국도 교수 연봉보다 배관공 보수가 더 높습니다. 교수는 대신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하며, 저술 등 능력에 따른 부가수입이 가능하죠.
우리나라는 경제와 사회, 국가 운영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부정과 부패 결탁과 야합으로 기득권과 특권을 유지해 온 집권 세력이 뒤틀고 방해하고 망쳐 온, 그래서 꼬이고 뒤틀린 세상의 얽힌 실타래를 과감하고 혁신적으로, 그러면서도 세심하고 세밀하고 전문적으로, 고쳐나가야 합니다. 그것도 매우 빨리, 더이상 고치기 힘든 병리의 고착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1970년대 영국 경찰에 뿌리깊이 번진 부패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던 '로버트 마크'경은 자신이 행한 '부패와의 싸움'을, "환자를 죽이지 않으면서 온 몸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해야 하는 매우 힘들고 어려운 수술"이었다고 평했습니다.
지금 정권은 잘못가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에서의 부정선거 문제는 아예 빼고, 지향하고 행하는 일과 정책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개혁이란 미명하에 오히려 사회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킬 사영화 민영화, 대기업과 외국자본 중심, 성장 지향, 복지 축소, 고용불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참여하는 극소수만 극단의 이익을 볼 수 있는, 반대하거나 동참하지 않는 이들에겐 사법처리와 징계와 해고와 불이익이 안겨지는 방향과 방법과 수단들을 '원칙'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정치와 이념의 문제, 그리고 박정희와 박근혜에 대한 미움과 분노 감정으로 행하는 '투쟁'은 보통사람들, 서민들에게 거리감과 이질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리고, 정권의 노회하고 약삭빠른 자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립니다. 안보, 종북, 망국적 귀족 노조의 생떼, 시위꾼, 국익을 저해하는 집단이기.... 부회뇌동하는 언론과 방송, 언론과 방송을 철썩같이 믿는 순수한 다수 국민들.... 참 걱정입니다.
투쟁도 필요하고, 연대도 필요하지만, 정치적 힘 모으기와 정확한 사실 공유하기,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역시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나마 소수 대안 언론과 방송, SNS와 촛불 시민, 안녕들에 동참해 주시는 학생들을 통해 점차 합리적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희망적입니다.
저도 그러겠습니다만, 우리 좀 더 차분하게, 감정을 좀 삭이고, 차분하고 진지하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제에 대해 보다 정확하고 분석적으로 들여다보고, 바람직한 변화방향에 대한 대략적 공감을 형성했으면 좋겠습니다.
100미터 달리기의 전력질주도 필요하지만, 결국 길고 오랜 세월 고착화된 부조리와 모순과의 싸움은 마라톤 아니겠습니까? 지금 당장, 빨리, 바라는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포기하거나 좌절하거나 절망하거나 변절하지 말고, 우리 서로를 믿고, 정의의 승리를 믿고, 희망으로, 흔들리지 말고, 함께, 앞으로 나아갑시다.
지금처럼, 모두를 속이고 불행하게 만드는, '개천에서 용 나올 수 있어'의 세상이 아닌, '개천에서의 삶도 안전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세상을 향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