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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반가웠다가 이내 실망한,,,


BY 미개인 2014-07-13

어젯밤 몸이 많이 무거워서 잠시 쉰다는 게 가게문을 활짝 열어두고 잠들어버렸고,

새벽 두어 시 경에 깨어나 땀이 범벅이 되어 끈적거리는 몸뚱아리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씻어주고,

또 다시 기절을 했는데,조금 늦게 일어나 위대한 단국대 치대와의 투쟁에 나섰다.

차를 세우고 마악 현수막을 걸려는데 아주머니 두 분이 같은 조끼를 걸치시고 비닐봉지를 들고 쓰레기를 줍는게 보인다.

'동참하는 분이 벌써부터 생겨나는구나'며 과거 금북정맥에서의 2년 가까이 지나고나서 반응이 왔던 것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것이어서 반가운 나머지 ;감사합니다!'고함을 질러대고 말았다.

그런데 주춤주춤 뒤를 잇는 사람들도 무슨 로타리클럽이라 씌여진 조끼는 걸치고 있구먼!

사진 찍으러 왔구나...하면서도 그래도 어디냐며 기분이 좋았다.

바로 현수막을 설치하고 그들 뒤를 따라보았는데,청소를 한 것인지 수다를 떨러온 것인지 대충 훑고만 지나갔네.우쒸~

그렇게 모은 쓰레기도 공원 한구석에 처박아버리고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에효~

 

어제 철수를 하려는데 저만치서 들려오는 섹소폰 소리에 이끌려 갔다가 앵콜곡으로 '애모'를 신청까지 해가며 

한 섹소폰 동회회원들의 줄을 잇는 연주를 감상하면서  어깨까지 들썩였던 곳을 청소할 땐 어제의 감흥이 남아있어서 기분이 몹시 유쾌했다.

음악의 효과일까?아님 중년의 그들의 열정이 전염된 것일까?참 오랜만에 흥겨웠던 밤이었다.

나도 해보고 싶어서 일단 명함을 청해 내것을 주고 그들의 것을 받았는데,

ㅋㅋ당장 바늘구멍 만큼의 틈새도 갖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주제에 무슨 사치를 부리고 싶어했는가 싶으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제 연주를 들으면서도 눈에 띄는 쓰레기를 줍는 나를 보고 한 어르신이 칭찬도 해주셨는데...

별것도 아닌 걸 갖고 칭찬까지 받고 쑥스럽기도 했지만 감사하기도 했었다.

 

어제가 불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닥 쓰레기가 많지 않은 것을 보고 내심 반가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없어지진 않았기에 모은 쓰레기들을 코트마다 한가운데 쌓아놓고 운동까지 후딱 마쳤다.

시원~하게 세수를 하고 돌아오려는데,늘 마음에 걸렸던 다리아래의 ,가물어서 생긴 모래톱위의 쓰레기가 걸렸다.

늦잠도 잤겠다,과일과 견과류로 하는 아침식사도 든든히 했겠다,에라 모르겠다며 다리아래로 내려갔다.

으악~

그런데 내려가자마자 다리밑에서 풍겨오는 ,과거 재래식 화장실에서나 맡음직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더군다나 오래 가물어서 드러난 모래톱이 단단하겠거니 했던 게 가장자리에서 푹푹~빠지며 기분 참...엉망이다!

그래도 기왕 내려왔으니 깨끗이 해야겠기에 다리밑까지 엉금엉금 기어들어가서 샅샅이 훑어가며 청소를 했다.

보기보다 쓰레기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한 수레 정도는 됨직한 쓰레기 더미가 쌓였다.

그동안 관찰해온 결과 사람들이 가끔 서서 흐르는 물속의 피라미쯤을 관찰하곤 하는 자리쯤에 쓰레기를 쌓아두고...

발에 피부병이라도 걸리지 않을까 싶은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기 위해 화장실로 달렸다.
양말을 벗어서 빨고 발에 물을 연신 부어가며 씻어댔다.

다음부턴 비누라도 갖고 다녀야지 원~

맨손으로 쓰레기를 줍는데,그냥 물로만 박박 씻어대는 게 위생적일 리 없다고 생각하던 차이지만 ,

오늘처럼 똥구린내가 진동을 하는 다리밑의 시커먼 뻘에 푹푹 빠지면서 더러워진 손발을 물로만 씻으려니 우엑~이다!^*^

그래도 그 손으로 삶은 감자 껍질 까서 잘도 먹는 미개인!ㅋㅋㅋ

 

오늘은 서너 살쯤 돼 보이는 아기의 손을 잡고 부부가 낚시를 하러 왔기에,뭐라 하려다가 남자 덩치가 커서 쫄았다.

속으로만 '애까지 데리고 다니며 불법 저지르는 걸 보이냐?그 집 구석 잘도 굴러가겠다!'며 저주를 퍼부었다.^*^

사실 겁나는 건 없었지만 아이와 아내까지 보는 앞에서 싸움이라도 벌이게 될까봐 참은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더런 내가 주워모아놓은 쓰레기 더럽다고 만지지 말란다.

신발! 난 만져도 되고 니 새끼는 만지면 안 되냐?

그 더러운 걸 왜 버리고 다니냐고 따지고 싶었지만,인생이 불쌍해질까봐 참았다.역시 미개인이여!^*^

 

그리고 또 저만치서 젊은 커플이 낚싯대를 하나씩 들고 낚시를 한다.

"낚시 금지구역인 거 몰라요?" 했더니 그래서 조심스럽게 쓰레기도 안 버리고 하고 있노라며 항변을 한다.헐~

중앙차로 조심조심 넘으면 사고가 안 나고 벌점이 없냐?하려다가 그래..연애기분 실컷 내라고 거기서 그쳐줬다.

그래도 꿋꿋이 저만치 도망가서 또 하는 대단한 커플이여~

그 집구석도 잘 돌아가긴 애초에 글러먹었구료~ㅠㅠ

 

내가 워낙 잘하는 것보단 잘못 하는 걸로 시비를 거는 스타일이라 남들에게 좋은 소린 못 듣고 산다.

하지만 그런 나를 보고 칭찬을 해주는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도 가끔은 만나니 뭐~쌤쌤!

욕 좀 몇 번 먹고,싸움질 몇 번 하면 조금은 나아지겠지...

낚시를 하려다가도 미개인의 무식한 꼬라지가 보이면 슬쩍 피하는 시늉이라도 하다가,치사해서 돈주고 유료낚시터 이용하겠지...

 

원래 좋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는 게 눈치도 봐야하고 싫은 소리도 들어야 한다.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다들 그르게 살고있어서 생기는 현상인데...

어이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쯤 각오하지 않고 나선 것도 아니라 기가 막히지도 않는다.

나에게 좋은 흔적 남기기란 과제를 떠안긴 안 철수도 보시라.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열정으로 나라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익숙해 있는 편안한 생활을 포기하고 

오로지 순수한 사명감만으로 나섰건만 나서자마자 사방에서 ,심지어는 '안 철수 현상'이란 이름으로 그를 불러냈던 사람들까지도 

툭툭 치질 않나,딴죽을 걸어서 넘어뜨리질 않나,질근질근 짓밟아대려 기를 쓰고 있으니...

안 철수도 인간인지라,하도 억울하니 엊그젠 볼멘 소리도 하더라!^*^

하지만 우리들 호랑이가 그깟 방해공작에 휘둘려서야 말이 아니지 않은가?

안 철수로 인한 은동본부이긴 하지만 내가 먼저 본부를 차렸으니 본부장은 미개인이고,

고문쯤으로 초빙을 해볼까 말까 망설이는 중!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