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오토바이를 갖다 주며 시운전을 하던 중...
수리가 잘 됐다 싶어서 부지런히 갖다 드리러 가는데,헉!얼마간의 파지와 용접부위가 떨어진 핸드카가 내놓아져 있다.
'저어~혹시 저거 버리시는 건가요?"했더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린거라고 하신다.야호~
파지와 핸드카를 오토바이에 꽁꽁 동여매고 , 무사히 배달한 후 ,예정됐던 길을 걸어서 오는 대신 핸드카 하나를 끌고 오게 됐다.
힘을 줄 때 핵심적 역할을 하는 부위의 용접부가 떨어져 ,아주 무거운 주류를 날라야 하는 그곳에선 무용지물이었으리라!
하지만 이대로도 가벼운 것을 싣고 다니기엔 손색이 없었고...
따라서 길 가에 버려진 파지를 아주 많이 주워올 수가 있었다.
2시간 가까이...
덥고 갈증도 나고 약간 힘들기도 했지만 횡재를 한 기분엔 댈 게 아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토끼풀까지 다양하게 뜯어서 돌아온다.
일단 파지부터 갑으로 착한 갑선 아저씨의 작업장에 갖다두고...
용접,잘은 못하지만,내일 대충만 해도 아주 요긴하게 쓸 것만 같은 핸드카를 가게 안에 넣어두고,
토끼들에게 수십 가지 잡곡밥을 제공하듯 다양한 풀들로 이뤄진 식사를 제공한 후 서둘러 오토바이를 타고 단국대 치대병원 정문으로 Go!
많이 늦었다.
서둘러서 한밤중에 하루 한끼의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하고 잠을 잤지만,이미 늦었다.
하려던 빨래도 하루 미루고 서둘러 잠을 잤지만 ,늦잠!
그러나 뭐 늦게 간다고 지각했다고 야단을 칠 사람도 없으니...과일 도시락 차근차근 챙기고,반려동물들 챙겨주고 느지막히 시위현장을 간다.
방금전까지 비가 왔는지 병원 주변은 온통 축축하다!
천안은 시내와 외곽의 강수량이나 강설량이 눈에 띄게 차이가 많은 곳인데...오늘도 그런 현상이 있었던 듯.
시위현장을 만들어 두고,청소를 하는데,어랏?아주머니들이 오늘은 안 나오셨는지 평소 내가 청소하던 광경 그대로다.많이 늦었는데...
부지런히 모으고 쌓기를 마무리해갈 즈음,매일 아침마다 오셔서 맛나게 담배를 한 대 태우시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인사를 하며 아주머니들이 안 보인다고 하니 ,오늘 교육이란다.
아차!어제 오늘 교육가서 못 나오신다고 했던 것 같다.ㅠㅠ이놈의 건망증.
휴가철이 피크인 듯 정말 사람 구경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쓰레기는 유냔히도 많다.
휴가를 못 간 사람들이 분풀이라도 하듯 여기 와서 광란의 잔치들을 벌이곤 마구 버리고 간 모양이다.
오늘은 내가 쌓아둔 쓰레기 더미들이 이따 저녁에 바람쐬러 시민들이 쏟아져 나올 때까지 그대로 있겠구나 싶어서 ,
평소 쌓아두면 아주머니들이 이내 치워버리곤 하던 아쉬움을 조금은 달랠 수가 있겠다 싶으며 신이 난다.
아침에 비가 와서인지 훅훅 숨이 막히는 열기가 호흡을 힘들게 만들 정도였지만 ,정말 신나게 산책로와 체육공원을 오락가락 해댔다.
땀이 비오듯 하면서 조금 힘들기에 운동을 평소의 70~80% 만 하고 끝냈다.
깨끗이 씻고 시위현장으로 오니 맥이 탁! 풀린다.
평소보다 늦어져서 한껏 좁아진 나무 그늘에 아이스박스를 깔고 앉아 과일 도시락을 비우며 넉넉히 쉬었다.
그런데 그 곁을, 지금껏 나를 치료해주던 돌팔이 의사들이 낄낄대며 지나치면서 아는 체도 안 한다.헐~
단국대 치대 병원의 수준이 단숨에 가늠이 되는구나!
시위 초기엔 인턴으로 돌팔이를 따라 들어오던 여의사가 와서 인사를 하더니 이젠 모두가 소 닭보듯 한다.끄덕끄덕~
식사와 충분한 휴식을 마친 후 나의 성으로 돌아와 핸드카를 꺼내고 용접기를 설치한다.
워낙 뭐 하나 잘 하는 게 없는 미개인은 용접도 잘 못한다.아니 거의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방법은 알기에 우둘툴하게 나마 용접봉을 녹여 덮어 씌워댄다.
아싸!
혹시나 해서 쇼핑몰에 들어가 검색을 해보니 새 것이 47,000원이란다.
헌 것을.그것도 고장난 헌 것을 공수하는 데 이 삼복 더위에 두 시간이나 낑낑댔다는 게 우습기도 했지만 ,
나름대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한 일이기에.흡족하다.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가끔씩 아쉬울 때가 있는 그런 것이었기에,이처럼 어디선가 거저로 줍거나 얻는 게 아니면 굳이 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 있지 않던가?
예전에 이사가던 집에서 얻어다 둔 핸드카를 수리해서 쓰던 건 건너편 정육점에 가서 의사타진을 하고 ,욕이나 하지 말라며 갖다 주니 아주 좋아한다.
미개인도 좋고,갑선 아저씨도 좋고,정육점 사장도 좋았으니...
오늘은 좋흔남 제대로 한 날인 셈이다.
갑자기 우르릉 쾅쾅 하며 게릴라성 호우가 한 시간 이상 퍼부어댄다.
후련~하다!
커피까지 한 잔 타서 햇빛 가리개의 밑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앉아 유감없이 비를 즐겨준다.
어제 '장마 끝!'이란 일기 예보를 들었는데,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장마전선이 물러나자마자 게릴라성 호우가 폭탄처럼 대지를 집어삼킨다.
그러곤 이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다.
매년 장마가 끝났다고 하면 바로 이처럼 게릴라성 호우가 들이닥치더니 올해도 어김없이...
요즘은 적금이나 예금이 만기가 되면 띠롱띠롱 안내문자가 당도한다.
'만기가 됐으니 얼른 오셔서 재예치 해주세요!'하고...
각각 다른 곳에 들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차대접도 받고,갱신 선물도 한아름씩 받아들고 개선장군처럼 돌아왔다.
적으면 어떠냐?
빚이 없는 게 어딘데...
아기 손바닥만한 것일지라도 나만의 것이 있다는 게 정말 풍족하다!
모기 오줌 만큼이긴 하지만 ,내는 게 아니라 받는 이자이니 그 어떤 돈보다 소중하기만 하다.
게다가 어제 새것으로 사려면 47,000원이 지출됐을 것을 얻었으니, 부담 따위 갖지 않아도 되는 버려지는 것을 얻어서 형편껏 쓰게 됐으니
그것 또한 큰 수입이라고 할 수 있을 터.
찔끔찔끔이지만 나의 재물이 불어나고 있구나!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도 중요하지만 ,아끼고 절약해서 안 쓰면서 굳는 돈은 더욱 소중하기만 하다.
누군가 이미 말한 것이겠지만,표절이 아니라 내가 직접 몸소 느낀 바로,부자가 되는 길은 안 쓰는 것이란 사실을 ...
그렇다고 수전노처럼 써야 할 돈을 안 쓰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것은 ,
요즘처럼 풍요 속의 빈곤에 한결같이 시달리는 시기엔 더없이 중요한 지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곳간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그러기 전에 먼저 나도 모르게 빠져나가는 구멍이 있진 않은지부터 살피고
그 구멍을 막는 것부터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심리계좌' 란 책을,그런 작업의 가이드 북으로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