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관리하다 검색어 중 '치대 철수'란 말이 있는 걸 발견한다.
이제 사흘간 시위 장소를 1번 국도로 바꿨을 뿐인데...
철수가 아니라 우리나라 도로망의 척추라고도 할 수 있는 1번 국도로 옮겼고,하루는 경기도까지 자랑스럽게 현수막을 달고 움직이며 시위를 했을 뿐인데...^*^
아무도 안 보는 것 같지만 암암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심히 즐겁다!
어젠 갑으로 착한 아저씨께서 포도를 한 상자 갖다 주신다.
사온 게 아니라 따님께서 몇 상자 사왔다며 부담갖지 말고 받아달라며 사정(?)을 하셔서 황송하게 받아들었는데...
아저씨도 따님만 둘이라는데,그것도 연년생이라는데...갑자기 내 모습이 서글퍼져서 울컥하기도 했다.
따님들이 살기가 녹록칠 못해서 자주 오지도 못한다지만 ,이렇게 과일 상자라도 사들고 찾아와 안부를 여쭙는다는 게 왜 이리 부럽고 배가 아픈지...
삶이 좀 곤궁하고 피곤하다 할지라도 이렇게 딸이 손주들과 함께 찾아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그러고 보니 아저씨 표정이 활찍 핀 듯도 했다.^*^
따님과 손주들에게 용돈이라도 주실 수 있도록 더 많이 챙겨드려야겠다.
명절이면 더 바빠지며 마주 앉을 시간마저 갖지 못할 정도여서 조금 한가하게 뵙고 싶어서 미리 다녀왔는데,
너무 꼼지락거리다 시간이 너무 늦어서 도착해 ,밤늦게서야 외상을 받고 왔고,별로 대화도 나누지 못한 채
가게문 닫아야 한다시며 피곤해하시는 아버님의 재촉을 받고 서둘러 돌아왔다.
후닥닥 용돈을 드리고 ,어머님께서 챙겨주시는 과일과 김치를 받아들고 바쁘지도 않은데,서둘러 떠나오고 말았다.
휴게소마다 들러서 쉬기도 하고 눈도 붙여가며 새벽녘에야 돌아왔지만 ,
곳곳에 쌓인 선물상자였던 파지들이 아까워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트럭 가득 싣고 아저씨를 즐겁게 해드렸다.
조금 늦게까지 모자란 잠을 보충한 후 추석맞이 대청소를 한다.
토끼장을 들러엎어서 청소를 해주고 "추석선물이다!"하면서 새롭고 다양한 풀로 그득 채워줬고,
고양이와 강아지에겐 먹지도 않고 버린 누군가의 덕분에 치킨 한 상자를 나눠주며 청소를 해줬다.
'지브라'라는 이름의 관상어의 어항도 깨끗이 청소해서 약수로 채워주고 사료도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이나 줬다.
어른들께 인사하고 ,아랫것들 풍족하리만치 선물을 주고 나니 이제사 느긋하게 명절을 즐기게 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번 한가위만 같으면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추석인 오늘 아침에도 갑으로 착한 아저씨는 핸드카를 끌고 텃밭으로 향하시던데...
울적하고 쓸쓸할 때 손에 흙을 묻히며 경작명상을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임을 모르지 않기에 ,꼭 슬퍼보이지만은 않았다.
기차화통 삶아먹은 목소리로 밝게 인사를 드리니 씽긋 웃어주신다.
나도 오늘은 텃밭 일구던 걸 마저 일궈서 마늘,양파 심을 준비나 하고 ,급한 수리를 요하는 전화가 오면 용돈도 벌고,
오다가다 파지더미나 모아다가 아저씨 선물이나 드려야쥐~
대신 차는 1번 국도에 가능한 한 바짝 붙여서 귀경길에 오르는 차량들이 잘 보도록 세워두고 혼자서 시위를 하도록 해야지...
차도와 인도를 경계짓는 펜스엔 열 개의 태극기를 꽂아두고 태극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그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
어머니께서 챙겨주신 송편도 쪄서 먹으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나 쳐다보며
모든 사람들이 바른길을 찾아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달라고 빌어볼까나?
~
오후 늦게 생수가 떨어진 걸 알았다.에효~
정신을 어디에 빼놓고 다니는 건지 원~
추석에 생수를 배달해 달랄 수도 없고 ,그런다고 해 줄 곳도 없을 터...
늦잠 자고 뒹굴뒹굴 거리며 찌뿌드드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서 본부 전용차를 몰고 근처에 있는 '옻샘'으로 달린다.
동네가 조용~한 게 귀성객들이 이미 집으로 돌아가서일까?
도로가 정오를 지나서부터 밀리기 시작하는 게 그래서일까?
연휴도 길던데,좀 오랫동안 부모님들과 있다가 가지...
물을 받으며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내가 한 동안 안 온 사이 주변이 쓰레기로 더럽혀진 걸 보게 되고,물을 받는 동안 청소나 하자고 대들었는데...
사람들 참 해도해도 너무한다 싶다.
약수터 바로 옆의 콩밭 가장자리에 쓰레기가 구석구석 숨겨져 있고,약수터 천막 안에도 쓰레기가 여기저기 숨겨져있다.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내가 걸어둔 내 가게 달력의 지난 달 부분을 한 장 부욱 찢어서 모아 놓은 쓰레기옆에 붙여 놓았다.
시궁창에서,쓰레기장에서 물을 떠다 먹어야 직성이 풀리느냐며 ,버리고 더럽히려거든 여기까지 오지 말고 시궁창 물이나 떠 드시라고...ㅠㅠ
막히는 길을 피해 비잉 돌아오면서 쓰레기장마다 들러 파지를 주워 모으니 어느 새 한 차가 그득해진다.
조심조심 갑으로 착한 아저씨의 작업장까지 가서 부려놓고 세수 한 번 시원하게 하니 몸이 가볍다!
생수 값도 벌고 ,파지도 한 차 챙기고,약수터 청소도 했으니 ..이젠 푸욱 쉬어도 밥값은 했다.
이만하면 성공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