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토요일-낙엽도 푸르렀음을
우리네 아버지들의 별명은 ‘젖은 낙엽 세대’.
그늘 아래에만 있으면 모른다.
나무의 청춘이 얼마나 눈부셨고
뜨거운 햇살을 여름 내내
얼마나 든든하게 막아왔는지.
나무가 낙엽을 떨어뜨릴 때 고개를 들어
나뭇가지를 올려다보세요.
든든한 밑동에서 뻗어나간
무성한 가지와 이파리,
온몸으로 빚어낸 열매들을.
아빠를
“집에 두고 나오면 근심덩어리,
밖에 데리고 나오면 짐덩어리,
집에 혼자 두고 나오면 골칫덩어리,
심지어 젖은 낙엽”이라고 말하는 이 시대.
그나저나 울긋불긋 가을색이
산과 들에 찾아오고 있다.
삭막한 도시에도 가로수에 단풍이 들며
잠시나마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연한 새 잎과 알록달록 꽃을 활짝 피우고
뜨거운 뙤약볕과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새파랗게 청춘을 자랑하던 나뭇잎들.
이제는 잔잔한 고운 색으로
또 한 해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이맘때쯤 경복궁 향원정(香遠亭)은 이름부터 향기롭다.
향원은 ‘향기가 멀리 간다’는 뜻.
고종이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영향에서 벗어나
친정체제를 구축하면서 경복궁 북쪽 후원에 연못을 파고
이 정자를 세웠다고 한다.
왕이나 그 가족이 휴식하던 공간이다.
향원정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가을 단풍이 들 때를 최고로 친다.
지금 향원정 나무들이
빨갛게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바람이 더 차가워지기 전에
가을을 듬뿍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