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636

좋흔남:갑으로 착한 아저씨 집 털기-2탄


BY 미개인 2014-11-05

아저씨가 찾아오셔서 텔레비전이 망가져서 못 쓴다며 .한 좋은 이웃이 가져가라는 아주 커다란 것을 갖다 달라신다.

팔을 한 쪽 밖에 못 쓰시는 탓에,기운이 없어서  줘도 갖고 오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염체불구하고 찾아오셨다는 아저씨와 함께 인근의 인력소개소로 간다.

25인치 정도 되는 텔레비전이 기다리고 있는데,엄청나게 무거우시다.헉~

겨우 핸드카에 옮겨싣고 아저씨 댁으로 찾아가서 설치를 해드린 후 ...

발디딜 틈도 없이 안팎으로 그득차 있는 고물들과 생필품을 치우기 시작한다.

우선 바깥을 털어내는데...

뭐든 버리는 게 아까워서 언젠간 쓰겠거니 하고 모아둔 쓸모없는 것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온다.

아저씨의 입장에선 절대로 버리지 못했으리라.

나 역시도 먹는 것 외엔 주로 재활용품으로 살아가는지라 그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았지만,아저씨의 양해를 구하고 가차없이 정리해서 내던졌다.

이리 버려서 나중에 필요해지거든 찾아오시라고 했다.

내가 가진것을 드리거나 함께 돌아다녀서 주워다 쓰시게 해드리겠다며...

 

아직 재활용품의 가치가 있는 종이나 쇠붙이 등은 따로 정리해드리고,그나마 재황용품의 가치도 없어보이는 것들은 가차없이 분리해서 버리시라고...

눈앞에서 쥐가 오락가락하는 창고부터 털어서 쥐오줌.똥 냄새와 씨름을 하며 간단하게 정리해드리고,

마당에 그득한 온갖 잡것들도 분리해서 내놓으면 아저씨가 알아서 작업장과 쓰레기장을 오가며 처리를 하신다.

'나는 아마 죽을 때까지 못했을텐데...'라시며 군말없이 따라주시는 아저씨가 고마울 뿐.

그동안 차마 누구에게도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당신의 추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이었기에 ,누가 도와준다고 해도 거부해왔는데,

내가 불쑥 밀고 들어와서 정리를 하니 민망해하시면서도 속으론 좋으셨나보다.

 

거의 한 나절이 다 가도록 정리를 하고 또 해서 일단 손바닥 만한 앞마당은 발디딜 틈을 마련했다.

농기구 등 쓸만한 것들도 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셨을 것들을 따로따로 정리해서 위치를 알려드리고,

요다음엔 내부정리를 해드릴 것을 약속하고 돌아와선 온몸에 밴 쥐냄새를 제거하느라 에어건으로 구석구석을 털어낸다.

그런 곳에서 사셨다니...

못내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남에게 도움 받는 걸 어색해하시는 그 분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한다.

누군가 친구들이나, 같은 성당 사람들이 살피러 왔다가도 이내 도망을 가버릴 정도였으니 ,

뭐라도 대접하고 싶어하시는 아저씨 입장에선 서운도 했을테지만,정말 그 안에서 뭘 먹을 수가 없을 정도이니 왜 안 그랬을까 싶다.

이달 말쯤에 지역 봉사단체에서 집수리겸 도배를 해주러 온다는데,그 이전에 말끔하게 정리를 해드려서 그들도 편하게 와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해주고,

그렇게 그들이 꾸며주고 가면 혼자사시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사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장애인이시면서 독거 노인이시고 생활보호 대상자이니  얼마간의 보조금이 나올 것이고,또 당신께서 쉬지 않고 뭐라도 하고 싶어하시니 가능할 것 같다.

나도 더 열심히 파지 등을 모아드려서 손자손녀들에게 용돈이라도 드리실 수 있도록 해드리고 싶다.

 

이제 앞으론 친구분들이 귀찮을 정도로 찾아와서 먹을 거 내놓으라고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출가한 자식들도 기쁘게 아버지의 사시는 모습을 보러 올 수 있도록 살펴드리고 싶다.

 

나도 지금 어차피 독거노인이 돼가고 있는 입장이 아닌가 말이다.

나의 30년 후의 모습이 아저씨의 현재 모습일 수도 있으니 미리 앞날을 내다보며 준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고마운 아저씨라 생각하며,

미래의 나를 돕는 마음으로 살피고 돌봐드리리라.

 

팔이 하나밖에 없어서 청소도 빨래도 설거지도 대충 하시며 살다보니 부엌도,방도 온통 찐득찐득 맨발로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인데,

가끔 찾아뵙고 차라도 달라고 졸라대며 슬금슬금 기분 나빠 하시지 않을 정도로 도와드리고 싶다.

시력까지도 나쁘셔서 집이 더러운지 어쩐지도 잘 모르시고,설사 아신다고 하더라도 팔하나로 깔끔하게 환경을 유지하시기가 쉽잖을테니 

아직은 건강하고 팔도 두 개씩이나 갖고 있는 내가 도와드리리라.

남들에겐 차마 부끄러워서 못 내놓는 곳까지도 부끄러워하시지 않으며 내보이시라고 청해서 기꺼이 도와드리고 싶다.

 

자원봉사나 기부는 확실히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참으로 즐거운 중독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나 자원봉사쯤에 중독됐으면 하고 바라본다.

주변을 둘러보고 힘들게 파지수레를 끌고 가시는 분들을 밀어드릴 수도 있고,

분리수거를 해서 그분들의 수레를 채워줄 수도 있으며,

내 집 앞은 물론이고 이웃집 앞까지 청소를 해주거나 ,길을 걷다가 아무렇게나 버려진 담배꽁초 등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넣는 것도 좋을 것이며,

공원이나 산에 갈 때면 자그마한 비닐봉지라도 하나씩 들고 가서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음만 먹으면 우리 시대를 닦고 기름치고 윤을 낼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

주변의 독거노인을 틈틈이 들여다보면서 날로 늘어만 가는 고독사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며,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찾아 돌봐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처럼 아주 작은 일로도 우리가 어렵고 쓸쓸한 사람들을 기쁘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도처에 널려있으며,

하루 한 사람 이상씩 아무 조건도 이유도 없이 즐겁게 해주잔 목표를 세워 실천할 수도 있으며,

그럼으로써 내가 실천을 하는 만큼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것을 ,따스하게 변화해가는 것을 확인하며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조금만 용기(씩이나?)를 내서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주변의 망설이던 사람들이 응원해주고 동참을 해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가슴 설레이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조금씩조금씩 사회에 진 빚을 갚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살아가노라면 우리들의 마음도 훨씬 가벼워질 것이고,

세상은 온정으로 그득찬 ,살만한 곳으로 변해갈 것이다.

많은 분들의 동참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