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0일-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추석 연휴에 떠난 나홀로 여행.
황홀할 정도로 푸른 산과
하늘하늘 예쁜 꽃들을 보며 연방 감탄했다.
일상으로 돌아와 길을 걷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휴가지에서 본 예쁜 꽃도,
녹색의 뒷산도 다 내 주변에 있던 것이었다.
짧은 점심시간,
한층 더 깊어진 녹음을 감상해 보자.
그 여유만으로도 휴가를 다시 즐길 수 있다.
그나저나 여행이 착할 수 있을까?
요즘 뜨는 ‘착한 여행’은
이른바 친환경 여행의 일종이다.
전자파 유발하는 휴대전화, MP3플레이어는
집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맨몸만 홀연히 돌아다니는 것.
업무차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
정보 가득한 문자메시지, 신곡 MP3파일….
가을이 찾아온 길목에서
‘디지털 자아’를 잠시 버리면
나도 착해질 수 있을까.
누군가가 말했다.
여행의 목적은 도착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니라
떠나는 것에 있다고.
하긴, 매일 똑같은 ‘지금, 이곳’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하지만 떠나 보면 또 깨닫는다.
‘그때, 거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시인과 촌장’이 노래한다.
“세상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가을이 도둑같이 슬며시 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