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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빈 병 줍는 아저씨!


BY 미개인 2020-05-15

언젠가부터 우리 동네엔 수상한 아저씨가 등장했다.

허술하고 어수룩한 차림새의 한 아저씨가 가방을 들고 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는 게 자주 눈에 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주 익숙하게 돌아다니는 게 우리 동네에 오래 산 사람 같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썼고,

모자까지 써서 누군지는 잘 알 수가 없는데 주로 쓰레기통 주변을 어슬렁 거리는 것 같다.

그런데 어랏?공원에서도 그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가 있고,구청 운동장의 체육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니 어슬렁 거리는 게 아니라 아주 씩씩하게 걸어 다닌다.

그리고 적잖은 나이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허름한 옷차림이어도 아주 단단한 체격의 소유자란 걸 알 수가 있다.

씩씩하게 걷는 모습도 멋지다!

호기심이 생겼다.우연히 마주치면 들키지 않을 정도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았다.


가만히 보니 가방 하나에 시장 바구니도 들고 다니는데,길 가의 풀이나 나뭇잎 등을 뜯기도 하고,토끼나 염소를 기르나?

그러다 쓰레기통이 나타나면 빤히 들여다 보다가 무언가를 집어서 다른 가방에 넣는다.

그리곤 또 씩씩하게 걷다가 쓰레기통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멈춰서 들여다 보고 주워 넣고...

그러다 우연히 내가 앉아 있는 편의점 부근의 쓰레기통에서 마주치게 됐다.

편의점에서 산 음료수를 마시는 척하며 곁눈질을 하는데, 보인다.그가 주워 넣는 것이...

요즘 정부 차원에서 자원의 재활용과 환경 파괴를 막으려는 시도로 실행하고 있는 빈 병 보증금 제도로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 가면 보증금을 환불 받을 수 있는 소주와 맥주 등의 빈 병을 주워 모으는 것이었다.

건강해 보이고 단단한 체격의 소유자가 왜 저럴까?

낮에도 볼 수 있고 저녁에도 볼 수 있다,어떤 날은 밤에도 볼 수 있다.

그 시간에 일을 하면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텐데...

에잇!궁금해 죽겠네~


우연한 기회에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결혼도 했었지만 지금은 홀로 사는데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며 비교적 넉넉하다고 했다.

적어도 우리 동네에선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성실한 사람이며 지금도 자기 소유의 가게에서 장사를 한단다.

그런데 혼자가 된 지금 이젠 더 이상 돈돈돈 하며 살고 싶지 않아 한다고 한다.

평소에도 근검 절약 하는 삶이 익숙해서 약간의 고정 수입 만으로도 넉넉한데,

그래서 돈을 열심히 벌고 싶지는 않은데 나누고 돕는 걸 좋아한단다.

그러던 중 우연히 손님 중 한 사람이 빈 병을 주워서 어려운 생활에 도움을 받는다는 걸 알게 됐고,

워낙 운동을 좋아하는 그가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서 다니던 체육관을 못 다니게 되면서 골목 기행을 즐기게 됐는데,

거기서 의외로 많은 병이 버려지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됐고,그걸로 도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돈을 벌지 않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서도 얼마든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걸 발견하곤 "유레카!"를 외쳤다지?

더군다나 그것은 환경 보호와 자원 재활용이라는 그의 평소 생활 철학과도 일치를 하는 것이다.

그날부터 운동을 하는 그의 손엔 가방이 들리게 됐고 한 시간 남짓 운동을 하는 중 꽤 많은 빈 병을 모으게 됐고,

그것이 서너 달이 넘으면서 요령이 생겨서 처음엔 하루에 30여 개가 고작이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거의 100여 개씩 모아 준다고 한다.

빈 박스 등에 정리를 해서 가게 앞에 놓으면 그가 저녁에 가져간다고 했다.

뒤늦게 한 가게에서 30개 씩 만 산다는 걸 알게 되고 나서부턴 30개씩 따로 정리를 해서 준단다.

그 빈 병을 가져다 판 사람이 최근 전화를 했는데,요즘은 통장에 저축도 하고 있고,

거기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모였다고 ,고맙다며 좋아하더란다.뿌듯하더란다.


빈 병을 줍는 아저씨는 그때부터 더 큰 의욕이 생기더란다.

병이 많이 나오는 시간대와 장소를 꿰뚫어서 하루에도 서너 번씩 골목 기행을 하고,

다른 볼일을 보러 갈 때도 예의 그 가방을 들고 나가게 되고 일부러 멀리 돌아다니기도 한단다.

창피하지 않으냐고 누군가 물으니 그는 창피하긴 뭐가 창피하냐며 반색을 하더란다.

내가 도둑질을 하는 것도 아닌데,환경 보호에,자원 재활용에,나눔까지 하는 건데 ,

뿌듯하면 뿌듯했지 창피하긴 뭐가 창피하냐며 껄껄껄 웃더란다.

평소에도 아끼고 모아서 여러 곳에 후원이나 기부를 하는 걸로 아는데 ,

하루에 100개 씩 만 모아 주면 그 모든 걸 합한 금액보다 더 큰 일을 하는 것이라 설레기까지 한단다.

그리고 그 빈 병을 가져가는 사람이 다니는 회사에서 간식으로 빵을 하나씩 주는데 ,

그걸 안 먹고 갖고 있다가 문 손잡이에 끼워 놓고 간단다.

그러지 말라고 했더니 그럼 자기도 이젠 안 가져간다고 해서 기쁘게 받아 맛있게 먹는다고 했다.

그 빵이 그렇게 맛이 있어서 

밤 늦게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그 빵을 먹는 시간이 하루 중 최고의 순간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단다.


과거에 갑으로 착한 아저씨를 돕다가 ,그 아저씨가 이사를 가고 난 다음,

주변에서 그 아저씨가 다니시던 종교 기관에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천만 원을 쾌척했다는 소리를 듣고 부끄러웠는데,

멀리 이사를 가셔서 허전했었는데,하느님이 보우하사 이리 기회를 준 것이라 생각하니 기쁘기 짝이 없단다.

요즘은 이 빈 병 수집에 거의 중독이 됐단다.

운이 좋아 한 번에 30~40개의 빈 병을 줍게 되면 횡재라도 한 것처럼 기분이 좋아서 힘든 줄도 모르는데,

그러면서 상,하체 근육이 체육관을 다니면서 운동을 할 때보다 더 좋아졌다며 기뻐하더란다.

돈벌이는 하고 싶지는 않고, 돕고는 싶고,운동에 중독된 그로서는 요즘이 그의 일생 중 최고의 시기란다.

또한 그리 추레해 보이는 그에겐 멋진 여친들이 그리 많다네?!부럽기 짝이 없다.


푸우하하하하하하하~맞다,나다 미개인!

내가 나를 관찰하는 형식으로 자랑 좀 했다!

주변에 파지를 줍고 빈 병이나 고물을 주워서 산다고 깔보지 마시라!

갑으로 착한 아저씨처럼 천사일 수도 있고,빚이라곤 없이 넉넉한,마음 만은 갑부인 나처럼 마음 부자일 수도 있다.

부럽다고?당신도 하라.내가 하는데 당신이 못 하랴?

욕심 버리고,분에 넘치는 삶 지양하고 분수껏 사는 데 만족하면 당신은 나보다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분수껏 살고,나누며 살고,기여하는 삶을 살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모른다.

나는 미개인이다~음허허허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