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4일-빗소리에 깊어가는 가을의 기억
기억이라는 게 믿을 만하긴 한 걸까.
‘지구 온난화’를 들먹이며
10월인데도 왜 이리 더운 거냐며 투덜거렸건만,
통계를 보니 이달 서울의 최고 기온이
지난해보다 높았던 날은
8일까지 단 하루도 없었다.
최저기온이 더 높았던 날만
네 번 있었을 뿐.
어제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다가
움츠린 기억이 있다면
오늘도 따뜻하게 챙겨 입는 게 좋겠다.
그나저나 가을 햇살이 아무리 좋아도
도시의 탁한 공기 앞에선 재간이 없다.
도시의 오후는 안개 낀 듯 뿌옇다.
드디어 비가 온다.
가을 하늘이 제 얼굴을 말갛게 드러낼 기회다.
가을비는 한 번 내릴 때마다
추위를 불러오기 마련.
요즘은 아침만 되면 코맹맹이.
10도 이상 차가 나는 일교차에 적응 못해
연거푸 재채기.
코트 깃을 여미는 직장인들.
활동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하늘 위 해님,
점점 길어지는 그림자.
어느덧 날 반기는 편의점 호빵과
백화점 오리털 파카….
성질 급한 세상,
벌써부터 겨울을 준비하다니.
낙엽 밟으며 ‘시몬’을 논할 연인 없는
솔로들은 어쩌라고.
오 마이 가을!
비 그친 뒤 쌀쌀한 날씨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