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6일-아름다운 축복
한 때 나도 어렸고
한 때 징글징글한 인연들이 있었고
한 때 감정에 자진해 빠져들었고
그런 때 이 겨울비가 오는 밤이면
스스로 어느 영화의 주인공이 되곤 했다.
수많은 그런 겨울 밤들이 나는 행복했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겨울밤은 늘 감정에 겨운 행복이었을게다.
산란된 빛이 동화 속 장면 같다.
그나저나 겨울밤 데이트는 즐겁다.
겨울에는 공기에 포함된 수증기의 양이 별로 없어 빛의 산란이 덜 일어난다.
이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밤에 사물이 유난히 더 잘 보인다.
“오, 내 사랑!
오늘 밤에는 유난히 더 그대의 얼굴이 선명히 보인답니다”
라는 고백이 잘 먹히는 때이기도 하다.
또렷이 보이는 연인의 얼굴.
그것은 겨울밤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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