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사과밭의 현석이와 다솜이> <프롤로그> 한동안 부석사를 꿈꾸워 왔다. 아름다운 절집의 풍경을 눈에 그리며 그곳을 그리워했다. 부석사로 향하며 여행이란 그리움을 충족하는 작업이라 생각해봤다.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따라 가는 길은... 때로는 휴식이 되고, 때로는 격한 감정의 선동이 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부석사를 찾았다. 1. 예천을 지나며...(석송령과 사과밭) 가을볕이 좋은 시월의 토요일, 부석사로 향하며 우리가족이 처음 들린 곳은 석송령이었다. 예천군 감천면 석평마을의 마을회관 앞에 있는 석송령은 나이 600년 정도의 추정되는 높이 10m 정도의 소나무다. 문화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약 600년 전 풍기지방에 큰 홍수가 났을 때 석간천을 따라 떠내려오던 소나무를 지나가던 사람이 건져서 이 자리에 심은 것이라고 한다. 그 뒤 이 마을에 살던 한 사람이 ‘석평마을에 사는 영감이 있는 소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자신의 토지를 물려주고 등기까지 내주어 재산을 가진 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마을에서는 석송령의 재산으로 장학금을 조성하여 학생들에게 주고 있으며 매년 정월 대보름에 마을의 평화를 비는 제사도 지내고 있다고 했다. 석송령은 사람처럼 재산을 가지고 세금과 장학금을 내는 등 세계적으로 그 예를 찾기 어려운 나무로 우리민족의 나무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문화적 자료로서의 가치 때문에 천연기념물 294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땅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자 아이들은 신기해하며 석송령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 하기도 했다. 석송령을 지나 부석사로 향하는 길에 사과밭이 자주 눈에 띄었다. 국도변을 따라가며 자주 만나는 사과밭에 주렁주렁 열린 사과는 붉은 꽃송이가 핀 듯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현석이 다솜이에게 사과가 매달린 모습을 보게 하고 싱싱한 사과도 한 상자 사면 좋겠다는 생각에 사과밭에 들리기로 했다. 마침 사과 수확을 하는 한 과수원이 보여, 차를 멈추고 그곳으로 갔다. 과수원에는 수확한 사과를 중간상인에게 넘기는 중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놈의 사과농사 질라구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 사과를 가져가려고 고르는 일꾼들이 사과를 고르면서 너무 까다롭다며 흥분을 하고 있었다. 한동안의 소란은 사과를 가져가는 중간상인이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과 상태가 너무 나쁘지만 않으면 가져가자고 이야기를 해서 마무리되었다. 그런 소동이 마무리된 뒤 우리는 사과 한상자를 샀고, 현석이와 다솜이는 밭에서 사과가 자라는 모습들을 잠시 살펴보고 그곳을 빠져 나왔다. 차를 타고 소수서원을 향하면서 우리가족은 사과밭에서 있었던 소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농부들이 사과를 가꾸면서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그 사과를 사먹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하며 가는 동안에도 도로변의 사과밭이 자주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