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부석사 입구의 은행나무 길> 2. 영주에서..(소수서원과 부석사) 예천을 빠져나와 풍기를 지나 부석사로 향하는 931번 지방도를 따라가다보니 도로변에 소수서원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매표소를 지나니 아름다운 소나무들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소나무 숲길이 길지는 않았지만 오랜 세월의 이야기를 간직한 듯 당당한 모습의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었다. 소나무 숲길이 끝나는 곳에는 서원이 세워지기 전에 있었던 절인 숙주사지의 당간지주가 서 있었고, 그 옆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냇물의 풍경이 눈에 들어 왔다. 냇가 너머로 보이는 정자의 모습은 한국화의 한 장면 이었다. 소수서원은 조선 중종때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향을 제사하기 위해 사당을 세웠다가 유생들을 교육하면서 백운동서원이라 하였고, 명종때 풍기군수 이황의 요청으로 "소수서원"이란 사액을 받음으로써 임금이 이름을 지어주고 현판을 써내려 보낸 사액서원의 시초가 되었다. 서원안으로 들어가 명륜당, 일신재, 직방재 등 건물들을 둘러보았다. 그런 건물들 중에서 아이들이 유독 관심을 보인곳은 학구재 였다. 기숙사 역할을 했다는 학구재는 방이 아주 작아서 저런 방에서 몇 명이나 잠을 잤을까 하고 물으며 신기해 했다.. 소수서원에서 나와 부석사를 향했다. 소수서원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대학생 두명이 태워달라는 손짓을 한다. 마침 부석사까지 가는 길이라하여 함께 가게 되었다. 부석사 주차장에 도착해서 마음이 급해졌다. 해가 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석사 풍경중에 가장 아름답다는 해지는 풍경에 욕심이 났기 때문이었다. 서둘러 부석사 무량수전을 향해 올라갔다. 하지만 부석사를 향해 일주문을 지나 펼쳐진 아름다운 은행나무길을 만났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 몇장을 찍었다. 부석사는 아담한 절집이었다. 건물이 여러채로 나뉘어있어 전체를 따져본다면 그리 적은 규모의 절집은 아니었지만 각 건물들이 자연과 잘 어울려 있어 아담하게 느껴진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족이 무량사에 올랐을 때 해가 지고 있는 시간이었지만 여행객들이 꽤 많았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멀리 보이는 소백산의 부드러운 능선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 우리가족도 소백산을 바라보았다. 능선이 부드러웠고, 아름다웠다. 부석사에는 국보와 보물등 국가지정문화재가 많은곳으로도 유명한데, 석등(국보 17), 무량수전(국보 18), 조사당(국보 19), 소조여래좌상(국보 45), 조사당벽화(국보 46), 삼층석탑(보물 249), 당간지주(보물 255), 고려각판(보물 735) 등이 그것이다. 그중 부석사 석등은 통일신라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석등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부석사 무량수전은 다른 불전과 달리 앞면이 아닌 옆면에 불상을 모시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무량수전에서 머문 한시간 정도의 시간동안 아담한 절집과 그 절집에서 보는 부드러운 산들도 좋았지만, 그것보다 좋았던 것은 부석사와 소백산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었다. 아름다움에 취한 듯 부석사 무량수전을 찬찬히 살펴보는 사람들, 그들은 가끔은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을 부드러운 손길로 만져보기도 했다. 그리고 소백산 자락을 한참동안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은 그저 스쳐가며 보는 모습이 아니고 애정을 가지고 보는 듯한 모습이어서 참 좋아 보였다. 부석사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겨울이 가까워진 것이 바람에서도 느껴졌다. 주차장까지 내려와 산채비빔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치고 단양을 향해 출발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부석사 주변에서 숙박을 하기 원했는데, 여행을 일주일정도 앞두고 숙소 예약을 하려 했을때 이미 모든 숙소들의 예약이 끝난 상태여서 부석사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온달 동굴쪽을 생각했었다. 단양으로 향하는 길은 구불거리는 고갯길의 연속이었다. 소수서원과 부석사 여행으로 피곤한 아이들은 부석사를 출발하면서 일찌감치 잠에 빠져들었다. 한동안 이야기를 건네던 아내도 잠시 후 잠에 취해가는 듯 했다. 라디오를 켰다. 서울의 교통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에서는 대부분의 도로에서 지체와 정체란다. 우리가족이 가는 산길에서는 한시간 넘게 차량을 만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서울의 꽉 막힌 도로를 생각하며 갑자기 즐거워졌다. 이런 한가한 길을 달리는 우리가족이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부석사를 출발한지 한시간 반을 넘겨 동강 줄기를 만났다. 강을 따라가며 자리를 잡고 있는 민박집들이 눈에 띈다. 모양이 아늑해 보이는 황토방 민박집을 숙소로 정하고 첫날 일정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