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981

예천, 영주 그리고 단양 ... (3/3)


BY 초록별 2003-02-27

예천, 영주 그리고 단양 ... (3/3) <사진은 온달산성> 3. 단양에서...(온달산성과 온달동굴) 라면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동강으로 내려갔다. 강에 도착한 현석이는 물수제비뜨기를 시작했다. 물살이 거센 탓에 물수제비뜨기가 쉽지 않자 강변에 묶여있는 철선으로 가서 사공처럼 노 젓는 시늉을 해보기도 했다. 다솜이도 그 배에 타서 강물을 본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쏱아졌다. 지난밤 문득 잠에서 깨어 별이 보고 싶어져 나갔던 생각이 났다. 그 밤에 만난 초롱하고 맑은 별빛이 아이들 웃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웃음이 발갛게 물든 단풍의 산자락, 퍼런 강물과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어느곳엔들 어울리지 않을까? 강에서 사진 몇장을 찍은 뒤 온달산성을 향해 출발했다. 온달산성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하리와 백자리 사이의 해발 427m 성산위에 있는 성이다. 성으로 향하면서 아이들에게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솜이는 전에 책에서 읽었던 "온달과 평강"의 이야기를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올라갈 곳이 그 이야기 나오는 온달이 쌓은 성이고, 전투에서 온달이 죽었다는 이야기까지 해주자 아이들은 기대가 되는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다. 온달산성으로 오르는 길에 정겨운 햇살이 비춰진다. 역광으로 비춰진 햇살이 시들어가는 낙옆들을 아름다운 꽃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그 햇살에 어우러진 현석이와 다솜이의 웃음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산성으로 오르는 길에 오늘 이시간이 오직 우리가족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달 동굴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만 온달동굴까지 오르는 사람은 많지 않기도 하지만, 이른 시간이어서 아무도 가지 않는 산길을 우리가족만 오붓하게 걸었다. 꽤 비탈이 심한 산성이지만 아주 높은 것은 아니어서 한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산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솜이가 온달산성과 키재기를 해 본다. 멀리서 바라볼 때 그리 높지 않아 보였던 성이 가까이 서 보니 까마득한 높이였다. 성에 올라 주위를 둘러 보았다. 첩첩이 쌓여 있는 산의 모습이, 그 부드러운 선들이 우리산하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저 아래쪽으로는 용처럼 휘어진 남한강 줄기가 보인다. 햇볕에 반사된 물줄기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성은 아주 작았다. 문화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성 둘레는 683m이고 성안에서 삼국시대의 유물이 발견되고 있으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신라와 고구려의 영토확장시기에 온달장군이 신라군을 방어하기 위해 쌓았다고 하며 전투가 치열했던 이곳에서 온달장군이 신라군의 화살에 맞아 전사하였다 한다. 그리고, 삼국유사에는 전사한 온달의 영구가 움직이지 않았으나, 평강공주가 와서 관을 어루만지며 '죽고 사는 것은 결정되었습니다. 자, 돌아갑시다.' 라고 말하자 관이 움직여 장사를 지냈다는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단다. 성벽을 따라 올라가 성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니 소백산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왔다. 겹겹이 쌓이 산들의 모습에 첩첩산중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그곳에서 잠시 주변을 돌아본 뒤 올라간 반대쪽 길을 걸어 성 아래쪽으로 향했다. 오르는 길보다 전망이 더 좋았다. 성이 있기에 적당한 위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을 다 돌고 내려오다가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노란 감국을 보았다. 누가 심어 놓은 것은 아닐텐데 무리지어 피어난 모습이었다. 그 감국의 손짓을 뒤로하고 성을 빠져나와 하산하였다. 내려오는 길에는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여행객들을 하나둘 만나기 시작했다. 산 아래에 도착하여 온달 동굴로 갔다. 온달동굴은 약 4억 5천만년 전부터 생성되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석회암 천연동굴이다. 길이는 760m로서 그 존재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고, 6.25 전쟁중에는 인근주민들의 피난처로 이용되기도 했다는데, 현재 천연기념물 제261호로 지정 보존되고 있으며 1997부터 일반에 공개되기 시작한 동굴이다. 동굴입구에는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헬멧이 준비되어 있었다. 헬멧을 쓰고 동굴로 들어서니 철판으로 만들어둔 통행로가 죽 이어져 있었고, 그 통행로는 작은 불빛들로 연결되어 있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동굴을 들어가며 물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곳을 바라보니 꽤 긴 물줄기가 동굴 안쪽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물이 얼마나 맑은지 보기 어려운 정도로 어두웠지만 길을 안내하기 위해 비춰 놓은 불빛으로 보는 상황에서는 물이 참 맑다고 느껴졌다. 동굴은 가끔씩 아주 좁고 낮은 상태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리 어렵지 않게 그 좁은 길을 통과 했지만 어른들은 허리를 굽히거나 아예 주저앉아서 그 좁은 곳을 통과해야 했다. 좁은 길이 꽤 길게 연결되는 내리막길이 한곳 있었는데, 그곳에서 아이들은 미끄럼틀 같다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동굴을 돌아나오는데는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동굴 밖으로 나와서는 온달과 평강을 주제로 만든 테마공원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작은 미로도 있고, 무형으로 만들어 둔 말이나 호랑이 등도 있었다. 말타기도 흉내내보고, 호랑이와 싸우는 것도 흉내 낼 수 있었다. 온달산성과 온달동굴을 돌아보는 것으로 우리가족의 가을 여행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제천과 음성을 거쳐 대전으로 돌아왔다. <에필로그> 1. 사과밭에서... 사과밭에서 농부의 한숨소리를 들으며 현석이와 다솜이는 무엇을 느꼈을까? 사과밭에서 나와 소수서원을 향하는 차안에서 농사짓는 이야기와 우리가 사먹는 사과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이야기 해줬다. 영주로 접어들어선 이후에도 사과밭이 많았다. 도로변에 빨갛게 익은 사과들을 볼때마다 농부의 한숨이 먼저 떠올랐다. 2. 별을 보고... 새벽 세시쯤... 잠에서 깨었다. 별이 보고 싶었다. 민박집 마당으로 나가 하늘을 보았다. 너무 맑은 별빛이 금방이라도 쏱아질 듯 하였다. 다음날은 맑은 하늘아래서도 그 별빛을 보았다. 동강에서, 온달산성에서 아이들 웃음이 그 별빛과 꼭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밤, 그 맑은 별을 본것만으로도, 그리고 아이들 웃음에서 그 초롱한 별빛을 느낀 것 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행복하다.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