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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가 즐거운, 베를린 킨더페스트


BY kyou723 2007-05-01

4월 22일, 베를린에 온 지 한달째이다.

아직 킨더가르텐(Kinder Garten,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두 딸은, 집에 있는 것이 견딜 수 없는지 자꾸만 현관으로 등을 떠밀며 산책을 종용한다. 사실 변덕스런 날씨 탓인지 햇빛이라도 좋은 날이면 ‘oh! Sonne!!!(태양)’를 외치며 일광욕을 하는 독일인들을 보는 즐거움도 싫진 않다. 덕분에 베를린 시내를 워킹투어하며, 근 한 달 동안 이리저리 잘도 쏘다녔다.

고풍스런 건물과 박물관, 오래된 성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고, 지나가는 행인들 속에서 가끔씩 지나치는 동양인에게 느끼는 왠지모를 반가움...아마 뿌리에 대한 그리움이리라 위안한다.

일요일, 다니는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열리는 킨더페스트(어린이축제)를 구경갔다. 지역신문과 텔레비전을 통해 소개된 문구를, 어눌한 독일어 실력으로 내 맘대로 해석해보고 무작정 지하철에 올랐다.

브란덴부르크 문, 통독 후 독일의 상징이 된 이 구조물은 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입구를 천 등으로 허술하게 막아놓고, 어른들에겐 1유로씩의 입장료를 받고 있다. 이곳 독일은 여러 축제일에도 거리에 칸막이를 해놓고 입장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잠시 서울에 있을 때 ‘하이서울 페스티벌’이 생각났다. 이것저것 재미도 있고, 볼거리도 많고 먹거리도 많음에도 거리에서 입장료를 받진 않았는데, ‘역시 우리나라가 좋긴 좋아’ 은근히 자위를 한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의 관광객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오자 무대가 바로 보인다


 튜브로 만들어진 놀이기구


 그네가 이색적이다. 줄을 달아서 만들어 아이들이 더욱 신나한다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간식거리


 아이들의 영원한 히로인, 회전목마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서있는 동상같은 여인...그 옆에서 사진 많이 찍더구만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지게스조일레 가는 길이 온통 축제바람이다. 사실 볼 것은 많진 않았다. 무대가 설치되어 아이들이 춤을 추고, 사회자로 보이는 어른 한 명과 여러 댄서들의 춤사위들이 현란했다. 눈을 돌리고 돌아보았다. 온통 먹거리 투성이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데는 먹거리가 중심이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다. 독일 정통 소시지를 굽거나, 마시마로 과자, 독일의 딱딱한 브레첼(Bretzel), 아이스크림, 솜사탕 등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도 보였다. 놀이기구 등은 바람을 가득 넣은 튜브식의 놀이기구로 부딪혀도 다치지 않고 이동하기에도 편리할 것 같은 시스템이다.

누군가에게 들은 말로는 이곳은 특별히 우리나라의 E랜드나 L월드처럼 거대한 놀이공원은 없다고 한다. 다만 축제일에 독일 전체를 순회하는 어린이 축제에 놀이기구 등이 등장하는 것같다. 얼마 전 지역축제에 놀러 갔을 때도 어린이들을 위한 간이놀이기구가 있는 것을 보았다.

놀이기구에 태워달라는 아이들의 성화에 회전목마를 태워주고, 그래도 아쉬워하길래 브레첼 한 개를 사서 나눠주었다. 사실 난 브레첼을 좋아하지 않는다. 빵이라고 하기에도 과자라고 하기에도 어색한 이 제품은 굽는 시간이 길어서 다소 딱딱하고 소금참깨를 발라서 다소 짜다. 뭐 장점은 보존기간이 다소 길다는 것. 사실 미국에서도 프렛즐이라는 이름으로 이 빵을 먹어보았지만, 원래는 유럽이 원조다. 우리 두 딸과 남편은 맛있는지 게눈 감추듯 먹어버리곤 하나 더 사자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의외로 많은 관광객들이 브레첼을 입에 물고 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 딸네미들이 좋아하는 브레첼

주변을 보니, 많은 이들이 아이들과 함께 햇살 좋은 계절에 취해 있다. 공연을 보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자연에 자신을 맡기며 마음껏 여유를 느끼는 것이 그들만이 가진 축제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한편으론 공원에 널려 있는 쓰레기와 뒷사람은 거의 무대를 볼 수 없도록 공연무대를 향해 뒤죽박죽 서있는 그들의 모습... 아무도 제재하지도 관리하지도 않는 것 같은, 아직도 수수께끼 같은 이 사회의 이면이 더욱 궁금해진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