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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매장 탐방기- (3) 카데베 백화점


BY kyou723 2007-09-03

오늘은 작심을 하고 쿠담거리로 향했다. 쿠담거리는 명품을 좌악 풀어놓는 듯한 베를린 도심지이다.

평소에도 아이쇼핑을 즐겨한 탓에 이곳 거리를 걸으며 쇼윈도우를 기웃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전환이 된다. 특히 이곳엔 1907년 창업을 시작한 유럽 최대 규모의 백화점인 카데베(Ka De We)가 있다. 물론 우리나라 현란한 백화점과 별반 다르진 않다. 그저 이국적인 냄새가 조금 나고 가격이 비교적 한국보다는 저렴하다는 느낌이 다르다고나 할까.

비텐베르그 역을 내리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곳 날씨는 종잡을 수가 없다. 이곳의 기후를 이미 체감한 탓에 내 가방에는 항상 손우산이 자리잡고 있다. 우산을 들고 후다닥 뛰어 카데베 정문을 들어섰다. 백화점이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탓에 행인들은 카데베에서 비를 피하는 것 같다. 꼭 우리나라 명동에 있는 L백화점 앞을 연상케 한다.

베를린의 빌딩의 층수는 한국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는 땅층(E층), 즉 우리식으로 지하부터 시작된다. 보통 우리나라의 백화점은 1층이 화장품 등 액세서리 코너가 있다면 땅층부터 매장이 시작되는 것이다.


▲ 카데베 백화점 정문을 들어서서~~

 E층에 들어서니 에메랄드빛이 감도는 수정유리 속에 전시된 명품시계 부품들이 보였다. 시계인지 악세서리인지 구분이 가지 않은데, 밝은 조명 아래 환하게 웃는 전시품들이 보인다. E층은 우리나라 백화점의 1층과 디스플레이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장품들이 각각 유명 브랜드의 브랜드컬러가 똑같기 때문일 것이다.



▲ E층 전경. 화장품 코너이다

1층으로 올라가니 남자옷 코너가 보인다. BOSS매장의 넥타이 코너를 들여다 보았다. 내 눈이 잘못된 것일까. 디자인이 밋밋하다. 내 나름 완전낙점의 점수를 매기고 매장을 휩쓸고 다녔다. 디자인마다 내 나름의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며 말이다.

 

▲ 넥타이 떨이판매하는 거 아이가~

2층은 여성 옷들이다. 유명 브랜드와 명품브랜드가 눈에 띈다. 무스탕의 꼬리표를 들여다보니 우리나라 돈으로 150만원 정도 되는 에스까다 제품이 보였다.

이곳에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제철의류가 성행하지 않는 것이다. 매장에도 겨울옷들이 즐비하다. 우리나라처럼 4계절이 뚜렷한 느낌이 덜하기 때문일까. 여름에도 얼음덩어리 우박이 쏟아지기도 하며 갑자기 을씨년스러워 오리털 파카를 꺼내야 하는 변덕스런 날씨 탓일까. 아무튼 매장엔 계절을 실감하기 힘든 옷들이 많다.


▲ 맨 오른쪽 무스탕이 한화로 150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3층은 여성속옷과 아이들 옷, 아이들 코너가 있다. 특이하게 내 눈에 다가오는 것은 이곳은 속옷매장 공간이 무지 넓다는 것이다. 언젠가 남편과 함께 이곳 3층에 온 적이 있는데, 남편의 눈이 야한 속옷 쪽으로 사팔뜨기가 되어가는 것을 목격하곤 했었다. 정말 화려한 속옷들로 이곳 문화가 얼마나 여성의 성적인 매력에 이끌리는가 실감할 수 있는 단적인 모습인 것 같다.

또한 이곳에서 주목할만한 것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 인테리어가 이색적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 아이들 놀이방이 있어서 자주 오고싶은 충동이 일 것 같다.


▲ 열불나게 넓은 여성속옷 매장


▲ 아동복 코너


▲ 담당하는 직원 왈 '아이들은 찍지 말고 찍으라나' 얼레리꼴레리~~그래도 어쩌랴 아이들이 나왔으니~~ 놀이방 인테리어가 가히 예술이다.


▲ 정말 앉아서 쉬고 싶은 아이들 책코너. 너무 안락할 것 같다


▲ 유리 전시관 안의 인형들


▲ 오른쪽 아가 인형을 보세요. 너무 앙증맞고 예쁘죠? ㅠㅠ 이참에 셋째 낳아 말아?


 ▲ 레고의 천국, 독일. 레고를 낱개로 이렇게 판다고 한다


4층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릇과 생활용품 코너이다. 엔티크 스타일과 모던한 스타일이 조화를 이룬 빌레로이 앤 보흐 그릇들을 보며 군침을 흘렸다. 사실 한국에 있을 때 이 제품을 써보고 싶어도 지갑 사정을 많이 고려했었는데, 본산지인 독일에서 보니 그리 비싸게 느껴지진 않는다. 한국으로 들어올 때 얼마나 유통부분에 거품이 많은지 실감할 수가 있다.


▲ 인테리어 코너


▲ 우리나라 주부들이 환장한다는 빌레로이&보흐 그릇들... 한국보다는 저렴하다


▲ 오른쪽 금색깔 양식세트가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0만원 정도 하던 것 같더이다.

입으로 들어가는 거 다 똑같은데, 왜 이리 비싼겨~


▲ 앙증맞은 실내 인테리어 소품들~

 5층은 먹거리코너이다. 식품류를 구입할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는 이곳은  호텔 바에 온 느낌이다.

이곳 독일매장에 와서 느낀 몇 가지 중 하나는 고객에 대한 태도인 것 같다.


▲ 5층 식품코너

무엇이 고객을 배려하는 것일까 생각할 때 난 이 독일매장을 애찬하고 싶다. 우리나라의 경우 친절이라는 베일을 쓰고 고객이 상품을 만지기 무섭게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어서오세요’를 마치 주문처럼 외우는 직원들이 무서울 때가 있었다. 그리고 도둑이 제발 저린 모양, 만지작 거린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나서면 뒷통수가 왠지 뜨끈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곳 매장은 오히려 그 반대다. 고객이 오든지 말든지 신경 안쓴다. 다만 물어보면 그에 대한 응대는 깍듯하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보다 문화적 차이에서 접근하는 것이 낫겠지만, 내 개인의 입장에서 독일매장이 내 취향에 맞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너무 의도된 과잉제스처는 그 반대급부를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그래도 가끔은 한국의 서비스가 무섭게 그리울 때가 있다. ‘안녕히 가세요’라고 한마디 하면 좋을 것을... 목이 곧은 그들이 오히려 더 무서울 때가 있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