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정부는 통독 이후 베를린시를 유럽의 중심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는 여러 크고 작은 공사들을이 생채기를 내고 있고, 그 흔적의 열매는 달디달 것이라는 예견을 한다. 흙덩이에 뒤덮여있는 공사현장들을 바라보며 언젠가 새롭게 변모할 베를린을 그려본다. 베를린이 유럽중심도시의 야심찬 욕망을 가지는 그 언저리에 빼놓을 수 없는 자부심이 있다면 바로 다름아닌 포츠담 광장이다.
며칠 전 가족과 함께 워킹투어를 하다보니 어느새 포츠담 광장 근처로 오게 되었다. 베를린의 교통비가 다소 비싼 탓도 있지만, 빠른 교통수단으로 지나칠 수 있는 세밀한 묘미를 도보여행을 통해서는 일일이 체크하며 구경할 수 있다. 게다가 걷기운동도 되고 경비절감도 되니 일석삼조의 효과가 아닌가. 포츠담 광장은 베를린 시내 중심에 위치한 광장으로 고풍스런 전체적인 도시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17개의 현대식 대형건물이 들어서 있어 베를린의 미래를 보여주는 광장으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분단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포츠담에서 베를린 중심으로 들어오는 중간에 있다고 해서 포츠담 광장으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베를린의 미래를 보여주는 포츠담광장에는 다임러 크라이슬러사가, 소니 센터는 일본 소니 사가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개발에 참여를 하고 있다.
* 포츠담 광장 근처의 거대한 시소. 이거 타다가 떨어져서 머리가 띵~~ 그래도 땅이 푹신하게 처리되어 걱정 끝~~
* 무슨 전시회인가.
* 자유롭게 여유를 즐기는 포츠담 광장 주변의 사람들
* 천정이 웅장해서 찍어보았다.
다른 곳과 다르게 이곳 포츠담 광장에는 복합빌딩, 고급쇼핑몰, 영화관, 카지노, 아파트와 사무실 등이 빼곡이 들어차 있고 소니센터 뒤에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저력을 느끼게 하는 오케스트라 홀이 찬란한 명성을 자랑한다. 금세기 명지휘자 허버트 본 카라얀은 30여 년간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휘봉을 잡았던 사람으로 지금에도 전설처럼 불리워지지 않는가. 그의 힘찬 손놀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또한 유리로 만든 소니 유럽본부는 그 풍채가 가히 불만하다. 일본의 저력을 내심 부러워하며 질투할 만하다. 카메라 등에 관심많은 남편은 나의 손목을 이끌고 소니센터 판매장으로 들어간다. 카메라와 영상기기 등이 즐비하다. 남편 말로는 우리나라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한 것 같단다.
이쯤에서 난 대한민국은 왜 이런 소니센터같은 건물을 베를린에 만들지 못하는 것일까 자괴감이 빠지곤 한다.
우리 부부야 이미 기울어가는 몸이니 옆에 있는 두 딸네미를 괜히 채근한다.
* 행인들의 키가 작죠? 기린은 역시 키다리 아가씨~레고로 만들었죠.
* 넋나간 듯 레고 모형을 쳐다보는 큰 딸녀석
* 엄청나게 큰 레고로 만든 아이슈타인 머리. 역시 머리 좋은 사람은 머리가 큰가... 내 머리가 아마 아인슈타인 콧구멍 정도 되는 듯
* 앙증맞은 레고모형
레고랜드에서 레고 조형물에 시선을 고정하는 어린 꼬마녀석을 잡아이끈다. 아이들은 이미 아인슈타인 모양의 레고 조형물과 그 옆의 조형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큰딸 녀석이 블록을 좋아하더니만 레고 조형물에 부단히도 미련을 갖는 것 같다. 딸들의 관심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난 나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직성이 풀린다. 딸들을 잡아이끌고 눈을 맞추며 소니센터를 가리켰다.
“주은아, 혜인아.. 여기 봐.. 이게 일본의 소니센터야. 우리나라는 이 건물보다 더 높은 건물 만들어야 하지 않겠니?”
“근데 왜요?”
멀뚱하게 딸이 쳐다본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열심히 노력해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높이란 말이다 이거지..”
“아하... 걱정마세요. 엄마... 제가 나중에 이 건물, 엄마한테 선물로 드릴게요...”
일곱 살 딸 녀석의 말이 여간 암팡진 게 아니다. 흐흐흐... 그래. 엄마 생일선물로 나중에 이 건물 사주면 좋겠다. 이런 것을 대리만족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못하니까 다른 누군가에게서 채워지는 그 무언가를 말이다. 분명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녀에게서 채우려는 모습은 좋지 않은 행태라고 어느 괘변론자들이 떠드는 것을 왕왕 보아왔는데...그렇다고 내 딸에게 모든 짐을 지우려는 시도는 아니고, 딸의 넉넉한 답변을 듣기만 해도 이미 대리만족을 한 셈이다. 아무튼 기분좋은 상상은 좋지 않은가. 정말이지 내가 지금 로또가 당첨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임에는 틀림없기에 그저 기분좋은 상상일 뿐인 것이다.
* 브란덴부르크 문 가다가 본 북한과 남한을 상징한 곰... 여러 나라의 곰들 중 남북한 곰만 찰칵~
박경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