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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간명월 가운데"


BY damia98 2008-01-16

"가례현" 

 지난 연말에 국내 유일의 민간 민속예술관이 있다고 하기에 찾아가 보았다.

지하철 5호선 청구역 1번 출구에서 광희문 길로 100M정도 올라가다보니 허름한 공장 건물입구에 느닷없이 걸려있는 입간판에 "가례현"이라고 써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 있는 것도 놀라왔지만 건물의 외양도 너무 낡았고 음침한 복도등 모든게 의외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올라가다보니 와!!!하는 탄성과 함께 "가례현"의 실체가 드러났다. 대단했다. 개인이 소장하기에는 참으로 오랜 세월과 정성, 아집으로 만들어진 결정체 그 자체였다.

 

 "가례현"은 서도 소리 명창 박정욱님에 의해 설립된 국악명인명창기념관이 있는 민속예술공간이다. 서도 지역의 민속자료와 국악자료들이 전시되어 있고 특히 박정욱님의 소리 스승인 서도 소리 예능보유자 김정연(1913-1987)님의 유품 30여점이 전시되어있다. 우리 전통예술의 우수성과 국악의 저변 확대를 위하여 신개념 예술관과 국내 유일의 국악하우스 콘서트장으로 인정받고 운영되고 있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에 "가례현 목요 예술의 밤"이 열리는데 관람료는 무료이고 칠순이 넘으신 박정욱님의 모친께서 손수 만드신 차로 손님들을 맞는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시절음식으로 저녁식사를 대접받고 그 자리에선 박정욱씨의 막간 막간의 해학적인 창이 곁들인 막걸리판이 벌어지며 또 한번의 밥상 공동체가 이뤄진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문화계 종사자들, 예술가들, 회사원, 교수,외국이,어린이, 주부등 다양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다. 그 날 이곳을 찾은 모기업은 임원은 본인은 디지탈쪽에 근무하는데 한달에 한번씩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해져서 지금은 나름대로 후원하는 일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일종의 매니아들의 쌈지돈으로 지원하고 다녀가는 사람들이 마음으로 몇푼씩 내고가는 돈으로 운영된다.

 

 

 
 그 날은 연말이라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공연 시작 전에 삼삼오오 다과상 앞에 둘러앉아 공연을 기다리며 간단한 차와 떡으로 요기를하고 "산간명월 가운데"라는 공연이 시작되자 한옥의 마루에 끼어앉아 관람을 했다.이번 공연은 망년회 겸 하는 공연이라서인지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연주자의 코 앞에서 그들의 호흡을 그대로 느끼며 주객이 아닌 한 몸이 되어 빠져들 수 있었다.
 
*첫번째:대금연주

한국의 대표적 기악곡

 대나무 청으로 만든 대금은 가을 겨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악기이다.

  바람이 울고 갈대가 따라울고 그리고 사람이 그 소리에 흐느끼다...

*두번째:해금연주

 

대금이 남성적이라면 해금은 여성적이랄까?

단 두줄에서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음을 낼 수 있을까?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애끓는 여인네의 신음 소리가 떠도는 티끌마저 숨죽이게 하는구나!

*세번째:아쟁산조

가슴을 쥐어뜯는다고나할까?!

아무리 발버둥쳐도 따라 빠져서 가슴 아플 수 밖에 없구나!!!

*네번째:판소리

우리나라의 성악으로 소리꾼과 고수 청중으로 삼합이 어울려야 제 맛이 나는 것이 서양의 성악과 다른 점이다. 소리꾼은 오장육부를 끌어올리는 소리로, 고수와 청중은 추임새로 화답하면서 진행된다. 소리꾼의 소리를 들으면서 나또한 소리한듯이 목이 아프구나!

 

 

 이렇게해서 1부는 끝나고 잠깐의 휴식시간이 이었다. 그 시간은 이제 서로 동질의 느낌으로 앞뒤사람들과 통성명하며 짧은 수다의 시간을 갖고 2부가 시작되었다.

 

*퓨전타악기(2부)

이번에는 종이로 제작된 북, 아프리카 죽으로 만든 북, 그리고 다양한 북소리와 기교를 연출하는 피날레로 공연은 막을 내린다.

 

요즈음 공연계에는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많은 작품들이 올려지고 있다.
그러나 늘 나오면서는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았다. 어떤 공연에서는 소고등 이런 저런 악기를 자리마다 놔주기는 하나 한번도 쳐보지 못하고 나오는 경우도 있고 어쩌다 아이들이 신명나서 쳐볼라치면 관객이나 배우들의 눈총을 받고 무대에서 치라고 지시해야 눈치보며 꺼내들어야하고 어쩌다 개구진 아이가 뭐라 한번하면 마치 큰 잘못이라도 한것처럼 제지를 시킨다.
배우도 그런 아이들에게 맛짱뜰만한 재량부족이랄까?
그러면서 그들은 "관객과 함께하는..."이라는 홍보문구를 스스럼없이 남발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에서는 떠들어대는 어린아이에게 대꾸도해주고 주거니 받거니하면서 같이 웃고 어울어지는 자연스런 소리마당이었다.
식후 마신 막걸리로 약간은 상기된 기분으로 건물을 나섰을때 밖에는 언제부턴가 날렵한 기녀의 몸짓처럼 살랑거리며 비가 내리고 있었다.
폰을 꺼내서 어딘가에 메세지를 보낸다.^^

쏘주 한잔, 어때?!^^



강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