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스테판에서의 모래썰매. 어찌나 곱고 부드러운 모래이든지..! 그러나 25m에 달하는 경사 60~70도의 모래 언덕을 급강하하자니 움찔하는 마음 없지 않았으나 까짓 눈썰매나 모래썰매나...썰매는 썰매지 뭐! 신나게 미끄러졌다.내려갈때는 즐거우나 올라올때는 걸어올라오니 신체나이 측정된다는 안내말씀처럼 신나게 내려가고 헉헉거리며 올라들 온다.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 울릉공! 울릉공은 "바람이 머무는 곳"이란 뜻의 원주민어라는데 먼저 울릉공 비치가 내려다보이는 헹글라이더 포인트에 도착했다.그날따라 변화무쌍했던 날씨와 기막힌 숨바꼭질까지 벌였다.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비가 오더니 목적지에 도착하면 먹빛구름이 그늘 한자락 드리워주며 비가 그친다.블루,에메랄드빛,게다가 어둔 하늘의 다크 그레이까지 머금은 해변은 맑은 날 보는것과 또 다른 운치가 있다. 솔깃하며 원주민 역사공부도 좀하고 바베큐 파티가 준비되는동안 헹글라이더 포인트 앞에서 기념촬영도 하며 산책로 따라 청량한 공기를 맘껏 마시며 자연의 축복을 실감하다. 바람이 머무는 곳이란 언덕 답게 헹글라이더를 펼치면 기막히게 위로 솟구치며 울릉공 비치위로 절경을 즐기게 된다니 비가 오락 가락 하는 가운데도 헹글라이더를 싣고 온 차량이 족히 십여대는 넘어 보인다.잔디밭에 헹글라이더를 내려두고 보온병을 꺼내 커피를 타서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그네들을 보니 여유롭기 그지없다.
바다와 사막이 만나는 진풍경도 신기하려니와 모래썰매까지 타다니...일반차로는 갈 수가 없기에 4WD자동차로 아나베이로 이동하여 모래사막을 질주한다. 한쪽으로는 망망하게 푸른 태평양이 넘실거리고 또 그 반대편으로는 가로 3Km 세로45Km에 달하는 광할한 사막이 호주의 가을 태양아래 금빛찬란히 빛나고 있다.
웬일이랴? 평상시 삐걱거리는 몸의 소유자인 내가 몇번을 왕복하여도 끄덕없다.심지어 울 꼬맹이들 썰매까지 겹쳐 메고도 오르락내리락하다니 난리 났다.나도 특정부분 강한 구석은 있나보다.다음 일정 아니었음 한나절은 타고 놀았을 성 싶다.우리를 지켜보던 가이드 청년의 한 말씀.
"썰매 타시는 얼굴들이 너무나 해맑고 즐거우십니다.너무나 행복한 웃음이세요"
그렇다.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니 해맑고 행복할 수 밖에...
금빛 고운 모래지만 태평양 시리게 푸른 물속에 살살 씻어주고,돌핀와치크루즈를 탑승하여 야생돌고래를 관람한다.야생돌고래 50여마리가 유유자적 살고 있다는데 돌고래쇼에서 보아온 진기명기부리는 훈련된 돌고래에 익숙해서인지 등지느러미 약간과 꼬리만 보이는 야생돌고래들이 원망스러웠다.둘씩 셋씩 짝지어 헤엄치는데 등을 약간 보이면 이내 잠수하니 몇번의 셔터를 눌렀건만 캡쳐된건 하나두 없다.어쩜!
아이들은 선미에 철제그물망을 내려 미끄럼타며 노는데 열중하고 어른들은 그래도 솟구치는 돌고래 볼새라 사방팔방 뺑뺑 돌며 무슨 산삼 찾듯 눈에 불을 켠다.재밌는 건 모습을 보일락말락 하는 녀석들이 장난을 즐기는 듯 우리 옆 크루즈 선두에서 몇마리가 떼지어 경쟁하듯 나란히 헤엄치는 거다.사진에 콩알만하게 나온 저 점이 그 중 한녀석의 지느러미인데 갑판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배와 녀석들의 경주를 재미있게 내려다본다.무심한 녀석들! 희뿌염히 등짝만 보일뿐 끝까지 멋진 비상 한번 안보여준 야속한 넘들이다.
그 옛날 어떤 문자나 수학능력도 없이 미개함의 대명사로 불려지던 에보리진들이 3월말에서 4월초가 되면 피부에 와닿는 자연을 느끼며 울릉공으로 모여 바람으로 그네들의 인생을 점쳤던 모양이다.선선한 순풍이 불면 자신들의 과오가 없다고 여기고 바람이 강하게 불면 자신들이 잘못을 했다고 여겨 반성하는 의식을 가졌다는데. 자연과 일체된 순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던 원주민들을 쓸고간 유럽의 소위 문명이라는것이 찰스 다아윈식의 생존투쟁이라고 갖다붙이더라도 끔찍할 따름이다.도무지 체급이 맞아야지 원! 블루 마운틴에서 긴 나팔을 불며 펼쳐놓은 수건위에 몇달러를 놓으면 함께 사진을 찍어주던 에보리진이 생각나 다시한번 문명의 양면성에 그 잔인한 운명에 소름돋는다.여기서 우리 가이드 청년의 기막힌 한 말씀.
"해가 지지않는 나라 영국은 ...그 당시..한마디로 산에 가면 산적,바다에 가면 해적 그 자체였죠."
맞다!
아울러 전세계를 통틀어 막강한 영국해군에 승리한 단하나의 기념비적 전쟁이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이란 얘기를 들으니,참 그 옛날부터 힘없고 착하기만 해서는 살 수가 없음이 고금의 진리인셈이다.부족간에 늘 전쟁을 일삼으며 호전적이었던 마오리족은 몇배에 달하는 영국군을 상대로 기막힌 복병전을 일삼아 승리를 이끌어내며 향후 영국과 협상시에도 십분 전략적 기질을 발휘하여 사막이 많은 대륙의 지배권은 넘겨주고 대신 모든 어업권,해상권을 따냈단다.호주보다 뉴질랜드 인근해리의 수자원이 더 금맥이라나? 어쨌든지 그런 눈부신 전투와 협상의 덕으로 마오리족은 정치권에도 진출하고 백인들과 나란히 학교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며 아주 돈있고 힘있게 살아가고 있단다.아! 에보리진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간절히 바래는 맘뿐이다.
형형색색 어여쁜 새들은 한가로이 나무 사이로 날아다니고 바베큐 파티를 즐기고 달콤한 수박 디저트와 따뜻한 커피까지 마시고 난후 다음 행선지인 키아마 해변으로 이동하니 우리도 너긋한 여유로움이 가득하다.
김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