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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재혼, 5월의 신부가 부르는 세레나데


BY kyou723 2008-05-09

 

8월의 신부, 6월의 신부 등등 취향에 맞춰 월기와 관련한 신부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 난 5월의 신부가 가장 아름답지 않나 생각된다.
봄의 한가운데에서 가장 햇살이 찬란하고, 세상의 자연이 마음껏 기지개를 켜는 5월. 그 화려한 5월 속에 눈이 부시도록 하얀 순백의 신부는 더욱 빛이 나는 법이니까.
물론 난 4월의 신부였다.
엘리어트의 시 ‘프루프록의 연가’ 중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말했지만, 난 반항아적 기질로 4월을 택했다. 그것도 잔인한 달의 첫날인 만우절에 웨딩마치를 울려 주례하시는 분의 유머를 듣기도 했었다.
주례사에서 ‘이 결혼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는 명언을 남겨 우리 친지가족들에게 있어 나의 결혼날짜만큼은 꼭 암기하도록 하는 선물을 선사했었다.

5월.
아는 지인의 결혼식이 있었다.
독일에 산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의외로 결혼식을 잘도 참석하고 다녔다. 한국 같으면야 ‘품앗이’ 기분으로 할 수도 있기에 투자의 명목도 없잖아 있었다. 열심히 참여하면 물론 눈앞에 보이는 쌈지돈은 빠져나가지만 명실공히 얻는 이익도 있을 법했다.

물론 우리 딸내미가 겨우 8살이니 아무리 빨리 족두리를 올린들 20여 년은 족히 걸릴 법하니 투자에 대한 손익계산이 빨리 서진 않지만 말이다.

그러나 독일의 결혼식은 그런 머리굴리는 손익계산법이 통하진 않는다. 그저 아무 조건없이 축하하는 순수함이랄까.
게다가 나의 이방인적 호기심에 충족할만한 이국문화는 결혼식도 피할 수 없는 기회이다.

물론 이곳 독일 결혼식 자체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대체로 하얀 웨딩드레스며 음식을 먹는 파티며 가족친지들 모이는 것 등. 이는 한국이 유럽스타일을 일찍부터 구사한 결혼문화이기 때문에 큰 맥락에서는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물론 다르다면 축의금의 여부이겠지.

그러나 이곳에서도 축의금은 아니지만, 간단한 선물 정도는 귀엽게 하기도 한다.
물론 나처럼 가끔 함께 어울려 축가부르는 것으로 선물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주례사의 목소리가 엄숙하다.

신랑 윗쪽에 보이는 청년이 신부의 아들이다.
듬직한 아들이 함께하는 결혼식.

흰색 입은 아줌마 요원들이 노래를 부르고...

 * 신랑신부를 뒤로 한채 경건한 노래를 부르며 행진한다.
기타실력이 그리 좋진 않지만, 멋있다.

 * 유명한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를 닮은 듯한 신부 안나의 모습

 * 피로연 홀의 모습

 * 피로연에서 연주를 준비하는 사람들

 * 가족사진. 신랑 아래의 아이가 신부의 아들.
왼쪽 모자쓴 아가씨는 내 옆자리에 앉았는데, 눈화장이 번져서 밉상이더군~

 * 너무나 사랑스러운 부부. 잘 살아야 돼~

이 부부는 한쌍의 원앙으로 탄생되기까지 그동안의 장애를 아름답게 극복했다.

신랑은 전 아내와 이혼 후 병든 아버지를 돌아가실 때까지 극진히 돌본 독일에서 흔치 않은 효자였다. 힘든 가정생활에서도 꿋꿋하게 웃음을 잃지 않는 남자였다. 내외적으로 어려웠던 몇 년 전, 지금의 신부인 안나를 통해 많은 위로를 받았고 아름다운 해피엔딩을 하게 된 것.
두사람 모두 재혼이어서 전 배우자의 자녀가 있는 상태였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독일에서는 그리 이색적이진 않다. 동거문화가 자연스럽고 재혼 등도 평범한 결혼문화에서 지극히 독일적인 부부인 셈이다. 그러나 힘든 과정 속에서 함께 둥지를 튼 아름다운 부부여서 눈길이 간다.
그 부부를 위해 몇 명이 모여 축가를 불렀는데, 신부인 안나가 눈물을 쏟는다. 노래를 부르며 애써 그녀와 눈이 마주치지 않으려 했지만, 그렁그렁 눈망울의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 넉넉지 않은 살림이어서 시끌벅적한 결혼과 피로연은 없었지만, 경건함이 배어든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특히 신부는 평소와 다른 화장법과 드레스로 숨겨진 보석과 같은 아름다움을 품어냈다.
처음에 난 신부가 내가 알았던 그 여인이 아닌 줄 알았다. 너무 아름답게 변해서....
영화 ‘테스’에 나오는 유명한 여배우 ‘나스타냐 킨스키’를 보는 듯해 마음껏 칭찬해주었더니 뺨이 불그스레진다.

신랑 또한 아내가 좋아한다고 해 귀밑까지 덥수룩한 수염을 깎지 않고 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

신부된 아내를 위해 결혼식에 수염을 깎지않는 멋진 남자.
소박하지만 예쁜 결혼식을 보며, 이들 부부의 영원한 해로를 기원해본다.



박경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