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919

남도여행(3)-문화의 도시,통영


BY myho2 2008-07-10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너무나 유명한  詩 "행복 " 한 소절쯤은 너나 없이 너무나 잘 외고 있을터인데.
통영이 자랑하는 통영의 대표 시인 유치환  선생님을 뵈러 청마문학관과 그의 생가로 향했다.

통영 태평동이 생가이나 도로계획에 편입되어 지금의 정량동 청마문학관 바로 윗쪽에 생가를 복원하였다.
정운 이영도 시인과의 유명한 사랑 이야기를  예술가들의 사랑하며 그냥 지나쳤는데  一家를 이루어 그 시 앞에  서고 보니...예술보다는 현실이 더 눈에 밟힌다.20여년을 한결같이 붓을 들어 다른 여인에게 사랑의 시와 편지를  쓴 남편을 과연 어떻게 이해하였을까?......턱 숨이 막히니, 나는 역시 생활인이다.

 


 

유품들을 찬찬히 둘러보며 관심을  한국 근대문학사의 거목이신 선생님의 문학세계로  집중시킨다.생명파의 시인이라고 달달 외웠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행복> 못지않게 좋아하는시 <그리움>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를 나직나직 읊어본다.울릉도니 깃발이니 남성적이고 중후한 시도 많기만 한데 어째 나는 서정성 짙은 행복이나 그리움에 마음이 살짝 더 기우니.선생님의 플라토닉 러브를 꼬집으면서도 그로 인해 태어난 시들을 한결같이 더 사랑하는 것이 참,아이러니하다.

 

문학관을 나와 생가로 향하는 돌계단위에서 한눈에 바라뵈는 바다와 섬을 바라보니...웬지 통영에서 나고 자라면 다 예술가가 될 듯만 싶다.박경리,김상옥,윤이상,전혁림,김춘수,유치진 등등...통영이 낳은 수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을 다 찾아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즈막한 담장을 따라 빼곡히 들어찬 담쟁이 넝쿨위로 빛바랜 초가지붕이 주는 살가움.평생을 교육자로 지내셨던 청마 선생님의 아버님은 약국을 운영하셨다.유약국이란 함초롬한 간판도 정겹고 조롤조롱 매달린 약봉지와 반듯한 약장,윤기나는 약탕관들이 금새라도 환자를 맞을듯 정갈하다.마당 한켠에 가지 휘며 다투어 핀 접시꽃도 보기좋게 어우러져 시간의 흐름이 무심하다.


 

휙휙 지나는 시간에 아까워 서둘러 달려간 통영옻칠미술관! 
아이들 사회책에서 특산물을 외울때 언제나 통영과 나전칠기를 짝맞춰 암기하곤했는데,제대로 칠예의 고장 통영에 대해 배워보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여기서도 또 한번 느끼게 되는 이충무공의 위업.공께서 삼도수군통제사로 통영에 부임하시고 난후 12공방을 설치하여 여기서 나전칠기를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그 명성이 자자해졌다하니.장군의 높고 넓은 식견에 그저 감탄 또 감탄~~!!


옻칠전시회 관람,상설  전시실의  칠예,옷칠장신구,옷칠화를 보며 괴목장에 입힌 나전칠기에 머문 칠예에 대한 내상식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 되었음은 두말할필요도 없다. 정교하기 이를데 없는 장신구와 그림들 앞에서 옷칠이라는 예술의 경계를 무한확장하였다.

 

동양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해저터널,문화광장앞 박경리 선생님 추모제의 흔적,거북선 모형안에서 생생 체험...

상경시간이 다가올수록  통영에서의 추억 만들기는 더욱 숨가쁘다.펼쳐든 통영시 관광안내도에는  아쉬운 다음을 기약한 곳이 한둘이 아니다.기분좋은 마지막 행선지로 이심전심,만장일치로 정한 곳 ,충무김밥거리!


지금으로부터 약 60여년전 어두리 할머니가 뱃사람들에게 김밥을 파는데 쉬이 상하여서 궁리끝에 밥과 속을 분리하여 팔기시작한것이 효시라 한다.슷박이라는 무김치와 쭈꾸미 무침도 할머니가 개발한것을 며느리에게 전수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는데 ...충무김밥거리를 걸어보니 거의 모든 집에 원조가 다 붙어있다.매콤한 무침과 슴슴한 김밥을 꿀맛처럼 먹는데 치즈에 참치에 온갖 퓨전 김밥에 익숙한 아이들은 손놀림이 둔하다.연한 된장국물로 입가심하고 나서서 문화 마당 한차례 더 활보하고 중앙활어시장으로 들어서 좌판 가득 싱싱한 해산물들 구경하느라 여념없다.아이들 간식으로 빵도 한 보따리 사고 이동식 카페,조그만 손수레에서 커피를 파는 아줌마께 500원짜리 커피를 사 마시는데 이맛이 또 작품이다.

때마춰 아쉬움이 덜 하라고 한방울 두방울 빗방울이....
가슴가득 충만함을 안고 다음을 기약함에 한치의 망설임이 없었던 문화도시 통영나들이였다.

 



김성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