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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속상해라....


BY 또리 2000-07-26

요즘 계속 힘이 들었다.
토욜이면 임신 20주가 되는 나는 출근하고 퇴근하고 그외에 예정에 없던 다른 일이 일어나면 몸이 버거워하는 걸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지난 목욜부터 같은 부서 직원들이 출장을 간 관계로 회사에서는 언제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모든 일에 신경써야 해서 집에 가면 기운도 없고 배도 안 고프고 그냥 누워 자고만 싶었다.
게다가 내가 한참 입덧하느라고 정신없을 때 시부모는 새로 가게를 - 일명 보양탕집 - 개업해서 제대로 먹기는 커녕 음식냄새도 못맡던 나는 토욜, 일욜 계속 왔다 갔다 하느라고 월욜에는 출근도 못하고 며칠을 앓아누웠었다. 그런 그 가게가 복날이면 정신없이 바쁘다고 지난 금욜 중복때 휴가내고 도와달라는 걸 한참 여름 휴가철에 게다가 출장가고 직원도 없는 부서를 비워두고 난 차마 휴가를 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퇴근하고 거기가서 밤 12시, 1시까지 일하고 다음날 출근할 생각을 하니 감히 엄두가 나질 않았다.
마침 시집간 형님이 와서는 나보고 오지 말라길래 잘됐다 싶어
그날 가지 않았다. 그리고 담날 토욜. 도련님 생일이라고 가게로 모이라고 해서 갔더니 전날 안 도와줬다고 기분이 상했는지 시어머니는 계속 성질 박박 긁는 소리만 해대시고, 식사하고 나서도 손님도 없는 가게에 눈치보느라 멍청이 앉아 있다보니 참 눈물나게 서러워졌다. 고무장갑도 없이 점심 설겆이에 손님상 설겆이에 하다 보니 더 신경질이 났다.
씨~ 내가 이집 가정부야, 이 가게 일하는 아줌마야?
그렇게 저렇게 몸도 힘들고 맘도 상하고 그런 맘에 어제 퇴근해서는 신랑이라는 사람한테 좀 퉁퉁댔더니 - 그렇다고 내가 시댁이 어떻고 저떻고 하는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도 - 신랑은 말도 없이 9신가 나가서는 12시가 넘어서 들어오고 딴 방에 가서 누워 자는 게 아닌가?
침실에 가서 자라고 했더니 한마디 말도 없이 혼자 가서 자는 걸 보니 난 잠도 오지않고 마음이 휑한게 정말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결혼한지 불과 4개월도 채 안됐는데...
이해심도 많고 가정적인 사람이라고 항상 생각해왔었는데...
게다가 결혼하고 나한테 첨 한 부탁이 혹시 살다가 싸우더라도 절대 각방 쓴다거나 그러지 말자고 하던 그런 사람이...

그렇다고 나까지 계속 토라져 있으면 언제까지 이럴까 싶은게 안되겠다 싶어서 늦은 새벽까지 신랑에게 편지를 썼다.
내가 이러저러해서 힘들고 기분이 좋지 않아서 좀 짜증을 낸 건데 미안하다, 그렇다고 그렇게 행동한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다가는 크게 싸움만 벌어질 것 같으니까 우리 그러지 말자, 잘 살아보세, 어쩌구 저쩌구.....

그리고 몇시간 잠도 못자고 또 일어나서 아침밥 준비해놓고 메모지 남겨놓고 조금 일찍 출근했다.
난 신랑이 출근해서 나한테 전화를 할 줄 알았다.
어떤 얘기던간에 미안하면 미안하다던가 내가 이렇게 한 게 싫었다던가 어쨌거나 잘 살아보세 그럴 줄 알았는데 웬걸.
전화는 커녕 핸드폰 메세지 한 줄 남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쓸데없는 자존심 같은 거 내세우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정도 얘기했으면 사람이 반응이 있어야지 말이야.
신랑이란 사람이 그딴 거 하나 못받아줘?
내가 먼저 미안하다 그랬으면 못 이기는 척 하면 되잖아?
그게 그렇게 어려워?

에구 속상해라.
바빠서 전화를 못 할 수도 있겠지.
아님 스스로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지도 모르겠지.
그래도.... 에구 속상해라.

집에 가기 싫다. 퇴근시간 다 되어가는데...
이런 그지같은 기분으로 누굴 만날 수도 없고...

하지만 별 수 없겠지.
나도 그도 별 수 없겠지.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이 밴뎅이 소갈딱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