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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도 위로를 좀 받았으면...


BY 까순 2000-08-13

오늘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친할아버지가 계신곳.. 두달전 할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지만...

장례식날 고모와 저희 친정아빠는 무지 심하게 싸우고 그뒤로 저희 엄만 할아버지댁에 가지도 않습니다.
아빤 어쩔수 없이 가고요..
하지만 49제날 여지없이 또 싸우고 아빠도 가지 않습니다.
저희 할아버진 84이십니다.

평생 배운게 도둑질 이라고 농사만 알고 사시는 분이지요.
아 저 눈물이 벌써 나려고 해요.

저희 언니도 시골에 안가고 저만 갑니다.
왜냐구요 자꾸 할아버지가 보고싶어서요..
할아버진 술도 담배도 안하십니다. 이마트가서 과자를 한박스 사고 복숭아도 한박스 사고.. 우리 혼자사는 삼촌(54) 라면도 사고..
우리아가를 태우고 시골에 갔습니다.

할아버진 안계시더군요.
삼촌은 얼마전 경운기 사고로 가슴팍에 빨간 흉이 졌더군요.

아가를 안고 개울건너 밭에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습니다.
할아버진 감자밭에서 풀을 베고 계시더군요.
우리 아가를 얼마나 이뻐하시는지..

할아버진 금방 집으로 오신다기에 집에 가서 기다렸죠..
우리 친정아빠를 무시하는 고모와 함께요...

할아버진 소먹이를 한지게 지고 돌아오셨는데...
지게를 내리는 순간 등에 셔츠가 찢어지고 그 사이로 땀이 아니 그건 물벼락이라고 밖엔 볼수 없는 그런 할아버지 등..

땀이 너무 흘러 눈으로 들어가 눈은 빨간 핏줄이 드러난채 충혈되어 있더군요.
전 정말이지 그런 할아버지를 안보고는 가슴이 아파서 살수가 없어요.
텔레비젼에서 탑골공원 할아버지만 봐도 우리 할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아파서 견딜수가 없어요.
무뚝뚝하기만 한 할아버지.. 용돈을 드려도 받지 않으시고..

이제 호강하면서 살 날이 몇년이나 될지..
예전같지 않고 일년에 한두번 꼭 앓으시는 할아버지..
내 결혼식에 눈빠져라 할아버지를 기다렸는데 배탈이 나서 오지도 못하셨는데..

전 할아버지 혼자사는 삼촌을 만나지 않고는 정말이지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못견디겠어요.
고모와 아빠간 사이는 더 멀어지고..
할아버진 볼때마다 감자며 고추며 다 가져가라고 하시고..
점점 쳐지는 어깨를 볼때마다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할머니 장례식날 너무 울었습니다.
할머니 돌아가신것이 슬프기도 했지만 혼자 남은 할아버지의 힘없는 모습이 정말 가슴아팠거든요.

오늘 돌아가신 할머니의 팔순잔치 비디오를 보았습니다.
태평가를 목청껏 부르시는 할아버지.
앞으로 몇년은 더 그런 정정한 모습을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할아버지..
오래사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