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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며느리가 죄인 명절이 다가왔군요.


BY 종년 2000-08-16

저 지금 너무나 속상하고 가슴에 뭔가가 치밀어 올라 잠이 도저히 오지 않는군요. 그래서 새벽3시가 지난 지금 일어나 컴앞에 앉았습니다.


저는 큰집의 맏며느리입니다. 그리고 현재나이 30. 젊다면 젊고 ... 그래도 아직은 신세대지요.
하지만 결혼해서 4년간 전 모든 집안의 대소사는 제가 다 챙겼습니다. 울 시어머님 손끝까딱 안하시는 분이시고 며느리는 저 하나기에 제사건 명절이건 모두 제손으로 첨부터 끝까지 해야했습니다. 작은집들도 어머님이 부엌에는 일체 안들어오니 그게 불만이되어 며느리인 제가 들어오자 아예 한분은 안오시고 한분은 상까지 다 차려놓고 나서 오길 기다려야 한답니다.

그래도 첨 1-2년은 내가 왜 이렇게 종살이를 해야하나 했지만 이젠 맘 고쳐먹고 평생 해야할 일이고 내가 해야할 일이니까 웃으며 하자. 내가 주인이고 나머진 모두 손님이니까 당연히 내가 해야한다며 기꺼이 해왔습니다. 그렇게 맘 먹으니 맘이 편해지더군요. 울딸도 이젠 32개월이라 나름대로 옆에서 혼자 놀줄도 알고...

예전에는 제 치마폭에서 안떨어지려고 일하는 제 다리에 매달려 우는데 넘 속상했습니다. 울 어머님 손녀도 한번 안아주시지 않는 분이라 애가 우니 절더러 업고 일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한번은 제사날 딸을 친정에 맡기고와서 일했더니 너는 왜 애를 남의집에 맡겼냐고 하더군요. 외갓집이 남의집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미장원에 머리하러 가고 마실다니고 다 해놓을때쯤 돌아오신답니다.

그런건 이제 속상한게 아닙니다. 다 포기했으니까요. 이젠 혼자 일하는게 오히려 더 편하구요. 일도 손에 익어 반나절이면 후다닥 해치우게 되었구요. 나름대로 모두 미안한 맘도 갖는거 같구요.

근데 울 남편 이젠 명절날 전날 자기집가서 자고 명절날도 자기집서 자야한다고 하는군요. 전 너무 기가막힙니다.
아버님 3년전에 돌아가시고 기다렸다는듯 울 시어머님 아버님 산소에 모시기도 전에 이제 너는 명절날 친정갈 생각마라 하시더군요. 전 아무대답 안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니까요.

근데 울 남편 그때 다 그렇게 하기로 했는데 무슨 첨듣는 소리인냥 하냐며 말하는군요. 그동안 명절때마다 울 남편 출근을 해서 명절날 차례지내고 어머님과 전 점심먹고 오후엔 울딸 데불고 친정갔거든요. 근데 올해는 추석 담날 울남편이 출근을 합니다.
그러니 이번엔 명절날 출근안하니 이틀내내 자기집서 있어야 한다는군요. 그럼 추석 담날은 출근하는데 우리집은 안가도 된다는건가요? 아버님 안계신거하고 명절날 내내 제가 시댁에 있는거 하고 무슨 관계가 있죠?

집에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제가 손님대접을 해야한다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울 시댁엔 작은집외엔 아무도 오는사람도 없고 작은집도 차례지내기 무섭게 설겆이도 안하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인데... 거기다 오후엔 시댁간 시누이들 가족들 몰려오고...
울 어머님 명절날 아침부터 딸들기다립니다. 그러면서 저는 친정가면 안된다고 하니 그거 말 됩니까? 당신딸들은 맏며느리가 아니고 저는 맏며느리기 때문이랍니다. 당신딸들 오면 제가 대접해야한대요.

그런데 남편이란 사람이 어머님은 그런 분이라 쳐도 명절만 되면 혼자 낑낑대며 일하느라 늘 몸져눕는 약한 아내인걸 알면서도 위해주기는 커녕 거기에 앞서 동참해야 합니까?

누가 그러더군요. 조근조근 남편 잘 설득해서 명절날 저녁에 친정은 안가더라도 집에가서 자자고 하라고.... 울집서 시댁은 10분거리거든요.

근데 울남편 제가 조용히 얘기 시작하니 상황이 그럴 상황이면 따라야지 남편말은 안듣는다며 자기 열받으니까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소리치더군요. 나이나 많은 남자면 세대차이라고 생각이나 하죠. 저랑 동갑나기인 남편이. 너무 구세대적인 남편이 너무 죽도록 밉네요.

그러면서 하는소리가 평상시 넌 친정에 잘 가니까 명절에 안가면 어떠냐는 겁니다. 평상시 잘 간다는게 같은 서울에 살면서 한달에 두번도 못갑니까? 그것도 울 남편 회사 당직이라 안들어오는 날만 갑니다. 울 친정쪽에선 울딸이 하나밖에 없는 손녀라 모두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거든요. 그렇다고 시댁은 안가나요? 전 제 할도리는 해야하는 성격이라 친정다녀오면 시댁에도 다녀와야 맘이 편합니다. 울 부모님께는 복날 음식대접도 못해드렸지만 울 시어머님께는 중복에는 나가서 사드리고 말복에는 집에 오시라고 해서 삼계탕도 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친정에는 가면 쉬게 되지만 시댁에는 가면 부엌부터 가야하는데 누가 그렇게 그런 시댁엔 자주 가고싶겠습니까? 그리고 울 시어머님은 일을 하셔서 아침 7시부터 나가서 보통 밤 11시가 되어야 오십니다. 미리 언제 가겠다고 연락드려도 가보면 문이 잠겨있어 종종 되돌아 옵니다.
가고 계시지도 않는데 어떻게 자주 갑니까?

그럼 저는 명절에 자기 식구들 모여 노는데 옆에서 시중들고 있게 하면 남편이란 작자 맘이 편합니까? 울 남편은 편한가 봅니다. 저도 함께 어울려 놀수 있는 분위기면 그깟 명절 하루 더 있죠. 하지만 울 남편은 매형들과 사이가 좋아 남자는 남자들끼리 옥상에 올라가 고기구워먹고 조개구워먹고 놀고 시누이들과 어머님은 안방에 모여 자기들끼리만 얘기하고 노는데 저는 매번 명절때마다 혼자 병신처럼 마루에 우두커니 앉아있답니다. 그게 얼마나 고문인지 아마 모두 아실거예요.

자기는 처가집가면 정말 대단한 손님온듯 대접받으면서도 밥한번 안먹고 오려고 하면서...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저에게는 그런 불편함이 당연함이라고 할수 있습니까? 지난번에는 친정서 함께 자고오는데 처가집서 자면 속옷바람으로 못잔다며 눈을 흘기며 짜증을 내더군요. 그럼 저는 시댁가면 어머님이랑 함께 자야하고 옷까지 다입고 자는데... 그깟 하루 속옷바람으로 못자는게 그리 못참을 일입니까?
그래서 제가 한마디하면 그말 하고싶어 어떻게 참았냐? 언제부터 참았냐?며 빈정됩니다.

명절날 하루 더 시댁에 있으면 그 다음날 일찍이나 나올수 있나요? 아침에 일어나 식구들 아침챙겨주고 치우고 하다보면 오후일텐데....

우리도 딸이 있습니다. 전 정말 딸이 저의 남편같은 사람 만날까 걱정됩니다. 울 남편 딸을 무척 끔찍히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러죠? 울딸에게 너는 명절날 자기집 안가는 남편만나야한다. 그리고 친정와도 아빠는 보지말고 엄마만 보러오렴.... 하구요.

그래도 애가 아직 어려서인지 울 남편은 자기도 딸이 있으면서 딸둔 부모의 심정을 아직 느끼지 못하는거 같습니다. 저의 친정은 딸만 있습니다. 아들없는 우리부모님 명절때 젤로 안쓰러워 보입니다.

당신 어머니가 명절때되면 자식들 모두 끼고 둘러앉아 있고 싶은것처럼 울 부모님도 그 맘은 한가질텐데.... 왜 울 어머님도 울남편도 그맘을 모르는지....

이 집에선 맏며느리는 그저 종일뿐입니다.
더욱 비참한건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남편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제사지내던날 그때는 음식하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습니다. 다른 남편들은 그런 아내 눈치보며 힘들지! 수고했어. 한다는데 울 남편 제가 너무 힘들다며 투정했더니 뭐라고 하는줄 아십니까? 그거 당연하거 아니야? 시집왔으면 당연하게 하는건데 뭘 너만 하는것 처럼 투정하냐더군요. 그게 갓결혼한 신혼의 남편입에서 나올 소리입니다. 설사 이세상의 모든여자들이 그러고 살아도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그렇게 고생하면 안쓰러워 보여야하는거 아닙니까?

함께 침대에 있다는것조차 몸서리치게 싫은 밤입니다.
그렇게 자기혼자 듣기싫다며 소리치고 울 남편은 베개만 머리에 닿으면 곧바로 코골며 자는 사람입니다. 저는 너무 속상해서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도 안오고 가슴에 뭔가 큰덩어리가 짓누르는 느낌이 들어 숨쉬기가 힘드네요.

부부간에 대화를 할 수 있다는것이 얼마나 큰 행복일까요. 우리부부는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말로 설득하려고 웃으면서 조용히 얘기를 시작해도 자기 뜻에 조금만 어긋나면 무조건 화부터내고 얘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소리만 질러대니까요.

그래서 전 혼자 중얼거리는 버릇이 있답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터질것 같으니까요. 울 남편 저더러 뻑하면 궁시렁혼잣말 한다고 그모습도 짜증내더군요. 혼잣말하려면 자기 전혀 안들리게 하래요.
그럼 말못하는 여자랑 결혼을 하지...

너무도 처가집에 끔찍히 잘하는 울 아주버님들....
그래서 너무 고맙다고 말하는 울남편. 그리고 자기도 본받을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던 남편. 연애시절 전 아무것도 보지않았습니다. 딸만있는 우리집에 정말 아들처럼 잘할 남자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믿었습니다. 그것이 깨진것은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첫날부터였지만....

울 부모님이 울남편이 이런맘을 안다면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요. 무슨 날만되면 사위를 얼마나 챙기시는데.... 울남편 생일날도 꼭 생일상 차려주시고 복날에도 빠짐없이 챙겨먹이시고... 그것도 울 아빠가 직접 사위에게 먹인다고 손수 음식만들어서 바치는데.... 전 시집와 지금까지 어머님을 비롯해서 울남편의 다섯형제들 생일 꼬박꼬박 챙겨도 아무도 매년 제 생일을 알아주는 이는 없답니다. 울 어머님도 제가 몇월생인지도 모르시니까...

울남편 처가집서 복날이라고 삼계탕해놓았으니 먹으러 오라고 하면 뭐라고 하는줄 압니까? 그거 닭한마리 먹자고 거기까지 가야하는거야? 그냥 안가면 안돼? 합니다. 정말 그 닭이 불쌍합니다. 닭만도 못한 인간.... 어느 자식이나 자기부모에 대한 맘은 애틋합니다. 부모님이 고생을 얼마나 했든. 안했든. 자기부모이기에 젤로 맘이 가는건 당연함인데 자기 어머님만 끔찍하고 불쌍하고 고생많이 해서 안쓰럽고 울부모님은 안중에도 없는 인가.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명절에 당직이었던 울남편땜에 전 딸데리고 혼자 친정에 갔었는데 올해는 그나마 명절날 오후에도 가지못할것 같군요.

정말 저두 시댁에 가기 싫습니다. 남편이 이런식으로 나오는데 저는 가서 혼자 남편조상들에게 바칠 음식준비 해야하는겁니까?
정말 때려죽이고싶도록 밉습니다. 추석날 딸데불고 아무도 없는곳에 박혀 쉬다가 명절끝나면 돌아오고 싶군요. 하지만 전 압니다. 명절전날이 되면 늦잠자는 남편 재촉해서 시댁에 갈것을.... 가봤자 아무도 없어 우리가 문따고 들어가야 하지만 일찍 가있어야 맘이 편해서 그렇게 하리란것을... 왜 아무도 없냐구요? 울 어머님은 당신 볼일보러 나갔다가 제가 일 다 마칠때쯤 돌아오실테니까요...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시댁이 시골이 아닌 같은 지역에 있는분중 명절날 친정 안가시는 분도 계시나요? 친정이 한시간 거리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