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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며느리예요


BY 작은사람 2000-08-18

속상한일 쓰는곳이라니 와봤어요. 이런 글쓰기는 처음 해보는데
정말 여자들한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맏며느리인데 공무원 생활을 하다 얼마전에 그만뒀어요.
첫아기를 낳고 시어머니께 맏겼는데 좋은점도 있었지만 부작용이 더 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날 시아버지가 술을 먹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을 가더라구요.
시어머니는 그게 나때문이라며 별 말씀을 다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몇 개월후 다시 시아버지는 술을 먹고 일주일을 골방에서 나오지도 않았지요. 그 이유도 모두 나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내가 며는리로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그 때 남편과 저는 육아비로 매달 35만원을 1년간 드리고 있었는데 그 돈은 분유 몇 통 사고나면 없다는 거여요. 나보고 니는 돈을 너무 밝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시어머니는 저보고 처음부터 너가 맘에 안들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너 대학나왔다고 자랑하냐고 하시더군요.
나 참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지요. 시아버지는 술 냄새를 마구 풍기면서 잘못 했다고 말하래요. 두세번을 잘못했다고 말했는데 귀가 어두우신 이분이 재차 말 안하냐면서 손을 치켜들더군요. 저를 때리려고. 시누이가 그걸 막았어요. 저는 이게 꿈인지 생신지, 이게 실제는 아니겠지 하며 훌적거리기만 했죠.
저는 그 때의 충격으로 6개월간 생리를 20일 간격으로 했고 목소리가 2주간 쉬어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지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남편은 어머니께 육아비로 월 50만원을 주기 시작했구요.
내가 하는 행동이 그렇게 못마땅했었던가 내 자신도 밉고 시부모도 미웠지요. 지금 결혼 5년이 지났는데 시아버지는 젊을때부터 술버릇이 나빴다는걸 확실히 알게 되었고 시어머니도 시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시어머니 자신도 남편이 왜 화나서 술을 먹는지 이유를 모르는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아버지는 일년에 두어번정도 술을 먹고 집안을 뒤집어 놓지요. 평상시는 별말이 없는 조용한 분이 돌변하는 겁니다. 자기 자존심이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이 들거나 조그만 변화가 있으면 그걸 못견뎌하고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더군요. 남편과 저는 지금도 시부모에게 월50만원씩 주고 있습니다. 수입이 거의 없는 분들이거든요. 내가 글을 올리려고 했던건 이게 아닌데. 하옇든 저는 이렇게 살아요. 진짜 속상한 일은 생활비는 내 쪽에서 주는데 집안 경제는 두살 아래의 동서하고만 의논한다는 것입니다. 내 앞에서 둘이 통장을 들고 속닥거리고 있으면 소외감이 듭니다. 맏며느리는 경제적으로 의존할 대상. 동서는 마음을 나눌 대상인 듯 합니다. 제가 그렇게 못된 며느리인가요...?
시부모님은 맏이인 우리에게 의무감만 강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