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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 그 영원한 숙제


BY 뚱보 2000-08-24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남자와 사랑에 빠지고(아닐수도 물론 있겠지만)그리고 결혼이라는 걸 하면서 그렇게 우리의 슬픔은 시작되어 가는것 같다.
나의 전부가 되어 줄수 있을것 같던 믿음직했던 남편은 그러나 자신의 부모나 형제와 관련한 어떤 일들이 발생하였을 때에는 돌변한다.
당연하게 아내가 참고 인내해 주기를 바라고.시부모 또한 당신들이 살아왔던 것처럼 살기를 바란다.
나 역시 여자 사는거 그런거려니.. 하는 부분이 없지는 않았던것 같기도 하다.


주부싸이트에 올라온 많은 사연들..
그중 시댁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정말 대단하다.
잘 사는 며느리들도 물론 많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런 시부모와 며느리들을 존경한다.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들이 아들과 남편을 매개로 하여 보듬어주고 사랑하며 사는거 그건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가
나 역시 그렇게 살면서 남편과 그의 부모님의 사랑을 담뿍 받으며 살고자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시댁에 대해서 만큼은 속상하고 억울한 나머지 남편하고의 관계도 거리가 생겨가고 있음을 느낀다.
시댁에 발걸음을 안한지가 벌써 몇년이 되었고, 그것으로 인한 남편하고의 불편한 관계와 갈등.
그동안 내가 안고 왔던 짐을 남편 혼자 짊어지게 되면서는 그의 고뇌는 시작되었던듯 싶었다.
아내가 힘들어 할때 그 짐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들어주었더라면 스스로 다 감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억지로 모른채 덮어 두려만 하였던 아들과, 지가 내 아들과 살면서 어쩌겠어 하는 아들 가진이의 교만이 어울어진 결과는 단절이라는 거대한 벽을 만들어 내었다.
나는 시댁하고 발을 끊는 나쁜여자가 되기로 했다.
아들이 이해를 못하면 그 아들하고도 연을 끊으려 작정했다.
내가 살기위한 방법은 나쁜여자가 되기를 자청하는 거였다.
잘하려 애쓰던 만큼을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하였더라면 지금의 나 보다 훨씬 자신만만한 여자가 되어있지 않았을까.
전화 한통화에 가슴이 무너지고, 눈빛하나에 절망을 느끼고, 말 한마디에 그리도 상처입었던 지나간 날들이 억울하긴 하지만 그러나 후회는 않는다.
아팠던 날만큼 나는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하고. 그리고 그 노력만큼은 내 스스로 인정할수 있으므로,

그러나 가슴은 아프다.
길가다가 늙고 볼품없는 노인을 마주치면 속도 상한다.
식당에서 가족 3대가 사이좋게 밥먹는 모습을 봐도 화가 난다.
내가 원했던건 정말이지 살가운 3대로 살아가는 거였는데..
남편의 마음도 부모로부터 떠났음을 본다.
왜 저럴까하는 안타까움에 혼자 감당하다가 드디어 손을 놓았음을 본다.
다행이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남자들의 이기심을 눈치챈것 같아 놀란 가슴을 감춘다.
남자들은 그렇다.
내 힘든걸 아내가 알아서 맡아 주었으면 한다.
그리하여 다행한 결과가 나오면 그것만을 즐기려 든다.
밤에 침대에서 따뜻하게 안아 주는걸로 다 떼우려 든다.
그걸 사랑의 표현이라고 믿는듯 싶다.
내 나이 마흔하고도 셋.
뭐든 참고 지내면 더 좋았을 것을 하는 후회는 어떤일에나 누구에게나 다 있다.
그러나 나는 더 참다가 손바닥에 가진 내 마지막 감성까지 잃을수는 없었기에.
참아서 얻는 그 어떤것과, 참아서 잃는 또 다른 어떤것을 생각해 본다면
아니, 무엇보다 나는 사람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