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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BY 막내 2000-09-01

저는 삼형제 중 막내 며느리랍니다.
결혼한지는 4년 됐구요...

30년 동안 살아오면서 오늘같이 속상하고, 세상이 야속하게 느껴진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얼마전에 전 일생일대의 아주 중요한 결정을 내렸답니다.
위로 두 형님이 계시지만 제가 시부모님을 모시기로 말이예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주부님들이라면 다들 제 결정이 얼마나 많은 인내와 힘겨움이 있었을 거라는 거 다 아시죠?
게다가 시어머님은 당뇨를 20년 정도 앓으셔서 바깥 외출은 커녕 집안 살림은 손도 못대시는 형편이랍니다.
이 정도면 제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이 생각했으며, 또 힘겨운 결정을 했다는 데 동의하시리라 생각해요.

더군다나 우리 큰 형님은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으셔서 우리가 부모님을 모시겠다고 하면 그걸 그리 탐탁치 않게 여길 것 같아서 저희나름대로는 제가 일을 가지기 위해서 부모님과 합치는게 서로에게 이득이 될거 같아 그렇게 한다고 말씀드렸죠.
아무리 제 일때문에 합친다고는 하지만 어느 며느리가, 그것도 막내며느리가 시부모님을 모시겠다고 먼저 나서겠습니까...

우쨌든 큰형님, 작은형님, 부모님께 다 말씀드리고 일을 추진하는 중에 너무도 냉정한 세상을 알게 되어서, 그것도 가장 가까운 형제에게서 그러한 걸 알게 되어서, 참으로 서글프고, 또 화도 나고 그러네요.

부모님께서 사시는 집이 그리 넓지 않고, 또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저희집 전세를 빼고, 부모님집도 전세를 놓고, 그 돈을 합해서 좀 넓은 평수의 아파트로 전세로 들어가려고 계획을 잡고 있었습니다.
제 신랑이 은행원이라 저희는 은행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임차보증금을 대출해주는 돈으로 전세를 살고 있거든요...
근데 문제가 생긴겁니다.
넓은 평수의 아파트는 회사에서 대출을 안해준다는 거예요.
그러면 저희가 세운 계획은 완전히 무너지는 거잖아요.

부모님도 저희와 같이 사신다고 기뻐하시며, 쇼파도 천갈이도 하시고 나름대로 여러가지 준비를 하시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리고 저도 일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 계획이 무산되길 바라지도 않았구요...
그래서 둘째 형님께서 며칠 후면 전세 재계약을 하신다고 하셔서 그 계약을 제 신랑이름으로 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아서 형님께 부탁을 드렸죠.
저희는 나름대로 그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아서 부탁을 드렸는데, 사실 저흰 형님은 걱정도 안하고 주인이 안해주면 어떡하나만 걱정했는데, 우리가 부탁을 하자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겁니다.
자기네 돈이 우리 이름으로 되는 거 아니냐면서요~~~
네~ 물론 서류상으로는 그렇죠.
그래도 저희가 사업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 보증금이 어데로 날라갑니까...
그치만 형제간에, 그것도 막내가 부모님과 함께 사는 문제로 추진하는 일에 어떻게 한마디로 딱 잘라서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는 건가요...

주인하고 상의를 한 번 해보겠다 라든지, 아님 그래도 안될것 같으면 동서, 처음 부탁하는 건데 못들어줘서 미안하다던지... 그러긴 커녕, 우리가 어떻게 모은 돈인데 .... 그러는 거 있죠.
그러면서 꿔준돈 받으러온 사람같이 싸늘한 목소리로 우릴 깔아뭉개는 거예요.

사실, 몇달전에 부모님께서 둘째 형님께 같이 사시는 문제를 내비치신 적이 있으셨어요.
그때도 일언지하에 거절하셨거든요. 저희 둘째 형님이요~~
생활비 많이 든다는 게 그 이유였어요.
물론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마음이 많이 아프셨겠죠.

일한다는 그거 하나로 명절이나, 제사나 , 집안행사에 거의 참여도 안하신답니다.
벌써 2~3년째 큰형님이랑 저랑 둘이서 명절준비, 제사준비 다 한답니다.

아까 그 얘길 듣고는 온 몸이 떨리고, 속이 타서 아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세상이 냉정하다, 사회가 냉정하다고는 하지만,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 형제에게서 이런 대접을 받으니 너무 속상하네요.
그것도 우리가 잘될려고 부탁한것도 아니고, 시부모님모시는 일때문에 한 부탁을 그렇게 거절하니...

며칠있으면 추석인데, 둘째 형님(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네요) 꼴도 보기 싫네요.

저희 시부모님께서는 다시 한번 자식들과 사는 꿈을 접으시고 계십니다.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요...

횡설수설... 너무 길게 야그 했네요.
그래도 그동안 형님이 경솔하게 했던 행동, 말들을 다 쓰자면 밤을 새워야 겠네요.
여태 막내라는 이유로 꾹꾹 참고 지냈었거든요...
그래도 여기 이렇게 털어놓으니 머리는 좀 맑아지네요.

많은 도움말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