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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하고 싶은 얘기......


BY 엄마사랑이 그리 2000-09-06

속상한 맘에 몇자 올립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이혼을 하셨죠..
전 할머니 손에 맡겨졌고 엄마는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다 재혼을 했어요...아빠도 제가 초등2학년에 재혼을 하고 절 데리러 오셨죠...

어린 맘에 엄마,아빠랑 산다는 것이 넘 좋았어요..
친엄마는 아니었지만....
서먹하게 들어선 집안엔 얼굴도 생소한 젊은 새엄마와 새외할머니와 갓태어난 듯한 어린 남동생이 있었어요..
그때 기억은 잘 안나지만.....아마도 그때부터 제마음속에 상처가 깊어지기 시작했었나봅니다..

전 갖고싶은 게 있어도 엄마한테 말하지 못했어요..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남동생이 먹는 분유를 엄마가 없을 때 몰래 퍼먹기도 하고 엄마가 시장만 가면 달걀후라이며 반찬이며 닥치는 대로 주워먹기 일쑤였어요..

공부도 그저그랬고 그렇다할 특기도 없었지만 그 흔한 학원이며 학교에서 하는 걸스카웃 같은 것도 한번 시켜주질 않았어요..
그다지 못사는 정돈 아니었는데요.
어쩌면 내가 하고 싶단 말을 안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전 맘속으론 무지무지 하고 싶었거든요...

초등학교건...중학교건....고등학교건....
갖고 싶은 옷이며...가방이며...신발이며....
그런것 말한마디 못해보고 사주면 사주는 대로 그냥 지냈어요..
학교에선 내 옷을 보고 친구들이 놀려댈까봐 노심초사 하면서요.

도시락 반찬도 늘 불만이었어요..
친구들은 맛있는 반찬을 잘도 싸오는데..
우리 엄마는 반찬그릇에 3분의 1도 안되는 반찬을 싸주었어요..
그것도 늘 김치 아니면 멸치..김 몇장...
전 용돈을 털어서 아침마다 참치 통조림이나 조미 김이나...
그런것을 사서 가야 했어요..친구들이 엄마를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용돈도 풍족하진 못했죠...그 반찬값을 당해내질 못했어요.
그래서 엄마 지갑에서 돈도 많이 훔쳤어요....
늘 죄의식에 시달렸지만...친구들에게 이상하게 보이는건 더 싫었어요...

늘 엄마가 미웠어요...나 한테 너무 소홀하게 대하는 것 같아서..
동생들한테는 안그러면서...
엄마랑 아빠는 늘 저땜에 싸웠어요...
아빠도 새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살았죠..아빤 자식까지 딸린 재혼이었지만 엄만 초혼이었거든요...아빤 젊은 여자가 남의 자식까지 키워주며 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며 늘 저보고 참으라고만 했어요..

하지만 아빤 눈치만 보며 사는 제가 늘 마음에 걸려 이것저것 해주려고 애쓰셨지만 늘 새엄마 몰래 그러셨죠..
새엄만 그게 더욱 못마땅했고 그래서 두분은 늘 싸우셨어요..
엄마 아빠가 싸우면 그원인이 저라는 것을 알기에 저역시 맘이 아팠죠..

전 초등때부터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어요...
자살을 생각하기도 하고...병에 걸려서 죽어버렸으면....
하지만 시도한 적은 한번도 없었죠...
차라리 빨리 세월아 지나라...
어른이 되면 나 하고 싶은 대로 맘껏 하고 살아야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운좋게 취직이 빨리 됐죠..
돈을 버니까 너무 좋았어요...
입고 싶은 옷도...먹고 싶은 것도...하고 싶은 일도...너무 많았거든요...
하지만 엄만 월급을 내마음대로 하려는 제가 못마땅했고..돈때문에...또 시간때문에 늘 싸웠어요...
회사가 서비스업이라 업무시간이 길기도 했고 업무 파한후 친구들을 만나러 다니느라 늦게 들어올 때가 많아졌었거든요..

첫 회식이 있던 날....
8시에 업무를 끝내고 회식을 시작해서 집에 온 시간이 12시...
엄마 저보고 회사를 그만 두라고 했어요..
12시까지 회식하는 회사는 그만두래요...
아빤..엄마가 널 사랑하니까 간섭을 하는거라고 했지만...
다른 엄마들은 안그런데....하지만 그 엄마들은 딸들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던데...전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암튼간에 이젠 엄마의 강압적인 보살핌에 벗어나고 싶었던 저는 어느날 엄마에게 무지 대들었어요..
엄만 제 머리채를 잡아 끌었고 그 일에 격분한 저는 집을 나가겠다고 했죠...
아빤 중간에서 엄마편도 제편도 들지 못한 채 절 설득하려고 했지만....전 더이상 그 집에서 살기가 싫었어요...

여차여차해서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는 이모집에서 살게 되었지요...물론 친이모예요..우리 친 엄마의 동생...
첨에는 몇년만에 만난 이모가 어색했지만 곧 친해지게 ?怜?..
전 제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삶을 만끽했어요...
하고 싶은거 다하고 먹고 싶은거 다하고...늦게 들어온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입고 싶은 옷도 맘껏 사고...이모랑 밤새 수다떨다가 두세시간 자고 출근하는 적도 많았어요..

전 공부도 중간쯤밖에 안됐고 외모도 그다지 출중하지 못했었고..성격도 늘 주눅들어 있어서 삶에 자신이 없었는데...
그때부턴 변하기 시작했어요...
직장에서도 같은 시기에 들어온 동기들 보다 호봉이 제일 높았고..회사 상사들의 귀여움을 받기 시작했어요..
부서도 제일 인정받는 곳에 있었구요..
예쁘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외모에 투자를 해서 그런지...자꾸 들으니까 정말 제가 이렇게 예뻤나 의심이 갈 정도였어요...
하긴 제 옛날 모습을 못본 후배들은 제옛사진을 보고도 안믿을정도였으니까....

그러다가 3년전에 집으로 다시 들어왔어요...
아빠가 걱정을 많이 하셨거든요...결혼은 엄마없이 어떻게 할꺼냐고...그러고 지내고 있으면 남자쪽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은 해보았냐고...
전 결혼할 생각도 없고 할지라도 그런거 상관안하는 남자랑 할거라고 큰소리 빵빵쳤지만...심각하게 생각해 보니 걱정은 되더라구요...친엄마도 자꾸 들어가라고 그러고....(이모집에 살게된 이후로 친엄마도 자주 왔었어요..)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가기로 했죠..그런데 이번엔 엄마가 받아주질 않는 거예요...나갈때는 니맘이였지만 들어오는 건 맘대로 안될꺼라고....

제가 이모집에서 한 4년정도 살았었어요...그동안 집에도 자주 갔었죠..첨에는 엄마가 쳐다도 안보고 그랬지만 그후론 잘 지냈었거든요...그러더니 들어간다니깐 들어오지말고 이모집에서 그냥 살다가 시집이나 가라고...아무렇지도 않게 그러대요...

엄마도 맘이 무척 상했었겠죠..
아마도 제가 집을 나갔을 때 상처를 많이 받았나봐요...
그래서 다시는 안받아주리라 다짐을 했었나봐요...
하지만 나갈때와 마찬가지로 전 결국 들어오게 됐어요...
집에 들어와서 한동안은 숨도 못쉬고 지냈죠...
전 또 주눅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집에 들어온 한달 후...
전 남자를 만났고...결혼얘기가 오갈정도가 됐죠...
그때쯤엔 엄마랑 사이가 또 좋아졌어요...
결혼을 빨리 하고 싶은 맘은 없었는데....남자가 서두르긴 했지만 저 또한 남자가 이끄는 대로 결혼을 하고 말았어요...
만난지 딱 일년후에...

결혼 준비를 할땐 정말이지 너무나 다정한 모녀간이였죠...
팔장도 끼고 다니고 맨날 머리 맞대고 의논하고...
내가 왜 그렇게 엄말 두려워했었는지...
왜 다가가려 하질 못했는지...이렇게 다정한 사람인데.....
이젠 내 인생에 그림자는 사라졌어요...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친엄마랑도 왕래가 잦지만 그래도 일순위는 날 길러준 엄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늘 남편이 저에게 건넨 말은 절 당황하게 했어요...
자기는 서울장모님(친엄마)이 더 편하다고...
서울장모님하고 이모님은 자기한테 잘해주려는 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은데...
장모님은 그렇지 않은것 같다고...

엄마가 저희집 근처에서 식당을 하시는데...그래서 자주 가거든요...아무래도 가까우니까 자주 가게 되더라구요...
손님이 드문 저녁시간에 자주 가는데...그러면 엄마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거든요...
첨에는 술 좋아하는 신랑땜에 부대찌게며 닭도리탕이며 푸짐하게 해주던 엄마가 요즘은 귀찮아 할때가 많아요...
전 어릴적 부터 눈치를 하도 봐서 엄마 눈빛만 봐도 알거든요...
그래서 남편도 눈치 챌까봐 노심초사 했었는데...
그동안 말은 안했어도 남편도 눈치를 채고 있었고 속으로 은근히 서운했었나봐요...

얼마전에 갔을때 엄마가 신랑이 좋아하는 제육볶음을 해주었는데...밥을 네명이서 먹는데 작은 접시에 내온 제육볶음을 보고 전 일부러 안먹었거든요...
소주 한병을 남편이랑 엄마랑 나누어 먹고 한병 더 먹으라는 권유에 만류를 하는 남편을 보고 왠일인가 싶었는데...
오늘 남편이 하는 말이...장모님 가게에 가면 술을 못먹겠대요...술을 맘껏 먹으려면 안주가 푸짐해야 하는 데...장모님은 밥반찬 할 양만 해주시고 술을 먹으라고 하셔서 눈치 보인다구요....

엄마 요즘 힘든 거 알죠....
돈 벌이는 안되는 데 동생들은 어려서 학교 다니고 있고 살림 밑천인 큰딸은 일찍 시집가서 자기 살기 바쁘다고 보탬도 안주고...
알긴 하지만 서운한 건 어쩔수 없네요...
엄마 가게에 가도 반찬 한번 싸주지도 않고 김치 한번 담가 주지도 않고...시어머니가 해주시니까 시어머니한테 잘하라고 하는 말이 꼭 떠넘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산후 조리 할때도 그랬죠...몇달전부터...시어머니가 산후조리 해준다고 하면 두말말고 고맙습니다..해라...
얼마나 불편해요...시어머니가 산후조리 해주는거...
다행히 친엄마가 산후조리원 넣어 줘서 거기서 했어요...

손녀한테 뭐 하나 사주는 법도 없고....
지금은 어려서 사줄게 없어서 일부러 안사준다고.....
커서 사줄려고 일부러 안사준다고...

물론 저도 엄마한테 잘한거 하나 없었죠...
어쩌면 어렸을때 엄마한테 땡깡도 부려보고 어리광도 부려보고.. 그렇게 컸으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껄....
왜 그렇게 감추고 왜 그렇게 참고만 살았었는지....
그런 내색을 안하니 애가 애같지 않고 징그러웠고 응큼하게 보였을지도 몰라요...게다가 가끔 나쁜짓도 하고....
엄만 ...그런 절 보고 정이 더욱 안들었을지도 모르죠...
친엄마의 모습을 많이 닮은 딸땜에 아빤 지금까지도 친엄말 잊지 못하고 있어요...아빤 엄마의 요구땜에 어쩔수 없이 이혼했거든요...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고 엄만 더욱 더 제가 미웠을 지도 모르죠...
만약 그 상황이 되면 저라도 그랬을 지 몰라요..충분히 이해되거든요...

그래도 이젠 결혼도 했고 애엄마도 됐으니....모든걸 뭍어버리고 싶었어요...엄마랑 잘 지내고 싶었죠...잘 지내고 있었구요...
가끔 섭섭하지만 흘려보냈어요...그런건 문제가 아니라고 섭섭한게 아니라고 생각 하려 애썼죠...
그런데...오늘 남편의 그 말을 듣고...왜 엄마는 그걸 사위까지 눈치채게 했는지....그게 정말 속상해요...
좀 피곤해도...좀 아까워도...조금만 참아 주지...이젠 딸도 속 안??히는데....
돈 없다...보험료 해지 했다...동생 납부금도 두달이나 체납됐다...힘들다..
갈때마다 듣는 엄마 넋두리도 다 받아주고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는데....
내동생은 과외도 하고 학원도 많이 다니는데....
그래도 다른 애들 보다 못해준다고 그래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날마다 안타까워 하는 엄말 보면서 애써 서운한 맘 감추려 노력했는데....
그래도 내년에 동생 대학에 합격하면 입학금이라도 내놓자고 남편이랑 상의하고 돈도 모으고 있는데....
그래서 넘 넘 필요한 차사는 것도 조금 미루고 있었는데...

그동안 초원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맘속에는 아직도 응어리가 많았나 봅니다...
쉴새없이 ??두리가 흘러 나오는걸 보니....
하지만 전 엄마를 이해해요...
이만큼 키워 주신것도 감사하구요...
엄마...저 제아이 많이 키워놓고 저도 제일을 하게 되면 돈 많이 벌어서 엄마,아빠 용돈 많이 드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그러니 엄마도 이젠 엄마 배아파 낳은 딸처럼 진심으로 대해 주세요..전 엄마한테 섭섭한 맘 들때마다 거리감 생길까봐 겁나거든요...



제 긴 글을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드려요...
이런 얘기들 속시원히 털어놓은 적이 이번이 첨이거든요...
실명으로 올리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 용기있게 한번 써봤는데..
20년동안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어지는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