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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아줌마들 저 좀 꼭 도와주세요!!1


BY 연 2000-09-06

남편과 심하게 다투고 새벽녘까지 잠 못이루다가 찾아왔네요.
참고로 남편은 말이 없고 혼자서 컴퓨터를 하던가, 텔레비젼을 보던가...옆에서 말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죠.
여러 형제중에서도 어렵게 얻은 아들이라
가난한 시댁의 형편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어려운줄 모르고 자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가난한 집 장남이라기보다 아무것도 모르고 곱게큰 사람같이 비춰질때도 있고, 시누들이나 시부모님은 자기 오빠를 무슨 왕 떠받들듯 한답니다.

첫애를 낳고 그럭저럭 결혼한지도 2년이 지났네요.
항상 식구들한테 최상의 대우를 받아온 남편은 도무지 누군가를 배려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는 데는 서툴러요.
늘 상대에겐 무관심하고 자기 껍질 안에 갇혀 있길 바라죠.
그러면서 당연히 상대방은 자신을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하죠.

그동안 별로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생활...
남편에 대해 포기하는 일이 많아지고 또 익숙해지면서 둘째애가 들어섰네요.
임신초기엔 누구나 그렇듯 몸도 힘들고...은근히 남편의 무관심이 화가 나고 남편의 애정에 확신이 없는 아이를 낳아 기를 생각을 하니 짜증도 나고...

싸움은 이렇게 시작됐죠.
평소같으면 남편성질 파악하고 있으니까 용돈 많이 쓴다는 잔소리같은건 안할텐데, 불과 10일만에 50만원을 다쓰고 또 달라는 남편이 야속하데요...둘째아이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도 쪼들릴께 뻔한데 말예요. 너무 화가난 나머지 두서없이 울면서 하소연을 했죠.
"내가 이 집 종이냐 뭐냐...난 이것저것 생각해서 푼돈도 아끼려
하는데 당신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냐 뭐냐...
시댁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돈 갖다주고 친정에 신경쓴거 있냐...주절주절"

했더니 남편은 대뜸 시댁에 돈 안 갖다 줬대요...
참고로 저희 남편은 저랑 일언반구 의논한마디 없이 신혼초부터 몰래 시댁에 돈을 드려요. 주식해서 경기 좋으면 몇백만원씩도요. 사실 전 그돈 구경도 못했지만요.
시댁에 돈 드리는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데, 저 몰래 드리니까 소외된 느낌도 들고 시부모님은 모른척 하고...
자기 동생이며 부모님은 잘 챙기면서 처제 손에 용돈한변 쥐어준적 없고 암으로 앓고 계신 장모한테도 안부전화 한번 할 줄 모릅니다.

이것 저것 서운한 마음이 들어 하소연했는데, 그저 남편은 뱃속 아기를 위해서라도 알았다 알았다 하고 조금만 다독여주면 풀어지고 넘어갔을텐데...
대뜸 자기 여동생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집에다 돈 갔다줬냐 안줬냐 확인을 합니다.
시누는 오빠랑 쿵짝이 맞아 안받았다고 잡아떼죠.
시누가 절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시댁에 돈 주는것 이해 못하는 못된 며느리 된 셈이죠.

너무 화가 났어요.
부부가 싸운건 코피가 터지든 어쨌든 둘이 해결해야 하는거 아닐
까요?
남편은 그순간 왜 시누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앞으로 언성높여 싸울때마다 절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시누한테 이를 걸 생각하니 뱃속 애기도 낳아 기를 자신이 없어져요.
애기한테 미안하지만요.

우리 시누는 저보다 한살위인데 남편은 중요한 일이 있으면 나보다 시누랑 더 의논을 해요.
신혼초부터 단둘이 있을때도 남편은 내 무릎을 베고 누운적이 없답니다.
하지만 시댁에 가끔 가면 시누 무릎베고 누워 있고, 잠도 시누들 틈에서 잔답니다.
첨엔 기가 막혀 잔소리도 많이 했는데, 도리어 남편은 별거 아닌거 가지고 화를 낸다고 저한테 뭐라고 합니다.

어쨌든 당신, 앞으로 싸울때마다 시댁에 전화해서 이르면
당신이 날 신뢰하지 않는다는 얘기고 날 사랑하지도 신뢰하지도 배려하지도 않는 남자 애기 낳아 기를 자신없다고 했더니
남편은 애를 떼든 말든 너 알아서 할 일이다. 맘대로 하라고 합니다.

정말 이런 말을 듣고서까지 열달동안 혼자 고생하고 애를 낳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남편과 함께 태교를 하기도 한다는데...
제 몸이 편하면 남편 성질 한두번 겪은것도 아니고 첫애 하나 키우면서 내 취미생활도 해가면서 남편한테 기대 않하고 살 수 있을것도 같은데, 임신초기라 속도 더부룩하고 신경도 날카롭고 도저히 이런 남자 믿고 둘째애까지 낳을 자신이 없어요...솔직히.

선배 아줌마들, 제글을 읽은분들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