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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에서 싸주는 음식


BY 시계바늘 2000-09-13

우리 시댁은 음식을 참 음식같지 않게 만든다.
음식 못하는거야 어쩌겠냐만, 몇년동안 송편만들고, 전을 부쳤으면 능숙해 지기라도 해야하는게 정상 아닌가 싶다.
비위가 별로 좋지 않은 난 시댁에 가면 음식을 거의 못먹고 온다.

첨엔 전을 부쳐서 신문지 위에 달력위에 턱 놓았다.
그래서 전을 부칠때면 난 키친타울을 미리 깔아놓기 시작했다.
신문지 위에 달력위에..

음식을 쌀때는 무엇을 담았던건지도 모를 검은비닐, 색색별 비닐을 비닐봉투 모아둔 곳에서 쑥꺼내어 그곳에 그냥 송편이며 전을 담으신다.
집에 가져와 음식에 뭍어있는 이상한 것들을 보고 버린적도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싸려고 하실때 난 비닐팩을 미리 벌려서 손에 쥐어 놓기 시작했다.

늘 먹다 남은것 같은걸 싸주는 시댁..
접시에 먹다남은거 그냥 ?P아 담으신다.
그거 싸와서 맛있게 먹을사람 암도 없을거다.
첨 한두면 울며 겨자먹기로 싸오다가 안가져오기 시작 했는데,
이번엔 뭔가 한봉지를 싸주신다.

나중에 보니 누릉지 한봉지.. 검은색 큰 봉지로 가득..

꼬마들 있는 시댁에서나 먹음 몰라도..
아이도 없이 둘만 사는 우리가 그걸다 뭐하라고..
사실 집에 와 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우리가 편해서 먹다남은거, 아님 굴러다녀서 암도 먹지 않는 누릉지 같은걸 싸주는 걸까..
아님 무시해서일까..

정말 기분이 나쁘다.
그 누릉지 확 버려버리고 싶지만,
남편은 좀 민망한지..
"이거 누른밥 끊여먹으면 돼겠다.. 그치?"

그 누릉지 한달이고 두달이고 누른밥 끊여서 남편 혼자 먹여야 겠다.
담에 가면 남편이 그런거 싸지 말란말 시댁에 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