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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회 후유증!


BY 보노보노 2000-09-27

오랫만에 고등학교적 친구들이랑 뭉쳤다. 졸업한지 12년이나 되었으니 다들 조금씩 미래에 대해 어떤 징조같은게 보이는 시기인것 같다. 아직 시집안간 애들은 나름대로 더 약아져서 옷도 근사하게 입고 왠만한 조건의 남자는 콧방귀도 안낀다.얼굴 이쁘장해서 스물둘에 나이많은 신랑한테 낚아채인 친구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명품으로 휘감고 나타났다.쇼핑다니고 여행다니느라 아직 애기도 안가진 그 친구는 몸매도 그대로고 하두 피부관리실에 자주가서 오히려 얼굴이 늙어버렸다고 하소연이다.난 한달에 일백만원 간신히 버는(보너스 없음) 남편덕에 옷사본지도 너무 오래되서 지금 입고나가도 유행하는 복고풍인줄 알고 친구들이 '이옷 어디서 샀어? 되게 특이하다'한마디씩 한다.일년가야 파마한번도 안하고 한달에 7천원짜리 커트한번하는 게 고작인 나, 동창회가 완전히 바늘방석이었다. 학교때는 웃기고 귀엽다고 우리반 명물이었는데
이렇게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친구들 반지나 부러워하며 손가락에 슬쩍 끼어보는 처지가 되었다.여자팔자 뒤웅박팔자라더니...
드라마에서만 보던 광경속에 내가 들어가있다. 50평짜리 아파트에 사는 친구가 인테리어 바꾼다고 도배를 무슨 톤으로 할까 고민하는거 멍하니 바라보면서 애꿎은 얼음물만 벌컥벌컥!
운전면허 따자마자 남편이 차를 떡하니 사줬다는 친구, 결혼예물도둑맞고 우는 친구한테 다이아로 일습을 새로 맞춰준 시어머니,
아직도 야외촬영한거 봐도 촌스럽지 않을정도로 유명한 작가가
비디오랑 앨범 제작해줬다는 친구,미국여행 다녀온거 자랑하면서 한뼘은 됨직한 사진 보여주는 노처녀 친구...
난 그날밤 울엄마를 너무 원망했다. 눈에 콩깍기씌어서 결혼한다고 난리칠때 감금을 해서라도 말려주지, 왜 안그러셨는지 눈물나게 서러웠다.남편이 자상하면 그래도 위로라도 되지, 맨날 뻔한 살림에 동서시집살이, 시누이시집살이, 오지랍넓은 남편 덕에 난 적자메꾸는데만 선수가 되어버렸다. 왜 아직도 제대로 요리하나 못하냐고 누가 나무라면, 난 자신있게 말하고싶을 정도다.
제대로 아낌없이 재료사서 맘껏 먹을 여유가 있기나 하냐고...
이래저래 내 보잘것 없는 처지가 너무 화가 나는 날이었다.
적어도 나 비슷하게 사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거, 너무 질투나고
배가 아프다. 왜 나만 이러구 살아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