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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무지가 언제까지 남편에게 통할 수 있을까요?


BY 무지 2000-09-27

심각한 고민은 아닙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전 결혼생활한지 1년 6개월 되어가는 새댁입니다.
남편은 서울일류대를 나왔고 저는 고향에 있는 지방대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연애시절부터 늘 제 마음속에는 본의아니게 지적열등감을 안아야 했습니다.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더군요)
더구나 긴 결혼생활을 통해 언젠가는 서로 대화가 단절되는 날이 오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걱정은 곧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남편은 텔레비젼 프로그램중 '골든벨을 울려라'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문제가 나오면 누가 더 많이 맞추고 더 빨리 맞추느냐로 은근히 신경전을 벌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고등학생들이 푸는 문제들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상상을 초월할만큼(제 입장에서는) 어려운 문제가 나오기도 합니다.
남편은 그 문제를 쉽게 풀고 전 전혀 몰랐기 때문에 머쓱해져서 한마디 하게 됩니다.
"와 난 정말 어려워서 몰랐는데 자기는 어떻게 알았어?"라고.
그러면 남편 왈 "저거 상식이쟎아" 라고 합니다.
순간 전 침묵하게 됩니다.
남편말대로라면 난 상식도 없는 사람이고 상식도 없는 여자와 사는 남자는 뭐지 하는 생각을 하느니라고......
또 제 스스로 화가나는것은 제가 생각해도 멍청할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정말 16년동안 공부를 했는데도 다른사람들보다 상식이 좀 떨어진 것 같기도 하구요.
무엇인고 하니 요즘 시드니 올림픽이 개최되고 있쟎아요
그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들 중에 몇개국을 정말 처음 듣고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문제는 모르면 그냥 가만히나 있지 말수가 적어 말하기 싫어하는 남편을 기어이 붙잡고서 묻는다는 겁니다. (전 모르는게 있으면 꼭 알려고 합니다)
나의 물음에 남편은 당연히 어이없어하고 또 한마디 합니다.
"세계지리 시간에 배우쟎아. 침닦고 있었니?" 라고.
그러면 전 또 침묵하게 됩니다.
'잠자던 시간이 수학시간이였는데 세계지리 시간에도 그랬나?' 하며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으므로.
아직까지 남편은 표면적으로는 절 무시하지는 않습니다.
(하긴 무시했다가는 ?Q새없는 나의 바가지와 날카로운 손톱, 뭉뚝한 발이 두렵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이야 신혼이니까 그저 귀엽게 봐주겠지만 그게 언제까지 통할까 싶어 걱정스럽습니다.
자신과 대화가 잘 통하는 여성과 바람이 날까봐 겁도 나고요(호호호)
아무튼 앞으로도 전 제가 모르는게 나오면 그냥 무대포로 남편에게 물어도 될까요?(책을 읽고 찾아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장 짧은 시간내에 손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남편이더라고요)
정말 상식적인 지식도 말이예요
저기 결혼생활 20-30년 넘으신 선배님들 !
저 이대로 계속 남편에게 무지함을 들키며 살아도 괜찮을까요?
이대로 계속 나간다면 언제가는 남편이 절 무시하게 될까요?
정말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