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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댁입성을 앞두고...착잡한 마음에..


BY 순수 2000-10-04

전 11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줌마 사이트에 와 보니 앞으로 펼쳐질 생활들이 마음에 어욱 와 닿네요. 착잡합니다...

전 4형제 중 막내와 결혼을 해요. 7살차이지요..

그런데 참 힘듭니다.
첫째 아주버님은 상고 졸업하고 사업한다고 집안 돈이란 돈은 다 가져 갔는데도 계속 실패하셔서 여전히 힘들게 사시고..
큰 언니 (형님이라는 말이 잘 안나와 아직은 언니라 부르고 있어요)가 간호사 생활하시면서 힘든 삶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둘째 아주버님은 지금 직장 관두고 주식하다 2억 5천 날리고..
둘째 언니는 뇌 부분에 이상이 있으셔서 3년에 한번꼴로 입원하셔야 하구...
세째 형은 아직 미혼이시구..
그리구 사랑하는 우리 오빠..
오빠랑 저는 함께 작은 사업을 하고 있어요..

바로 위 둘째 언니하고는 띠가 같아요.. ^^ 12살 차이.
집안이 장남을 최우선으로 치는 집안이예요.
장남을 밀어주다가 망한 집안이지요..
그래서 둘째 언니랑 큰 언니가 사이가 나빠요.. 둘째 언니네는 장남이 제 구실을 못해 집안이 어려워져 본인들 몫이 없어졌다.큰 언니는 나름대로 속상하신지 내가 돈썼냐? 나 아무것도 쓴게 없다. 지(큰 아주버님)가 사업한답시고 가져다가 날린거다.
만져보지도 못했다... 나도 고생하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하는
부모님 생신 외식비도 오빠가 전액 부담해요..
명절.. 병원비.. 약값..까지..
형님들이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단돈 1만원도 안내요..
둘째 언니는 몸 아프다는 이유로 시댁에 내려오시지도 않구요..
큰 형님도 스트레스 받으실 거예요...
전 걱정이 한가득이예요..
부모님들도 저희를 많이 의지하세요..
위 두 형님들이 어쩌면 그럴 수 있지요..
오빠가 매월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은 두 형님들이 번갈아 가져가세요.. 살림이 어렵다고.. 노인네들 몫까지..

후후.. 오빠랑 저는 애초에 시댁에 기대한 것은 없었어요. 결혼자금 역시 전 친정집에서 좀 도와주시고 오빠는 전액대출을 받았어요. 속상하더군요.. 4형제인 집에서 하나남은 막내 보내는데 형님들이 돈 모아 세탁기 하나 안 사주실 수도 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요 더 속상한거는..
어제 시댁에 예단드리러 가는 도중에 둘째 아주버님 전화를 받았어요..카드값 450만원 갚아달라고.. 기분이 참 그랬어요..
한번이면 같아드릴 수도 있겠지만 주식외에는 앞으로도 특별히 살아갈 대책이 없기에..
오빠에게 빌린 돈 1700만원을 갚으시지 못하는 사정인 거 알기에 묵묵히 있었는데..결혼 앞둔 신랑에게.. 참..
갑자기 친정엄마 생각이 났어요.. 이런시댁에 저를 보내시는 것을 아시면 가슴이 미어지실 것 같아서..
전 26살.. 친언니는 28살.. 언니를 제치고 먼저가는 만큼 더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오빠가 저에게 참 미안하대요..
전 오빠가 참 불쌍해요..이제껏 집안 생각하느라 자기의 삶을 누려보지 못한 막내..

오빠랑 둘이서 차에서 울었어요..형님들 전화가 무섭다구..
오빠는 자기가 참 복없는 사람이예요..
스트레스와 고민 땜에 40을 못 넘길거라고 쓸쓸하게 웃더라구요...
제가 할일은 조금이라도 오빠 생명을 연장하느거겠죠.. 선배님들..

전 생각했어요. 지금까지는 오빠 혼자 사는 삶이었지만 이제는 아니잖아요.. 오빠에게 지금껏 누리지 못한 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누리게 해 주고 싶어요..

부모님들께는 최대한 잘해드리겠지만 위 두 형님들은 나이도 저희보다 배나 많으시고 인생경험도 많으시잖아요..그런데 새롭게 출발하려는 동생에게 그렇게 짐을 얹어주시다니...
앞으로 부닥칠 일이 많으것 같아요..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공손하게 대화로 풀어나갈려구요..
나이 어린 동서를 둔 선배님들께서 조언도 좀 해 주세요..

출근해서 갑자기 어제 답답했던 일들이 생각나 적었어요..
가슴속에 있는 얘기 말로 끌어내기에는 참 부족하네요..
눈물도 참 많이 흘렸고..앞으로의 생활도 참 많이 걱정되어요..

하지만 선배님들 제 결혼 많이 축하해 주세요..
11월 12일 오후 1시..

또 인사드릴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