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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딸을 낳을 거 같아요!


BY 예비딸기엄마 2000-10-06

안녕하세요?
무심코 들어와본 사이트인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기에, 몇자 적어봅니다. 실은 저 지금 위로받고 싶거든요.

저는 4살된 딸을 하나 키우고 있는 주부랍니다.
내년 1월이면 둘째를 낳을 예정이구요.
남들이 자식은 둘이어야 한다고, 큰 아이가 외롭다고 해서 그리고 제 친정 부모님은 제가 결혼하기 2달 전에 10흘 간격으로 다 돌아가셨답니다. 그래서 제가 죽게 되면 우리 딸이 너무 외로울 것 같아서 하나 더 낳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막상 한 아이를 더 낳으려고 하니 이성적으로는 성별 구별 없이 낳아서 잘 키우자고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8개월 때 성별을 가르쳐주시겠다는 말씀으로 미루어 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마음이 공연히 착찹합니다.

남편은 6남매의 둘째라 장손의 부담은 없지만 첫째 딸을 낳았을 때, 시댁에서 아무도 병원에 오시시 않았고(시댁은 대전이고, 저는 제왕절개를 해서 7일이나 병원에 있었답니다. 게다가 난산중에 수술을 해서 몸이 많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일로 섭섭해서 신랑과 말다툼을 했고, 급기야 신랑이 어머님에게 전화를 드려 또 언성을 높였나 봅니다. 한달이 되어 언니집에서 몸조리를 끝내고 왔을 때, 가물치를 다려오셔서는 아이 머리가 삐뚤어졌다며 저보고 잘 때 잡고 자라지 뭡니까?

그때 제가 가장 섭섭했던 건 아유 이쁘다 하시며 아이를 안아주시길 바랬는데, 큰집 형님네 아들 자랑만 하시고 간 거 였습니다.

그뒤로도 사소한 섭섭한 일이 있었지만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고
왜, 있잖아요? 여자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런 사소한 섭섭함이요.
제가 다시 둘째도 딸을 낳으면 시댁뿐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모두 신통찮은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다시 그런 마음의 상처를 받을까봐 마음이 울적합니다.
남편은 앞으로 살면서 자식의 성별이 뭐 그리 중요하냐며
저희 둘이 잘 살면 된답니다.

대학 교육까지 받은 제가 이런 유치한 생각을 한다는게 몹시 속상하지만, 어제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 심란했던 게 사실입니다.

바보같은 저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조언 좀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