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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네요...


BY 깊은밤 2000-10-13

깊은 밤...
시계 바늘은 1시를 훌쩍 비껴지나고 있습니다.
전 얼마전부터 남편과 각 방을 쓰고 있습니다.
전 28개월 된 딸과 안방에서 남편은 거실에서...
남편은 비교적 제게 잘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자유주의자이죠.
그렇다고 바람을 피운다던가 그러지는 않습니다만 하고싶은
공부가 있다며 나와 그 당시 29개월이었던 아들만 놔두고 훌쩍
서울을 떠나 비행기를 타질 않나 그 후 사업이랍네 맞벌이 해서
모은 돈을 다 날리고 친척집에 눈치보며 싼 값에 전세들어
살고 있죠...
요즘은 친척의 직장에 다니는데 취미생활에 열중인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난 딸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구요.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이젠 전처럼 힘들지는 않지만 남편이
결혼 8년 동안 해온 일들을 생각하면 그 동안 왠만한 화나는
일엔 싸우기 싫어 이해하고 넘어갔던 일들이 억울해져서 이젠
저도 속에 있는 말을 다 입으로 뱉어냅니다.
결혼 후 결혼 생활에 억매여 산지 8년동안 취미생활은 커녕
맞벌이에 아이양육에 정신없이 지내왔건만 남편은 자기는 아이를
돌보는 방법에 익숙질 않는다며 제게 미루죠. 누군 태어날 때부터 이렇게 아이를 잘 돌보나요. 내 아이이니까 사랑으로 인내하며 힘들지만 참고 지내는건데 남편은 하고 싶은 일 입고 싶은
비싼 브랜드옷 사 입으며 잘 지내죠. 이런 신랑과 저를 보고
우리 막내 시누이는 그러데요. 우리 오빠처럼 멋진 남자랑 사는
새언니는 정말 다행으로 생각하라구요. 저도 대학때 신랑이랑
만나기 전까진 잘 나가는 여자였다구요...
남편의 자상함만 보고 시댁의 복잡한 환경,어려운 형편따윈
뒷전에도 없이 졸업하자마자 결혼했는데 남편의 그런 자상함과
자유주의 근성이 결혼생활의 장애가 될줄 상상도 못했죠....
남편은 저 뿐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자상하고 제가 임신과 출산
으로 인해 내 자유를 속박당하게 되자 혼자서 자유를 즐기고 남
는 시간에 제게 인심쓰듯 자상함을 베풀더라구요. 전 얼마나
즐기고 싶으면 그러겠느냐 내가 인간적으로 저 남자를 이해하며
살자 스스로 위로하며 살아왔지만 제 스스로 저 깊은 속에서
차곡 차곡 쌓여가고 있었나봐요.


2주전 금요일. 남편과 전 주말에 남이섬에 아이들과 모처럼
바람쐬러 가자고 약속을 했어요. 토요일 밤에 남편이 일요일
아침 일찍 출발한다는 말을 듣고 한밤에 김밥에 따뜻한 음료에
과일에 등등.. 준비하느라 3시 가까이 분주하게 움직였어요.
남편은 9시경 아는 후배 지난 생일을 챙겨준다며 조금 늦는다더니 그 때까지 소식이 없더라구요. 내가 힘으로 하기 힘든 집안일
좀 도와달라면 한도없이 미루면서 후배 생일선물은 제까닥이더군요. 새벽 5가 넘어서 들어와서는 아침에 깨우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화가났어요. 거짓말쟁이에 이기적이라고 아이들
앞에서 소리쳤어요. 그날 밤 남편은 제게 잠자리를 요구했고
전 화가 체 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럴수 없다면서 내가 짐스이냐고 남편에게 상처를 입힐 말을 했어요.
그날 남편은 거실로 나가 소파를 차지했고 남편은 매일 매일
알아서 일찍일찍 일어나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남편은
아침마다 5번 이상 깨워도 겨우 일어날까 말까 하거든요)
전날 제가 한 말때문에 미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더라구요. 그렇게 잘 일어나거면서 애가 울어도 들리지 않아서
돌보지 못했다, 시계 벨 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일어나질 못한다
... 그동안 제게 집안일 모두 미루고 자유를 즐기러 다닌것
같아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어디론가 사라지고 인간적으로 싫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지금까지 남편이나 저나 한마디 말도
없이 지낸지 2주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남편도 화가 많이 난
모양이지요... 하지만 저도 먼저 화해를 청하기가 싫어졌습니다. 이러다가 남아있던 사랑도 사라지고 이혼을 하나보죠?
이곳에 올린 글들을 보노라면 인내하면서도 지혜롭게 결혼생활을
꾸려 나가시는 분들도 참 많던데 제가 너무 못난걸까요?....